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김의성 "19금인데도 높은 수위, 이래도 되나 싶었다" [인터뷰②]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1.05.31 08: 19

김의성이 '모범택시'의 초반 자극적인 장면를 언급하면서, 본인도 높은 수위에 놀랐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는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주연 배우 김의성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모범택시'(연출 박준우, 극본 오상호, 제작 스튜디오S·그룹에이트)는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으로 동명의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29일 종영한 '모범택시' 16회에서는 김도기(이제훈 분)가 자신의 모친을 살해한 진범이자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오철영(양동탁 분)에게 복수하고자 그의 아들을 뒷조사했지만, 고달픈 삶을 사는 한동찬(류성록 분)을 보고 포기했다. 강하나(이솜 분)는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김도기의 죄를 눈감아줬고, 무지개 다크히어로즈는 다음을 기약하며 공식 해체했다. 1년 뒤, 오철영의 재심을 비롯해 빌런 백성미(차지연 분)와 구석태(이호철 분), 구영태(이호철 분) 쌍둥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렸고, 오철영은 20년간 자신을 대신해 옥살이한 피해자 김철진(전석찬 분)에게 사죄했다. 백성미는 징역 20년, 구석태와 구영태는 무기징역에 처하며 시원한 사이다 결말을 안겼다.
'모범택시' 마지막 회 시청률은 수도권 16.6%(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15.3%, 순간 최고 시청률 18%를 기록해 주간 미니시리즈 1위에 올랐다. 이는 SBS 역대 금토드라마 중 '펜트하우스2', '열혈사제', '스토브리그'를 잇는 4번째로 높은 수치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의성은 극중 묵직한 리더십과 타고난 친화력을 지닌 리더 장성철로 분해 무지개 운수 팀이 벌이는 사적 복수 대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졌다. 표면적으로는 범죄 피해자 지원 재단인 파랑새 재단의 대표를 역임하며 대외적 이미지를 쌓고, 검찰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 수사 정보를 얻어내는 등 아슬아슬한 연막작전의 선봉에 서서 긴장감을 자아냈다. 동시에 피해자와 그 가족을 보살피는 다면적인 연기를 통해 중심 서사를 이끌었다. 
김의성은 "우리 감독님의 과감한 기획을 보고 '이래도 되나' 싶었다"며 "표현 수위나 현실 범죄와 너무 가까이 맞닿아 있는 점은 걱정됐지만, 시청자들이 어린이가 아닌 이상 현실에서 해결되지 않은 범죄를 카타르시스 통로로 생각해 주셔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 다행히 '모범택시'에서 뛰어나오신 분은 없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연출을 맡은 박준우 PD는 과거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활약했으나, 드라마 PD로 활동 영역을 옮겼다. 당시 '그알' PD로 일하면서 직접 취재하거나 알게 된 내용들이 이번 '모범택시'를 연출할 때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성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통쾌하다기보다 '완전히 알려진 사실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괜찮나?' 싶더라. 그런데 그마저도 감독님의 특징이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 출신이라서 오히려 그런 디테일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알'를 본 다음에 답답한 일을 '모범택시'가 해결하는 듯한 구조라서 그런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사적 복수 대행극인 '모범택시'는 실제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가져오면서 초반 1~2회가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다. 김의성도 대본을 읽어서 미리 알고 있었지만, 드라마에 담긴 표현 수위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1회에서 장애인 주인공을 가둬 두는 장면이 있었는데, 장애인에 저항하지 못하는 약한 여성 캐릭터라서 '아무리 악행이지만 이걸 보여줘도 되나?' 싶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그런 생각도 들었다"며 "그런데 2회에서 똑같이 갚아주니까 폭발하는 쾌감이 있더라. 그 지점에서 시청자들과 약속을 맺은 것 같다. '앞으로 우린 이렇게 할 거야'라고 얘기했고, 시청자들도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열광적으로 좋아해 주시고, 계속해서 응원해 주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평소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할 때가 있었다는 김의성은 "음주운전을 해서 사람이 죽었는데 벌금만 내는 게 말이 안 된다. 미국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다치면 살인죄로 처벌한다. 20년은 족히 살아야 하는데 3년 밖에 안 살거나, 죄를 지었는데도 구속되지 않으니까 빈틈이 많다고 느끼고, 대중은 법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런 세태에 이런 사적 복수가 쾌감을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빈센조'와 같은 시기에 나와서 서로 잘 됐는데, 공권력에 대한 아쉬움을 드라마가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 hsjssu@osen.co.kr
[사진] 키이스트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