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하게 됐지만, 사실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걱정은 했다. 개봉이 미뤄지면서 기대치가 높아진 게 있는 듯해 사실 부담된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과 저희가 보여주는 것에 차이가 클까 걱정스럽다.” 배우 공유(43)가 새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을 내놓으며 한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그가 이런 고민을 했겠지만, ‘서복’은 배우 공유를 마음껏 탐험하기 좋은 영화다. ‘서복’에서 발견한 ‘복’은 능수능란하게 표정을 바꾸고 화려하게 액션을 소화하는 공유의 얼굴이다. 그리고 보는 이들에게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지, 유한한 인간이 삶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사는 게 좋은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고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공유가 연기하는 민기헌 캐릭터는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영생하는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만나고, 삶의 방향을 달리하는 입체적 인물이다.

공유는 13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서복’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저를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저는 저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에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어야 참여를 하는 거 같다”라며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하지만 공유는 “‘서복’이 분명 저를 고민하게 만드는 묵직한 메시지를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풀기에 너무 어려울 거 같아서 처음엔 고사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왜 날 고민하게 하지?’라는 생각에 겁이 나 처음에 거절했었다. 이후 감독님이 다시 연락을 해주셨고 만나서 감독님에게 작품에 관한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라고 출연을 결정한 추가 설명을 보탰다.
공유는 “어제 언론시사,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집에 누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때 개봉을 못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관객들의 기대가 커지지 않았나 싶더라. 저희가 보여주는 것과 관객의 기대치에 차이가 크면 실망할까 싶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복’의 촬영을 마치고 그동안 다른 작품의 촬영을 하면서 잊고 있었다. 어제와 오늘, 이런 자리에서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니 이제야 개봉에 대한 실감이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유는 ‘서복이 어떤 영화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사실 배우든, 감독이든 만든 영화에 완벽하게 만족할 수 없다. 현실과 타협할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면 끝도 없는데, 저희는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렇다'고 말씀을 드리면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거 같다. 다만 우리의 설명과 다르게 이해되는 부분도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공유가 출연한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 제공배급 CJ ENM 티빙, 제작 STUDIO101 CJ ENM TPS COMPANY)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 영원히 사는 복제인간 서복, 죽음을 앞둔 남자 기헌. 역설적인 인물들이 그 속에서 삶과 죽음, 의미와 가치라는 중요한 진리를 찾기 위해 달려 나간다.
공유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저는 제 나이에 맞게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은지 고민하고 있다.(웃음)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잘 만들면 흥행하겠다’는 접근이 아니었다. 어떤 시나리오는 고민이 별로 안 느껴지는 것들도 있는데, ‘서복’은 달랐다. 이게 화면에 어떻게 구성될지 궁금했고 나라는 사람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시나리오였다”고 배우로서 자신의 지향점이 반영돼 좋았다고 했다.
“여타 다른 시나리오들은 자극적이기도 하고, 가벼운 재미를 위주로 선사하는 것처럼 제 눈에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런 작품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서복’은 쉽지 않은 얘기지만 잘 만들어지면 관객들에게 뭔가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지난 2001년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공유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낀다.(웃음) 그래서 그만큼 운동을 열심히 할 거고 체력 관리도 할 거다. 여전히 격한 운동을 좋아한다”라며 “주변에서는 제게 피부 관리를 하라고 하는데, 저는 안 하고 있다. 한 번에 훅 갈까봐 걱정하나보다. 하하. 물론 과거에 비해 몸에 무리가 오고, 옛날만큼 관절이 미덥지 않다.(웃음)”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받은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시원시원한 말투로 정확한 단어와 문장을 골라 인터뷰를 이어가던 공유.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그에게 보였던 올곧은 심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매니지먼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