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가 “회사 차리고 2년 반 정도 지났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나혼산)에서 그는 “너무 소처럼 일만 했다. 직원들 자리 청소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며 이같이 나홀로 대청소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퇴근시간을 앞두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 하는 모습으로 시작한 기안84. 그는 직원들에게 “우린 점점 대화가 없어진다. 편의점 교대할 때도 이렇게 대화가 없진 않을 텐데…”라고 말해 그들에게 민망한 웃음을 안겼다.
모두가 퇴근한 저녁 7시에 그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 대청소를 시작했다. “이사를 오고나서 단 한 번도 손을 대본 적이 없다. 봄맞이 단장을 하기 위해 혼자 남았다”고 청소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사무실 한켠에는 미국에 갈 때 들고갔던 캐리어가 나와 지켜보던 MC들을 경악케 했다. 그 안에는 칫솔, 속옷, 부동산 계약서 등이 들어있어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아무도 없지만, 곳곳을 누비며 쓰레기 및 먼저를 깨끗하게 치웠다.
이날 “회사에 총 다섯 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3명이 남아있다. 다른 분들은 자기 작업을 위해 나가셨다”고 전한 기안84에게 쓸쓸한 미소가 엿보였다. 불현듯 밖으로 나가 건물 외벽까지 손대기로 한 기안84.
막대 걸레를 꺼내 ‘기안84’라고 적힌 간판까지 쓱싹쓱싹 닦았다. “다른 건 미술학원에서 챙겨온 걸 그냥 쓰는데 유일하게 제가 돈을 쓴 게 간판이다. 내 이름으로 보여지는 거니까 먼지가 쌓여 한 번 닦아야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기안84는 고등학교 때 친구가 그려준 초상화, ‘나 혼자 산다’ 세 얼간이의 액자 등 지인들에게 받은 선물을 한쪽 벽에 걸어 벽면을 채워넣었다. 그는 그림들이 갑자기 떨어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다시 한번 재차 확인하는 꼼꼼함을 발휘했다.
그는 ‘기안의 비밀의 방’을 줄인 일명 ‘기밀의 방’을 만들었다. “마감 후 소파에서 쉬는데 직원들 눈치가 보여서 숨어서 쉬어야겠다 싶었다. 괜히 내가 악덕(사장)이 된 거 같더라”고 소파가 잘 보이지 않게 수납장 및 휴지로 파티션을 세웠다. 그는 자신이 완성한 아늑한 공간에서 분위기 있게 저녁 식사를 하며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안84는 사장으로서 “앞으로 직원들과 어떻게 가야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솔직함과 불안함 사이의 절묘한 조율을 담아낸 기안84의 일상 공개는 웹툰작가이자, 대표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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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