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유상철 감독님, 편히 잠드소서.
유상철 전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난 7일 오후 7시경 사망했다. 향년 50세.
인천 감독 재임 시절인 지난 2019년 11월 췌장암 판정을 받은 유 감독은 인천 서포터를 비롯해 많은 축구 팬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끝내 눈을 감았다.

2019년 11월 유 감독의 췌장암 소식이 알려졌다. 그는 위중한 상황에서도 인천의 잔류를 위해 자신의 병세를 감추기도 했다.
유상철 감독의 몸 상태가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2019년 10월 19일 성남 FC전이었다. 그전에 황달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성남전서 너무나 수척한 얼굴로 나타났다.
결국 성남전이 끝나고 나서 인천 구단에서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4기라고 발표했다. 그의 병세가 알려지고 나서 바로 만난 상대는 수원 삼성.
당시 수원의 사령탑은 유상철 감독의 1971년생 동갑내기 이임생 감독이었다. 두 사람은 연령대별 대표팀부터 국가 대표팀까지 함께 한 절친한 친구였다.
성남전이 끝나고 병원에 입원했던 유상철 감독은 수원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사실 꼭 돌아오겠다고 선수들에게 약속했다. 다행히 약속을 지켰다"라고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의연한 친우를 본 이임생 감독은 "사실 상철이에게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냥 안아주기만 했다. 그래도 경기에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이임생 감독은 유상철 감독이 힘든 상태로 벤치를 지키는 만큼 수원 선수들에게 골을 넣어도 세리머니를 자제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로 타가트가 선제골을 기록한 이후 세리머니를 하며 들뜬 모습을 보이려고 하자 도움을 기록한 전세진이 다가가 감독의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0-1로 끌려가던 인천은 후반 맹공을 퍼부은 끝에 후반 추가시간 명준재의 극적인 골로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거둔 승점 덕에 인천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리그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다.
승부가 끝나자 이임생과 유상철 감독의 감정이 터져나왔다. 평소 생김새와 달리 잔정이 많다는 소리를 듣는 이임생 감독은 기자 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임생 감독은 인터뷰에서 유상철 감독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상철이가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자리를 떠났다.
의연한 태도를 유지하던 유상철 감독도 친우의 마음에는 애틋한 감정을 표했다. 그는 "오랜 친구다. 덩치는 큰데 마음이 너무 여리고 눈물도 많은 친구"라면서 "임생이가 내 걱정을 하는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선수단이 퇴근하는 곳에서 유상철 감독의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물과 함께 퇴장했던 이임생 감독은 유상철 감독과 가족에게 다가가 몇 마디 말을 건네며 포옹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친우를 위해 울었던 이임생 감독, 그리고 그런 친구의 마음에 애틋했던 유상철 감독. 그날의 추억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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