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정이삭 감독"..'오스카' 윤여정 밝힌 50년 연기史 "민폐 되지 않을 때까지"[종합]
OSEN 이승훈 기자
발행 2021.04.26 14: 41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가운데, 오스카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앞서 윤여정은 2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 앤젤레스 돌비 극장과 유니언 스테이션 등에서 개최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주조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한국 주요 매체들과 기자회견을 진행한 윤여정은 "정이삭 감독의 진심을 믿었다. 정이삭 감독에게는 '요새 이런 애가 있나?' 싶을 정도로 진정성이 있었다. 영화 촬영할 땐 이렇게 상을 받을 수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며 정이삭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한 윤여정은 그동안 약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해오다가 '미나리'를 통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유에 대해 "내가 잘한 건 아니다. 대본을 잘 쓴 거다. 인터뷰 하다가 알았다. 부모가 희생하는 이야기는 유니버셜한 이야기지 않냐. 그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할머니들은 손자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지 않냐. 그걸 진심으로 썼으니까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오스카 수상 이후 윤여정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윤여정은 "앞으로 계획 없다"고 웃으면서 "오스카상을 탔다고 해서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지 않냐. 옛날부터 결심한 게 있다. 늙으니까 대사 외우기 엄청 힘드니까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건 싫다.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미나리'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당시 정이삭 감독은 물론, 김기영 감독도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은 내 첫 감독이었다. 여전히 살아계셨다면 내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 같다. 다시 한번 모든 분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한 바. 이와 관련해 윤여정은 "영화는 감독이다. 감독이 굉장히 중요하다. 60살 넘어서 알았다. 감독이 하는 역할은 정말 많다. 영화라는 게 종합예술이지 않냐. 그걸 할 수 있는 건 대단한 능력이고 힘이다. 봉준호 감독도 대단하다"면서 김기영 감독과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김기영 감독님을 만난 건 21살 때다. 사고에 의해서 만난 거였다. 정말 죄송한 건 그 분에게 감사함을 느끼기 시작한 건 50~60살이었다. 그 분이 돌아가신 뒤였다. 다른 사람들은 김기영 감독에게 천재라고 했는데 난 힘들고 싫은 감독이었다. 그래서 죄송하다. 사람들이 '늙었는데 철이 없다'고 말하지만, 후회한다. 늘 그 얘기를 한다."
뿐만 아니라 윤여정은 "정이삭 감독은 늙어서 만났다. 정 감독은 나보다 너무 어린, 아들 보다 어린 사람인데 차분하다. 아무도 모욕주지 않고 업신여기지 않고 존중하면서 일을 한다. 내가 희망을 봤다. 한국 사람의 종자로 미국 교육을 받아서 굉장히 세련된 한국인이 나온 거다. 너무 희망적이었다. 43살 먹은 앤데 내가 존경한다고 했다"며 정이삭 감독을 향해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기영 감독님한테 못한 걸 지금 정이삭 감독이 다 받는 것 같다. 그 감사함을 아는 나이다 됐다. 내가 올해 75살인데 아직도 철이 안 들었다"고 덧붙이기도. 
윤여정과 한예리는 "앞으로 해외에서 영화 작업을 함께 하자는 러브콜이 많이 왔을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는 동시에 "영어를 못해서 해외에서 들어올 일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부담감을 느꼈던 고충도 고백했다. 윤여정은 "상을 타서 국민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어쩌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거다. 사람들이 너무 응원을 하니까 너무 힘들어서 눈 실핏줄이 다 터졌다. 그 사람들은 성원인데 나는 '못받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많았다. 받을 생각 없었고 노미네이트 된 것 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선수들의 심정을 알겠다. 2002년 월드컵 때 선수들의 발 하나로 온 국민들이 난리칠 때 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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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윤여정 '미나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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