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무명 시절을 이겨낸 노력형 천재 배우 박정민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떴다.
2일 오후 방송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박정민은 “충무로 캐스팅 0순위. 재능과 노력 모두를 겸비한 배우”라는 소개를 받으며 나왔다. 그를 본 조세호는 “’응답하라 1988’ 때 인상 깊었다”고 반가워했다. 이 말에 박정민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힐링 드라마라 나쁜 사람이 안 나오는데 시리즈 통틀어 가장 나쁜 역할을 연기했다. 욕 많이 먹었다”고 회상했다.
알고 보니 그는 학창시절 수재였다. 박정민은 “중학교 때까지 전교권에 있었다. 명문 고등학교 출신인데 내신이 좋아서 갔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못하면 엄마한테 혼났다. 고등학교 때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서 영화과를 지원했는데 한예종에 떨어졌다. 그래서 수능을 보고 고려대에 갔다”고 쿨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고려대에 간 다음 자퇴하고 한예종에 다시 지원했다. 부모님이 한 번 잡으셨지만 이미 자퇴서를 낸 후였다. 하지만 고대 자퇴하고 후회도 했다. 취소 되는지 전화 문의도 했다. 재능이 없다는 걸 느껴서 전 학교에 다시 갈까 싶었다. 저는 평범하게 자라서 공부 열심히 하다가 대학에 왔는데 한예종사람들을 내가 뛰어넘을 수 없겠구나 피해의식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그는 배우가 됐다. 박정민은 “부자 친구가 있었다. 아버지 별장이 있어서 놀러 갔는데 술 취한 아저씨들이 계셨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나온다더라. 그 아저씨가 박원상 배우였다. 보니까 극단 차이무 단원분들이었다. 그 아저씨들과 3박 4일을 놀았다. 그렇게 배우라는 직업에 매료됐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고대에 자퇴하고 한예종에 들어가기 전 6개월 시간이 있었다. 국내 여행을 다니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그 아저씨가 생각났다. 만나야겠다 싶어서 고민하다가 남부터미널에 내렸는데 그분 얼굴이 박힌 포스터가 보이더라. 극단 차이무 공연 포스터였다. 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극단에 놀러갔다가 스태프가 됐다. 그렇게 연극과에서 연기과로 전향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에게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알려 준 박원상은 특별한 존재였다. 박정민은 “저한테 ‘열심히 해’, ‘희망을 잃지 마’라고 미래를 기약해 준 사람이 없었는데 박원상 선배만 ‘너 지켜볼 테니 잘해라’ 그러셨다. 정말 큰 힘이 됐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봐 준다는 게 고마운 일이더라”며 활짝 웃었다.

그렇게 박정민은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했다. 그는 “뛰어나게 연기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는데 캐스팅이 됐고 작품이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촬영 때 저는 긴장을 너무 했고 이제훈의 에너지에 압도 당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온 내 자신이 한심하더라. 첫날 그 자극이 없었다면 그 영화가 나오고 나서도 저 역시 주목 못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나 ‘파수꾼’ 이후로도 박정민은 5년여 동안 무명생활을 버텨냈다. 그는 “사실 5년이라는 시간이 저한테는 꽤 길었지만 누군가한테는 짧은 시간일 수도 있어서 내세울 때 창피할 때가 있다. 하지만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될 놈은 된다는데 난 안 되는 놈인가 싶었다.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린 5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배우는 뭘 연습해야 하나? 자학을 하고 냉소적인 사람이 됐다. 그만하고 유학을 가려고 했다. 오피스텔 전세금을 빼서 도망을 가야겠다 싶었는데 그때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이준익 감독님 영화 캐스팅 전화였는데 안 믿었다. 저를 알리가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제안을 받았고 그게 결과가 좋았다. 바로 ‘동주’였다”고 설명해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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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 퀴즈 온 더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