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은 흔히 ‘미녀 배우’는 아니었다. 외모보다 개성과 연기력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몸매와 얼굴보다 배우만의 퍼스널리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1 ‘다큐인사이트’에서는 올해 열린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의 삶을 집중 주목했다.
이날 배우 강부자는 윤여정의 수상에 대해 “일 저지를 줄 알았다.(웃음)”라고 그녀에게 축하를 보냈다. 또한 후배배우 한예리, 김고은 등 후배들도 “원래 선배님은 훌륭한 배우였다. 그들이 이제야 알게 된 것”이라며 “가족의 일처럼 기쁘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당시 여자 배우들이 자주 도맡았던 멜로 속 주인공 역할은 하지 못했다. 이에 강부자는 “조연에 가까운 단역, 단역에 가까운 조연이었다”라고 그녀의 포지션을 설명했다. 주로 하녀 역할을 많이 했다는 전언. 그랬기에 윤여정만의 장점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MBC 드라마 ‘장희빈’을 통해 윤여정은 고유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박근형은 이날 “윤여정이 사악함, 사랑, 애절함을 캐릭터에 모두 담아내서 인기가 높았다”라고 했다.

1960년대엔 배우 남정임, 문희, 윤정희가 일명 ‘3대 여배우 트로이카’였다. 윤여정이 이 부류에 속하는 미녀 배우는 아니었지만 박근형은 그녀에 대해 “다른 배우의 대사톤이나 연기와 달랐다. 좀 특이했다”라고 당시의 윤여정을 회상했다.
윤여정은 올해로 데뷔 55년을 맞이한 원로배우지만, 새로운 시도에 대해 기꺼이 용기를 내는 청춘이다. 현재까지도 주조연, 상업 및 독립영화를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배우들 중에서도 필모의 다양성이 돋보인다. 파격적이라고 부를 만큼 독특한 캐릭터를 도맡으며,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사람과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두려움이 없는 윤여정. 올해 75세가 된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또 다른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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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다큐인사이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