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승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10년차 터닝 포인트 '혼자 사는 사람들'(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5.13 17: 57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이한 배우 공승연(29)에게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명징한 터닝 포인트다. 그동안 해왔던 밝고 명랑한 캐릭터들과 다르게 감정 표현을 최소화하며 캐릭터 변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카드회사 콜센터 상담직원 진아로 분해 새로운 면면을 드러냈다.
그녀가 연기한 진아는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는 폐쇄적인 인물. 이에 공승연은 “실제 제 성격과 많이 달라서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없이 감정을 가라앉히는 진아와 평상시 밝고 소통하기 좋아하는 공승연 사이에서, 배우로서 그녀의 세계가 한층 확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승연은 13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KAFA, 배급 더쿱)의 출연에 대해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제 얼굴이 진아와 잘 어울릴지 고민했다”며 “감독님을 만나서 ‘정말 저한테 이 대본을 주신 게 맞느냐’고 물었다. 연기를 하면서도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계속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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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해보지 않은 캐릭터인 데다, 데뷔 후 처음으로 장편 영화의 주연을 맡았기에 부담감이 컸다는 것. 그런 부담과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그녀는 홍성은 감독과 많은 대화를 시도했다. 
“대사와 (진아의) 표정도 많이 없다 보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감독님에게 계속 물어봤다. 현장에서는 편집본도 자주 보면서 영화를 찍었다.”
공승연의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현대인들의 일상을 그렸다. 공승연은 부모님에게 독립해 혼자 살아가는 카드회사 콜센터 상담원 진아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을 통해 올해 열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2021)에서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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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0년차에 걸맞은 배우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배우상을 받았으니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열심히 연기 활동을 하겠다. 자부심보다 격려라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얼마 전 같이 연기 공부를 하던 친구에게 장문의 카톡이 왔다. '너를 스크린에서 보고 싶었는데 보게 되어서 좋고 뿌듯하다.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맙고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는 메시지였다. 그 친구는 지금 영화를 그만두었는데 나도 함께 뭉클했다(웃음).”
공승연은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2016) ‘써클’(2017) ‘너도 인간이니?’(2018) ‘대리인간’(2021) 등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스크린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하반기 영화 ‘핸섬 가이즈’의(2021) 개봉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 현장과 영화가 달랐던 건 감독님과 얘기할 시간이 많았다는 거다. 감독님과 촬영 전에 밥도 먹고 대본 리딩을 많이 했다. 최대한 많은 시간을 감독님과 보냈다. 드라마는 촬영 시간에 쫓겼다면 영화는 감독님과 얘기도 많이 했고 제 연기를 모니터 하면서 중간중간 수정도 하고 여유롭게 촬영을 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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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장면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성훈(서현우 분)이 제사를 지내주는 장면이 제일 좋았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입해서 작별 인사를 해주는 게 이 영화의 주제와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공승연은 진아를 받아들이고 연기로 표현한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단절된 캐릭터가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저와 결이 다른 친구라고 생각했다. 근데 한 번쯤은 고민해봤던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모두가 타인과의 관계 단절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나 싶다. 저는 감독님과 얘기를 하면서 저와 다른 점을 상상해봤다. 제 성격과 다르긴 하지만, 사실 저도 단절된 삶을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사는 게 좋은지 생각해봤고 (진아처럼 타인과) 단절된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추가 설명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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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와 특히 달랐던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저는 거실을 많이 사용한다.(웃음) 진아는 복도식 아파트에 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는 걸 무서워한다. 그래서 자기 방에만 들어가 있고 모든 것들을 방에서 해결한다. 그게 진아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거 같다”고 비교했다.
콜센터 상담원 역할을 맡으면서 직원들의 광고 전화를 통해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아이폰을 켜놓고 연습을 많이 했다. 콜센터 상담원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 분들의 멘트를 들으며 배우려고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공승연의 둘째 동생의 첫 직장도 콜센터였기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공승연은 “진아의 모습과 행동이 단조롭다. 그래서 메이크업에 신경도 안 썼고 최대한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진아가 옷도 안 사는, (외적인 모습에) 크게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을 모티프로 삼아서 감독님의 옷을 입기도 했고, 현장에서는 분장팀의 옷을 입기도 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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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인 꾸밈을 지양했다는 공승연은 “최대한 꾸미지 않으려고 했다”라며 “관객들이 진아의 모습을 느끼셔야 하기 때문에 미세한 감정 표현에 집중했다. 그게 연기하기 힘들었지만 현장에서 편집본을 보며 흐름을 따랐다”고 짚었다.
진아는 홀로 밥을 먹고, 홀로 출퇴근 하며, 직장에서 잠시 짬이 날 때도 담배를 피우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외로워보이면서도 고독을 즐기는 공승연의 얼굴이 새롭다. “이 영화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담배를 버리는데 아주 행복했다. 사실 흡연 연기가 되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근데 영화를 보면서 제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너무 어색해 아쉽더라. 그 흡연 장면은 다시 찍고 싶다. 저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공승연에게 '혼자 사는 사람들'은 연기에 대한 애정을 일깨운 또 다른 시작이다.
“오롯이 한 편의 작품을 혼자 끌고 가는 경험이 처음이고, 크랭크인부터 크랭크업까지 온전히 함께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배우로서의 어떤 모먼트를 만들어준 거 같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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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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