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곽동연이 tvN ‘빈센조’로 연기 스펙트럼을 또다시 넓혔다. 데뷔 10년 차 어느새 캐릭터를 마음껏 주무르는 팔색조 배우로 성장한 그다.
곽동연은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한 ‘빈센조’ 종영 기념 화상 인터뷰에서 “‘빈센조’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긴 시간, 7~8개월 정도 촬영을 했는데 촬영하면서도 행복했다. 시청자분들께 많이 사랑받는 작품이 된 것 같아 결과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작품이다”고 소감을 말했다.
곽동연은 극중 형 장준우(옥택연 분)에게 밀려 바벨그룹 부회장이 된 동생 장한서 역을 맡았다. 2인자의 열등감과 야망을 담은 희대의 빌런처럼 그려졌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빈센조(송중기 분)를 돕는 반전 인물로 변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곽동연은 “단순한 빌런이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라서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한서의 가장 핵심 키워드라고 생각했던 ‘생존’이었다. 살아가고는 있지만, 형이라는 존재에 지배당해 주체적인 의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인물로 봤다. 산 송장같은 삶을 살았을 것 같더라. 내 삶을 온전히 영위할 수 있는 생존이 한서에게는 최우선의 목표였을 거라 생각했다. 빈센조를 만나 희망을 느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도 한서 또한 그저 악인일 뿐이라 생각했다. 또 다른 절대 악의 지배를 받고, 그에게 억압당한 삶을 살았지만 그저 변명거리일 뿐이라 느꼈다. 그런데 5회부터 한서의 과거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살해하는 준우를 직접 보고, 학습된 악을 가진 인물이라 여겼다. 빈센조를 만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도 안타깝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에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곽동연 외에 빈센조 역의 송중기, 홍차영 역의 전여빈, 장준우 역의 옥택연, 최명희 역의 김여진, 한승혁 역의 조한철 등이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쳤다.
곽동연은 “다양한 모습을 가진 선배님들을 한 작품에서 만나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행복했다. 제가 까마득한 후배이고,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생각하는 것들 해 보고 싶은 호흡, 애드리브를 전부 다 포용해주셨다. 선배님들의 배려 덕분에 완성된 장면들이 많이 있다. 온화하고 행복한 작업 현장을 구현해주셨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그는 “분명히 성장했다. 비단 저 혼자 연기를 머리 싸매며 한 게 아니라 존경하는 선배들과 함께 했으니까. 제일 큰 자산이었다. 특히 제 연기 인생은 김희원 감독님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뉘게 됐다.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 인물에 어떤 포인트를 줘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대본을 봐야 하는지 모두 감독님만의 노하우로 전수 받고 작업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아낌없이 내비쳤다.

1997년생인 곽동연은 사실 밴드 연습생으로 데뷔를 준비했다. 하지만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시작으로 배우 활동을 펼쳤고 ‘장옥정, 사랑에 살다’,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모던파머’, ‘돌아와요 아저씨’, ‘구르미 그린 달빛’, ‘쌈 마이웨이’,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사이코지만 괜찮아’, 영화 ‘여교사’, ‘대장 김창수’, ‘야구소녀’ 등을 통해 배우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곽동연은 “연습생 출신 배우라 하면 마치 외부에서 굴러 들어온 돌처럼 보이기 싫어서 사랑하지 않은 과거였는데 최근엔 연습생을 거치면서 얻은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해냈다는 성취감이다. 그때 배운 저만의 노하우와 지혜들을 잘 이용해서 좋은 배우로 인식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어 그는 “데뷔 10주년이라니 부끄럽다. 5년차로 돌아가고 싶다. 10년차라는 걸 몰라주셨으면 하하. 이 일을 사랑해서 여기까지 왔다. 매 순간 즐겁고 잘하고 싶다. 성취 욕망이 있다. 끝을 보고 싶다는 욕망도 있다. 오디션을 치르는 치열한 독기가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과하지 않은 욕심도 원동력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리고는 “평생 배우를 하고 싶다. 그동안 만족하지 못한 한 신 때문에 괴롭고 스트레스 받았는데 잘못하면 지쳐서 떨어져 나가겠더라. 이미 지난 신에 괴로워하기 보다는 다음 신을 더 잘하자고 생각을 바꿨다. 박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채찍질 하는 게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칭찬을 감사히 듣고 유해졌다. 그게 이 일을 오래 사랑하게 되는 길 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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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H& 제공, 빈센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