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여제'. 대한민국 펜싱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지연(33)의 애칭이다. 한국 펜싱 최초 올림픽 여자 금메달 리스트이자, 아시아 첫 올림픽 샤브르 금메달리스트로 '살아 있는 전설'로 비유되는 김지연은 어쩌면 자신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 모르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로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펜싱은 무엇보다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지난 10년 간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야기가 김지연의 '2012 런던올림픽' 미국의 마리엘 자구니스와 4강전이다. 5-12로 크게 뒤쳐지며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김지연은 10-13으로 격차를 좁혔고, 13-13 동점을 거쳐 15-13 대역전승을 거뒀다. 역전패를 당한 자구니스는 3-4위전서도 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 샤브르의 이변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김지연의 정신력과 승부욕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일화이다. 지난 1년은 그에게는 또 다른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 한 해였다. 지난 해 2월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큰 고비를 맞기도 했다.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개막 예정일에 앞서 7월까지 부상 회복을 위해 재활에 매달리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쿄올림픽 개막이 1년 연기됐지만, 여전히 올림픽 메달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펜싱 여자 샤브르 대표팀의 간판 김지연을 최근 서울 가락동에서 만났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위해 잠시 귀휴한 그는 짧은 휴가 기간에도 운동을 쉬지 않고 오는 7월 열릴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다.

"작년에 올림픽이 열렸어야 하는데, 코로나로 1년이 연기됐고,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아킬레스건이 완파됐다. 올림픽을 위해서 공격적으로 재활을 하면서 올림픽만 바라봤다. 올림픽이 뒤로 밀린다면 천천히 재활했어도 됐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도 있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해서 더 준비를 잘하고 싶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그의 악바리 기질은 시작부터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22살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지만, 좀처럼 국제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8명의 국가대표를 선발해 상위랭킹 4명에게 주어지는 단체전 출전 자격은 좀처럼 그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김지연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자비를 들여 스스로 나선 2011년 3월 모스크바 그랑프리에서 파란을 일으키면서 세계 강자들을 제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후에도 중국 톈진 그랑프리와 이탈리아 볼로냐 월드컵 8강의 성적을 내면서 단숨에 세계랭킹을 174위에서 11위로 끌어올리면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렸.

김지연은 아킬레스 부상 당시 국가대표 초창기 기억을 떠올리면서 마지막 대회가 될지 모르는 이번 올림픽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4년 뒤를 기약하기 보다 스스로를 채찍질해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당시에 의사선생님이라 주변 관계자들 분들이 '가망이 없다'이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그렇지만 난 내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4년 간 준비했기 때문에 끝까지 잡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당시에 세계랭킹 5위 정도였고, 다음 올림픽에서는 나이가 37살이라 뛸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재활의지를 끌어올렸다."
한 번만 나서도 대단하다는 올림픽 출전이 어느 덧 세 번째 앞둔 상황에서 그는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원하는 성적을 내고 싶다. 두 번째 올림픽이었던 리우에서는 부담감이 커서 실력 발휘를 다 하지 못했다. 후회가 많이 남는 대회라 이번에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지연은 지난 3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샤브르 월드컵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오랜만의 국제 대회서 올림픽을 위한 일종의 예행연습 한 상황. 개인전 성적은 10위로 아쉽지만 실망하기보다 유종의미를 거두고 싶다는 의지를 더욱 다졌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즐겁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특히 지난 대회는 더 즐거웠다. 부담보다는 즐기면서 대회에 임하는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번 대회 목표는 2관왕이다".

마지막으로 김지연은 한국 펜싱의 대중화를 희망하면서 이번 도쿄올림픽 출사표를 던졌다.
"펜싱은 비인기 종목이라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펜싱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림픽 메달은 신이 준다'고 하는데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는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한 점 부끄럼없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응원해주시는 그 힘으로 대회에 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한국 펜싱이 대중화가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 scrapper@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