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韓최초 오스카 조연상→브래드피트 냄새 질문 논란 "난 개가 아냐" 일갈(종합)[Oh!쎈 초점]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1.04.26 19: 38

'미나리'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한국 배우로서 최초이고, 한국 영화 역사상 102년 만에 처음이다. 아시아에서도 영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4월 25일(현지시간, 한국시간 26일 오전) 캘리포니아주 LA(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과 유니온스테이션 등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영화 '미나리'에서 각각 할머니 순자, 엄마 모니카로 열연한 윤여정과 한예리는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레드카펫을 밟았고,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돼 관심이 뜨거웠다.

가장 먼저 봉준호 감독이 국내 시청자들을 반갑게 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4관왕에 등극한 봉준호 감독은 올해 감독상 시상자로 나섰다. 통역사 샤론 최와 함께 등장해 LA와 서울의 한 극장을 화상으로 연결해 시상을 이어나갔다. '미나리' 정이삭 감독의 수상은 아쉽게 실패했고,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 트로피를 받았다.
드디어 여우조연상 부문을 시상하기 위해서 할리우드 톱배우 브래드 피트가 등장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의 미국 제작사인 플랜B의 대표로, 윤여정과도 인연이 깊다.
브래드 피트는 윤여정의 이름을 호명한 뒤 트로피를 건네줬고, 윤여정은 "브래드피트 선생님 드디어 만나게 돼 감사합니다. 저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 만나게 돼 영광"이라며 위트있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난 한국에서 왔고, 내 이름은 윤여정이다. 유럽 분들과 많은 분이 내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 보통 내가 아시아권에 살면서 서양 티비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조금 정신을 가다듬도록 해보겠다"며 "정말 아카데미 관계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리고 내게 표를 던져주신 모든 분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스티븐연, 한예리, 정이삭 감독님, 노엘,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 정이삭 감독님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설 수조차 업었을 것이다. 감사하다. 감독님께서는 우리의 선장이자 또 저의 감독님이셨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조연상 후보로 경쟁한 글렌 클로즈를 언급한 윤여정은 "어떻게 그와 경쟁하겠나. 글렌 크로즈 배우님 연기는 훌륭했고, 다른 배우들도 다른 역할을 영화에서 훌륭히 해냈다. 난 오늘 운이 좋아서 이 자리에 서 있다. 또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굉장히 환대를 해주시는 것 같다.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게 감사하고, 두 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내게 일 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상을 받게 됐다"며 웃었다.
윤여정은 1971년 데뷔작 영화 '화녀'를 말하면서, "故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나의 첫 감독님이셨다. 저의 첫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데 여전히 살아계셨다면 내 수상을 기뻐해주셨을 것 같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윤여정은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김기영 감독에게 못한 감사를 정이삭 감독에게 했다"며 두 사람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김기영 감독님을 만난 건 21살 때고, 정말 죄송한 건 그 분에게 감사함을 느끼기 시작한 건 50~60살이었다. 그 분이 돌아가시고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김기영 감독에게 천재라고 했는데 난 힘들고 싫은 감독이었다. 그래서 죄송하다"며 "반면 정이삭 감독은 늙어서 만났다. 정 감독은 나보다 너무 어린, 아들 보다 어린 사람인데 차분하다. 아무도 모욕주지 않고 업신여기지 않고 존중하면서 일을 한다. 한국 사람의 종자로 미국 교육을 받아서 굉장히 세련된 한국인이 나왔다. 너무 희망적이었다. 43살 먹었는데, 내가 존경한다고 했다. 김기영 감독님한테 못한 걸 지금 정이삭 감독이 다 받는 것 같다. 그 감사함을 아는 나이다 됐다"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향후 행보에 대해 "앞으로 계획은 없다. 오스카상을 탔다고 해서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옛날부터 결심한 게 있다. 늙으니까 대사 외우기 엄청 힘들어서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건 싫다.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상을 타서 국민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어쩌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거다. 사람들이 너무 응원을 하니까 힘들어서 눈 실핏줄이 다 터졌다. 그 사람들은 성원인데 나는 '못받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많았다"며 남모를 부담감도 토로했다.
한편, 이날 브래드 피트는 수상소감을 끝낸 윤여정을 매너 있게 에스코트했고, 수상자 이름이 적힌 아카데미 봉투를 윤여정에게 직접 보여주는 등 자상한 면모를 드러냈다.
이후 아카데미 백스테이지에서 미국의 Extra TV 진행자는 윤여정을 향해 "브래드 피트랑 무슨 얘기를 했고, 그에게 무슨 냄새가 났냐?"며 무례한 질문을 던져 논란이 됐다.
윤여정은 곧바로 "난 그 사람의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난 개가 아니다"라며 적당한 위트와 일침을 더한 답변으로 주목을 받았다. 윤여정의 대답은 많은 화제를 모았고, 현지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까지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나, 윤여정이 후보로 오른 여우조연상만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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