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라는 제목을 곱씹어보면, 곧 멸망이 주인공인 드라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사를 차지게 소화하는 서인국에게 여심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지사.
어느 날 술에 취해 그냥 다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탁동경(박보영 분)의 말 한마디에 달려온 멸망(서인국 분). 상상도 못했던 훈훈한 실체와 귀여운 인간의 만남이 어느새 사랑으로 번지고, 말도 안 되게 이들은 평생을 약속하게 됐다.
사라지는 모든 것의 이유가 되는 멸망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목숨을 내건 인간의 판타지 로맨스. 긴 제목의 도발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호기심을 안기며, 기대 섞인 관심을 갖게 한다.
지난 1일 방송된 tvN 월화극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극본 임메아리, 연출 권영일 유제원)에서는 탁동경과 멸망이 오해를 풀고 사랑을 약속하는 모습이 담겼다.
탁동경이 멸망에게 “나에게 계속이라는 시간이 없다. 같이 살자. 계속 같이 살자”라고 고백하는 모습은 향후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이어 “내 불행은 너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이 여자 제 정신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판타지임을 감안하면 의심보다 설렘이 앞선다. 결국 멸망과 인간은 존재의 다름을 부정하고 같이 살기로 약속했다.
인간도 아닌 멸망의 존재감은 회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한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순간이동, 예지, 텔레파시, 투시 등 초능력이 가능한 멸망이 눈앞에 펼치는 찰나의 순간은 매번 황홀경을 안긴다. 앞으로 또 어떤 그림을 보여줄지 기대될 정도.
갑자기 벚꽃길이 열리고, 두 개의 집이 하나로 연결된 것은 현실에서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지만 ‘멸망’이 하면 이해가 간다.
멸망을 표현하는 서인국의 눈빛과 목소리가 판타지 로맨스의 중심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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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멸망'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