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가리면 아마 제가 만든 영화인지 모를 거다.”
유하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파이프 라인’(감독 유하, 제작 곰픽쳐스 모베라픽쳐스, 제공 CJ ENM, 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그동안 영화를 8개 만들고 보니 매번 비슷한 스타일이라 이번에는 색다른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하 감독의 '파이프라인'은 땅 밑에 숨겨진 수천 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도유꾼들이 펼치는 팀플레이 범죄오락영화. 유 감독이 그간 남성들의 향기가 짙게 밴 정통 액션을 선보였던 행보와 달리 ‘파이프라인’을 통해 신선한 시도를 벌였다. 핏빛이 감도는 누와르가 아닌,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운 빈틈 많은 인물들이 돋보이는, 결이 다른 스타일의 범죄 오락 액션영화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유하 감독은 “오랜만에 신작을 보여드리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하며 “그동안 비슷한 작품을 하다 보니 색다른 영화를 연출해보고 싶었다. 지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많지 않은 예산 안에서, 흥미롭게 담고자 했다. 액션도 이전 작품들과 달리 블랙코미디로 담았다”고 소개했다.
유 감독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개인적으로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말문을 연 유하 감독은 "액션도 늘 좋아하는 단어지만 저는 카니발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축제를 벌이는 건데 사실 버티기, 살기 위해 죽는다는 반어적인 의미들도 있다. 비루한 루저들이 벌이는 카니발 느낌으로 찍었다”고 했다.

“액션도 과거의 작품들처럼 사시미(칼)를 쓰는 게 아니라 블랙 코미디적인 느낌으로 갔다. 그전에는 굉장히 우울했었는데 이번에는 찍으면서도 힐링을 받았다.(웃음)”
이번 작품은 ‘강남 1970’(2015) 이후 6년 만의 신작이다. 그는 “오랜만에 이런 자리를 갖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촬영은 2019년에 끝났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늦어졌다. 지금도 완전히 풀린 상황은 아니라 염려가 되긴 하지만 잘 부탁드린다”고 떨리는 심경을 내놓았다.
손만 대면 대박을 터뜨리는 도유 업계 최고 천공기술자 핀돌이(서인국 분)는 수천 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 분)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한다. 이후 용접공 접새(음문석 분), 땅 속을 장기판처럼 꿰고 있는 나 과장(유승목 분),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 삽(태항호 분),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배다빈 분)까지 이들은 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서로를 속이고 속으면서 처음에 예상했던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유하 감독은 연출적으로 신경 쓴 부분에 대해 “아이템부터 제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10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써서 준비했다. 도유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꽤 오랫동안 준비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작가와 같이 새롭게 시나리오를 써서 2019년도에 촬영까지 완성했다. 이 영화는 그동안의 제 영화와 느낌이 많이 다를 거다. 사실 여덟 번째 영화를 하면서 같은 소재, 같은 매뉴얼대로 하면서 색다른 작품을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송유관 뚫는 건 제가 국내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레퍼런스가 없었다. 설비 같은 건 사진을 찾아봤는데 지하 땅굴이나 드릴핀은 제 상상으로 만들었다. 블랙코미디 느낌으로 과장되게.(웃음) 실제로 그렇게 큰 드릴핀은 없다”라고 첨언했다.

이어 “이 영화는 도둑들이 기발하게 기름을 빼돌리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그것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어떻게 마음을 열고, 가치관이 변화해서 악을 때려잡는가이다. 팀플레이에 초점을 맞췄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관전 포인트에 대해서는 "제가 말한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영화를 본다면 좀 더 즐거운 관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유하 감독의 복귀작 '파이프라인'의 개봉은 이달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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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