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에서 호연한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21)에서 여우조연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윤여정은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우리가 영화를 찍을 때 어디 있었느냐”라고 말문을 열었다. 브래드 피트가 ‘미나리’의 제작을 맡았기 때문.
이어 윤여정은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한예리, 노엘, 앨런, 우리는 모두 가족이 됐다”며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후보에 오른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바칼로바 등에게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며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라며 후보들에게 예의를 갖춘 태도를 보였다.
워킹맘으로서 연기 활동을 이어온 윤여정은 “두 아들이 항상 저에게 ‘일하러 나가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게 아이들의 잔소리 때문이다.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녀는 데뷔작 ‘하녀’의 故김기영 감독을 언급하며 “그가 여전히 살아계신다면 나의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윤여정은 제30회 아카데미 시상식(1958)에서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63년 만의 기록을 세운 것이다.
앞서 윤여정이 27회 미국 배우조합상(SAG) 및 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여우조연상을 타면서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승자가 될 것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던 바. 그녀가 글렌 클로즈에게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 평단 및 외신들도 윤여정이 수상할 것으로 점쳤다.
윤여정이 할머니 순자 역을 맡은 ‘미나리’는 미국 국적 한인 이민자 정이삭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 연출한 작품이며, ‘문라이트’(2016)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등을 통해 웰메이드 제작사로 거듭난 A24에서 제작한 영화.

“평범한 엄마를 연기하기 싫다”는 윤여정은 사실적이면서도,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열정을 다했기에 무려 39여 개의 트로피가 그녀의 노력을 칭찬했다.
나이를 극복하고 꿈을 이룬 윤여정은 조금 나쁜 엄마가 되더라도 행복한 사람이 되자고 여성들에게 용기를 준다. 세상이 던져준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여성이자, 엄마가 돼야 보다 단단하게 일과 육아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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