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팬들에게 "이겨내겠다"던 故 유상철 감독,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
OSEN 이승우 기자
발행 2021.06.08 05: 24

유상철 감독이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팬들과 마지막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유상철 전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난 7일 오후 7시경 사망했다. 향년 50세. 인천 감독 재임 시절인 지난 2019년 11월 췌장암 판정을 받은 유 감독은 인천 서포터를 비롯해 많은 축구 팬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끝내 눈을 감았다. 
유상철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조별리그 첫 번째 상대인 폴란드를 상대로 강력한 중거리포로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유 감독의 득점으로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사상 첫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췌장암 투병 중 사망한 故 유상철 감독. /dreamer@osen.co.kr

한국 축구팬들에게 유상철 감독에 대한 가장 최근 기억은 2019시즌 인천을 다시 한 번 K리그1에 잔류시킨 것이다. 2019년 5월 최하위 인천에 부임해 소방수로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시즌을 10위로 마무리했다. 
유상철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2019시즌 최종 라운드 전까지 강등 위기에 몰려있었다. 당시 최종 라운드 직전 순위는 10위로 잔류권이었지만 승강 플레이오프로 향한 11위 경남FC과 승점 차이는 단 1점이었다. 유 감독은 암투병 중에도 최종 라운드 경남 원정에서 0-0으로 경기를 끝내며 1부리그 잔류를 확정했다. 
유상철 감독이 세상을 떠나자 당시 경남과 경기 종료 후 인천 팬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 다시 이목을 끌었다. 유 감독은 당시 주관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창원축구센터 원정석을 가득 메운 인천 팬들에게 “우리 홈인줄 알았다. 선수들이 기죽지 않게 해줘서 정말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인천이 한 계단씩 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유상철 감독은 인천 팬들과 약속을 지키겠다 다짐했다. “부임한 뒤 팬들과 한 (잔류) 약속을 지켰다는 게 가장 먼저 생각 났다”라고 말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기적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힘들더라도 의지를 갖고 이겨내서 약속을 지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전했다. 
유상철 감독은 2020년 1월 초 결국 인천을 떠났다. 당초 구단은 동행하겠단 방침을 세웠지만 유 감독이 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직접 사의를 표했다. 인천은 유 감독을 명예 감독으로 선임하며 예우를 다했다. 유 감독은 “마지막 남은 약속을 지켜달라는 팬 여러분의 외침에 보답할 수 있도록 반드시 완쾌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라는 고별사를 전했다.
애석하게도 유상철 감독의 마지막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됐다. 힘겨운 항암 치료를 잘 이겨내면서 방송 출연 등 대외활동까지 가능할 정도로 회복했다. 2020시즌 도중 인천에 다시 한 번 강등 위기에 몰리자 감독 복귀 의지를 보일 정도로 팀에 대한 애정도 강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SNS
유상철 감독이 인천 감독으로서 보낸 시간은 짧았지만 팬들과 약속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너무 빨리 축구 팬들을 떠난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다. /raul164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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