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감독 "박찬욱⋅봉준호 작품 다 봤다..큰 빛 즐겼으면"[종합]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21.05.21 09: 50

"큰 빛을 즐겼으면 좋겠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루카’의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화상 21일 오전 9시부터 진행된 화상 컨퍼런스를 통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전했다. 4년의 작업 기간을 거쳐 완성한 작품인 만큼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에게 기대를 당부했다. 
먼저 이날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방금 작업을 다 마쳤다. 지난 4년 이상 너무나 노력을 많이 했다. 드디어 선보일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쁘고 기대가 크다. 우리 영화가 여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름을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라며 ‘루카’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루카’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변 마을에서 두 친구 루카와 알베르토가 바다 괴물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아슬아슬한 모험과 함께 잊지 못할 최고의 여름을 보내는 감성충만 힐링 어드벤처다.
영화 속 바다 괴물 캐릭터는 이탈리아의 어부들 사이에서 전해지던 지역 전설 속 바다 생물체 이야기와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유년 시절의 상상에서 출발했다. 문어처럼 위장과 변신이 가능한 바다 생물에서 영감을 받아 물에 닿지 않으면 인간으로 변하는 바다 괴물의 독특한 설정을 만들어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의 오래된 지도에 그려진 크리처들과 실제 물고기의 과학적인 일러스트 등을 모티브로 디즈니⋅픽사만의 섬세한 그래픽과 생생한 컬러감이 더해져 비주얼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바다 괴물 루카와 알베르토가 완벽하게 구현됐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주제에 녹여 캐릭터에 활용했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루카’를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서 “픽사 영화들은 항상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야기와 관계에 대해서 초점을 맞춘다. 열두살 때 나의 베스트 프렌드를 만났다. 나는 수줍음도 있고 내향적인 아이였는데, 그 친구는 아주 외향적이고 장난꾸러기였다. 내가 성장할 수 있었고, 내가 안주하는 삶을 살았다면 그것을 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였다. 성장, 자아를 찾는데 있어서 우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와 너무나 다른 친구였기 때문에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알게 되면서, 나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어른이라면 옛날 친구 생각이 난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고, 어린이가 봤다면 지금 옆에 있는 가장 친한 친구를 좀 더 고맙게 생각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루카’는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고향인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정취를 담고 있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이탈리아의 풍경이 예고편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이탈리아의 모든 것에 대한 러브레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경으로 이탈리아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 “물론 고향이기 때문에 가장 큰 이유이긴 했다.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여름 해변에는 너무나 특별함이 있다. 그것만의 찬란함이라고 할까. 지리적으로 절벽들도 많으니까 아이들이 거기에서 바다로 뛰어든다. 그런 경험을 다 녹여내고 싶었고, 선사하고 싶었다. 이탈리아의 모든 것에 대한 나의 러브레터라고 할 수 있다. 음식과 음악, 아름다운 경관까지 모든 것에 대한 나의 찬사가 들어간 작품”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루카’만의 회화 기술에 대해서 아이들의 감성이 주는 따듯함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우리가 보는 실제 회화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이들의 장난기와 유쾌함도 그런 따사로운 색감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아주 풍부하게 표현됐으면 했다”라며, “그런데 사실 애니메이션을 컴퓨터로 작업하다 보면 디테일이 다 드러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나는 사실적인 것을 원하지 않았다. 좀 더 표현이 풍부하게 드러나기를 원했다. 그래서 좀 더 단순화시키기를 원했다. 동시에 그 세상에 들어가서 완전히 몰입하고. 그런 작업을 통해서 2D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과 같은 서정성을 그대로 3D로 옮겨왔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루카’는 바다 괴물이라는 캐릭터로 신선한 매력을 주고 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풍부한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캐릭터다. 캐릭터들을 위해 이구아나의 움직임을 관찰하기도 했다고.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바다 괴물 캐릭터 설정에 대해서 “바다 괴물인데 아이다. 바다 괴물이지만 어린 아이라는 캐릭터가 흥미로울 것 같았다. 나도 어렸을 때 어디에 섞이지 못하고 내 자신이 못났다고도 생각하기도 했다. 그 친구하고도 마음이 맞았지만 우리 둘 다 아웃사이더였다. 꼭 지켜야 하는 비밀을 가진 바다 괴물 아이라는 설정이 10대 초반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 알베르토의 이름을 영화 속에 그대로 사용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이 작품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 
그는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친구 알베르토와의 우정에 대해서 “정말 열정적이고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친구였다. 가족들이 집에 오래 머물지 않아서 자기 마음대로 할 시간도 많고 자유로운 친구였다. 그에 비해서 나는 온실에서 크는 화분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 친구하고 지내면서 내 버블을 깨고 나가서 내가 정말 생각하지도 못할 일들을 마음껏 하곤 했다. 어떤 때는 위험한 일과 장난을 감행하기도 했다”라며, “그 친구하고 지내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법을 배웠고, 기회가 있을 때 용기 있게 도전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내가 미국까지 와서 도전도 해보고 실험도 해보고. 그래서 지금의 내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전했다.
친구 알베르토 뿐만 아니라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도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자라면서 8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과 같이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좋아했다. 특히 ‘미래 소년 코난’ 시리즈를 즐겨봤다. 두 친구가 나오는데 내 영화에서도 오마주를 하고 있다. 모험이나 코난이 친구 덕분에 힘을 받아서 모험을 떠나는 것 등이 우리 영화에 녹아져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야자키 하야오가 너무나 많은 명작을 쏟아냈기 때문에 어떤 한 작품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서 가장 좋아했던 점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아이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사물,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경이에 차 있다. 아이가 작은데 숨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눈이 너무 좋다. 그런 것을 표현하는데는 처음으로 물 밖에 나나가는 바다 괴물이 완벽한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주인공을 통해서 우리도 다시 한 번 세상을 경이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된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루카’를 작업하면서 느꼈던 큰 빛을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나는 한국 영화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도 다 챙겨 봤고 좋아한다”라며, “‘루카’를 작업하면서 우리에게는 빛이었다. 이 빛을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여러분들도 우리가 느꼈던 만큼 큰 빛을 즐겼으면 좋겠다. 절벽에서 푸르디 푸른 바닷 속으로 뛰어드는 그런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루카’는 다가오는 6월 개봉된다. /seon@osen.co.kr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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