"기유가 준 기회"…강재준, 자영업자·소상공인 위한 응원 [인터뷰]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1.04.10 14: 38

생계가 막막했을 때 길을 열어준 자식 같은 가게. 인테리어에는 몇 주, 몇 달이 걸리지만 폐업에는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의 손이 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애정을 쏟았던 가게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휘청거렸다. 버티려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영업 제한 시간 등 방침에 매출이 급감했고, 가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컸다. 그렇게 6개월, 자식 같은 가게는 폐업했다. 개그맨 강재준의 이야기다.
지금은 본업인 ‘개그맨’으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3년 전만 해도 강재준은 ‘문어숙회 맛집’ 사장님으로 더 유명했다. 2017년, ‘웃찾사’가 폐지된 가운데 결혼은 했고, 생계가 막막해진 강재준은 양식집 주방장 경력을 살려 가게를 내기로 했다. 10평 남짓의 가게에서 문어를 주메뉴로 선택한 강재준은 ‘연예인’이 아닌 ‘요리사’, ‘사장님’으로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강재준은 여느 음식점 사장님과 다르지 않았다. 손님들의 맛 평가와 재방문에 기뻐하고 뿌듯했고, 술을 파는 음식점이기에 가끔 진상 손님이 있어 고충을 겪기도 했다. 무엇보다 강재준을 지탱했던 힘은 아내의 응원도 있었지만 ‘연예인’ 강재준을 보고 찾아오는 게 아니라 요리가 맛있어서 찾아오는 손님들 덕분이었다.

210306 개그맨 강재준 /sunday@osen.co.kr

“요식업을 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음식으로 장난치면 안되는 만큼 진심으로 내 모든 걸 내놔야 한다. 내가 지쳐서 소홀히 한 부분이 있기도 했겠지만 내가 모든 걸 직접 하는 걸 보고 손님들이 더 리얼로 느끼고 진심을 알아주시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10306 개그맨 강재준 /sunday@osen.co.kr
‘연예인’이라는 위치도 있고, 돈을 써서 홍보를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강재준은 이런 치트키를 사용하지 않았다. 쉬운 길이 있는데도 어려운 길로 돌아간 건 특별한 이유가 아닌 그의 성격과 신념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길을 느리지만 묵묵히 걸은 강재준. 그리고 그의 진심은 통했다. 가게는 ‘문어숙회 맛집’, ‘연남동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들로 북적였다.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가게로 꽃길을 걸을 것 같았지만 코로나19라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지난 7일 서울시가 발표한 ‘2020년 서울형 통상임대료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상권에 있는 점포들의 매출액은 1년 전보다 40% 가량 줄다. 이 가운데 음식점(45.9%)과 간이 음식점(14.1%)을 합하면 전체 조사 대상 점포의 60%에 이를 정도였다. 강재준의 가게도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사실은 우리가 무서웠다. 가게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아 휴업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6개월 동안 영업은 못하고 월세만 냈는데, 나중에는 돈이 없어서 보증금에서 깎게 됐다. 그렇게 계약 기간이 끝나고 재계약을 못하니 아내가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왜 재계약을 안했냐’면서 많이 울었다. 하지만 당시 방송이 활발했던 것도 아니어서 감당을 하지 못했다. ‘워크맨’에서 철거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웃으면서 하긴 했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그날 폐업 신고를 하러 가면서도 많이 울었고, 이후 1~2개월은 무력감과 상실감으로 멘탈이 무너졌었다.”
210306 개그맨 강재준 /sunday@osen.co.kr
자기 능력 밖의 일로 가게를 접게 되면서 무력감과 자괴감이 들어 멘탈이 무너졌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지금까지 강재준이 걸어온 길과 진심이 스토리가 되어 대중들의 마음에 닿았다. ‘기유’가 강재준에게 ‘기회’를 준 셈. 강재준은 가게에서 팔던 떡볶이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활로를 찾았고, JTBC ‘1호가 될순 없어’를 기점으로 다시 활발히 방송 활동도 하게 됐다.
“가게를 냈던 사람은 또 가게를 내게 된다. 눈앞에 보이는 수입이기 때문이다. 나도 어떻게 이어가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가게에서 팔던 떡볶이가 온라인으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소속사 계약도 하게 되고, 방송도 출연하게 됐다. 내 진심이 스토리가 되어 많은 분들이 알아주신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이 행복하지만 일이 더 없어져도 괜찮은 이유는 지금까지 일을 겪으면서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유’를 해오면서 모든 것들이 내게 노하우와 재산으로 남았다. 지금 힘드신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절대 헛된 고생이 아니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210306 개그맨 강재준 /sunday@osen.co.kr
진심을 다해서 한 장사는 선한 영향력이 됐고, 그 영향력은 다시 강재준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강재준은 다시 한번 선한 영향력으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1월 1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하면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는 것. 다이어트 업체들의 제안이 있었지만 이를 뿌리치고, 식단이나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지 않고 오로지 운동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식하게 보일 수 있지만 운동으로 살을 빼는 이유는 식단이나 약이 아닌 운동만으로 건강하게 다이어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내 SNS를 보고 운동을 시작하셨는데, 선한 영향력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나는 요행을 바라지도, 부리지도 않는 성격이다. 무식하다고 볼 수 있다. 단점은 몸으로 먼저 부딪치기에 다치지만, 장점은 그걸 알아주시는 분들은 정말 ‘찐’으로 알아주신다는 부분이다.”
210306 개그맨 강재준 /sunday@osen.co.kr
걸어가는 길이 힘들기에 치트키를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진심을 보여줄 순 없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강재준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고, 그 길에는 스토리가 입혀지면서 대중의 마음을 울리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비록 자식 같은 가게를 폐업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다시 일어나 희망과 웃음을 주는 강재준을 보고 힘을 얻는 이유다.
“다들 큰 꿈을 안고 가게를 여는데, 코로나19라는 자신의 능력 밖의 일에 부딪히는 건 정말 화나고 답답한 일이다. 고충이 많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가슴이 아프다. 코로나19라는 하나의 아픔은 모두가 나누면서 견뎌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분명 이 시기가 넘어가면 손님들이 물밀 듯이 찾아올 테니 힘내셨으면 좋겠다.”
마냥 말로만 응원한다면 강재준이 아닐 터. 또한 그의 진심도 닿지 않았을 거다. 강재준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위한 라이브 커머스 등을 진행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계속 도움이 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도 다시 ‘기유’를 열어 자영업자, 소상공인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비록 코로나19가 그 길을 막고 있더라도 우직한 소의 발걸음처럼 나아간다면 해내지 못할 일은 없다.
“가게를 어느 규모에서 어떤 메뉴로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유’도 꼭 다시 열고 싶다. 배달 전문으로도 생각해보는 등 여러 방면으로 깊게 생각해보고 있다. 가게를 다시 열기 전까지는 라이브 커머스 등을 통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분들을 응원하고 뒤에서 도울 수 있는 건 돕도록 하겠다. 모두 힘내셔서 이 힘든 시기를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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