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소감일 뿐이었다. 근데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들의 귓가를 타고 흘러들어가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만드는 이상한 힘을 주고 있다.
배우 윤여정이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차지하고 내놓은 소감이 수상 소식만큼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녀 삶의 궤적과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 교훈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멘트들이 쏟아져 다시 한 번 말의 강력한 힘을 알게 한다.
윤여정은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간) 수상 후 “제가 잘한 것은 없다. 내가 상을 받았을 때 매우 행복한 순간이었지만 그것이 제 인생을 바꾸지는 않을 거다. 저는 미국 사람들 말을 잘 안 믿는다. 단어가 화려하다. 내 퍼포먼스를 존경한다는데 제가 너무 늙어서 그런지 남의 말에 잘 안 넘어간다”고 밝혀 그녀가 세속적인 것이나 일반적인 한계를 벗어났음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최고의 순간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그녀는 “나는 최고, 경쟁을 싫어한다. 1등 말고 최중(最中)이 되면 안 되나. 같이 살면 안 되나.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고 최중만 하고 살자”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미안하지만 그녀에게 1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윤여정은 또한 “배우를 편안하게, 좋아서 한 게 아니었다. 절실해서 연기를 했고 정말 먹고 살려고 연기를 했다. 그냥 많이 노력했다.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영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배우로서 가치관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저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고 다시 일을 시작할 거다. 일이 없으면 따분하다. 직업은 여러분의 일부분이고 당신의 이름과 당신 자신을 대변한다”고 했다.

이같은 윤여정의 수상 소감 및 멘트는 55년 동안 배우로 살면서 쌓아온 숙련의 정도이자, 그녀만의 삶의 방향성이다. 배우이자 엄마로서 연기 활동을 지속하고 두 아들을 치열하게 키워왔음을 드러내준다. 그럼에도 그녀는 '국민 엄마'상은 아니다. 영화 '미나리'에서 데이비드(앨런 김)가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아요"라고 외치는 대사가 윤여정을 대변한다.
어떨 때는 멘트가 직설적이고 날카롭게 여겨질 수 있겠으나, 윤여정표 긍정적 가치를 담은 강력한 에너지가 한층 더 강하게 다가온다. “젊었을 땐 몰랐다. 연기가 60세부터 즐거워졌다”는 한 문장은 나이와 처지 등 제한적 요소들로 인해 현실과 꿈을 저울질하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안긴다. 형식에 얽매인 상황들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아주 의미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윤여정의 말 속에는 분명, 사람들을 움직이고 세상을 변화하는 힘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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