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송' 유준상 감독, 만년설을 닮은 열정[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4.15 15: 44

 그룹 제이앤조이 20 멤버 준상(유준상 분)과 준화(이준화 분)는 신곡의 작곡은 마쳤지만, 가사가 잘 써지지 않아 고민이다. 이에 준상은 뮤직비디오를 먼저 찍은 뒤 영상에 맞춰 작사하는 게 어떠냐고 동생 준화에게 제안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될 장소를 고민하던 준상과 준화. “일본에 한 번도 못 가 봐서 가보고 싶다”는 준화의 말에 따라 이들은 무작정 비행기 표 하나 달랑 끊고 후지산이 있는 시즈오카현으로 떠난다.
뮤비 콘티부터 대본, 연기할 주인공, 줄거리 등 뭐하나 제대로 준비한 게 없어 난감한 준상은 일본에서 인연을 맺었던 뮤지컬 배우 아키(나카가와 아키노리), 한국에서 같이 무대에 섰던 소진(김소진 분)에게 전화를 걸어 가능할 때까지만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한다.

영화 포스터

과거에 인연을 맺었던 한국 배우 준상의 부탁으로 일단 촬영장에 나온 아키. 그는 현장에서 준상에게 세세한 디렉팅을 받아 소진과 함께 연인 연기를 시작한다. 이후 준상이 아끼는 후배 순원(정순원 분)도 도착한다. 세 배우는 황당하고 당황스럽지만, 할수록 재미있는 뮤직비디오 촬영에 점점 매료된다. 
영화 스틸사진
뮤비 특성상 대사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상대의 리액션을 고려하지 않은 액션을 해도 무방하다. 이들은 자신이 옛날에 여느 연극에서 소화했던 대사들을 기억나는 대로 읊어본다. 캐릭터들이 아무 말이나 해도 묘하게 상황에 맞아떨어져 웃음을 안긴다. 인물의 감정에 더욱 몰입함과 동시에, 이들을 둘러싼 배경까지 아름다워 상황을 보다 극적으로 느끼게 된다.
제이앤조이 20의 새 뮤직비디오는 주인공 소진이 우연찮게 일본에 갔다가 과거의 사랑들을 추억하는 한 편의 드라마로 완성된다.
로드 무비 ‘스프링 송’(감독 유준상, 제작 쥬네스엔터테인먼트, 배급 컨텐츠썬 아우라픽처스)은 그룹 제이앤조이 20 멤버 준상과 준화가 소진, 순원, 아키와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실존 인물들이 자신의 실명과 직업을 그대로 사용해 극 중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서 실제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페이크 다큐멘터리 극 영화다. 물론 곳곳에 유준상과 이준화의 실제 경험이 녹아있을 터다. 
영화 스틸사진
영화 속 캐릭터처럼 배우 김소진, 정순원, 나카가와 아키노리는 유준상과 연극 및 뮤지컬을 통해 각각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당시 “다음에 나 영화 찍을 때 한번 출연해 달라”는 감독 유준상의 제안을 모두 지킨 셈이다.
‘스프링 송’은 배우 겸 감독 유준상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기는 물론이고 연출, 노래, 그림 등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유준상의 진심이 담겨 있다. 그가 영화의 제작부터 각본, 연출, 출연까지 4가지 역할을 소화했다. 올해로 53세가 된 그에게 나이듦이란 없는 듯하다.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 쉽게 변하는 것이라면, 작품을 향한 유준상의 열정은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다. 
유준상은 그동안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2016) ‘아직 안 끝났어’(2018)를 선보였으며 ‘스프링 송’은 세 번째 연출작이다. 지난해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2020)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유준상은 14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여러모로 많이 힘든 시기에 ‘스프링 송’이 관객들에게 아주 작은 힐링과 위로의 시간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4월 21일 개봉. 러닝타임 8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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