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생겼다' 이영진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 잘 늙었으면 좋겠네요"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1.06.09 16: 04

배우 이영진이 ‘목표가 생겼다’를 통해 또 하나의 목표를 돌파했다.
이영진은 지난 2일 OSEN과 만나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종영한 MBC 4부작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극본 류솔아, 연출 심소연) 종영 소감과 김유미 역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목표가 생겼다’는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행복 망치기 프로젝트'를 계획한 19세 소녀 소현(김환희)의 발칙하고 은밀한 작전을 담은 드라마로, 2020년 MBC 극본공모전 당선작이다.

극 중 이영진은 자녀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알코올 중독자이자 소현의 엄마 김유미 역을 연기했다. 자녀에게 무관심으로 일관된 전에 없던 ‘알코올 중독 엄마’ 김유미를 미묘한 감정선과 섬세한 연기로 풀어내며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또한 극 후반부에서는 딸을 위해 알코올 중독 치료 등 점차 노력하는 모습으로 서툰 엄마의 모성애를 완벽하게 표현해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영진은 ‘핸드메이드 러브’, ‘메모리스트’, ‘닥터탐정’, ‘위대한 유혹자’, ‘배심원들’ 등 각종 매체를 불문하고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완벽 소화하는 등 배우로서의 저력을 발휘해왔다. ‘목표가 생겼다’를 통해 여전한 저력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며 ‘배우’ 이영진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
▲ ‘위대한 유혹자’ 정나윤→ ‘목표가 생겼다’ 유미
이영진이 엄마라는 캐릭터를 한 건 ‘목표가 생겼다’가 처음은 아니다. ‘위대한 유혹자’ 때도 엄마 역을 연기했는데, 그때 역시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엄마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는 “‘위대한 유혹자’ 때는 친딸이 아니고, 철없는 모델 출신 엄마, 애정을 딸에게 갈구하는 모습이 있었다. ‘목표가 생겼다’에서는 다 큰 딸을 둔 엄마 역이었는데 어떻게 표현하지라는 지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영진은 “원래 대본에서는 드라마틱하게 모성애가 끓는 모습으로 변화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모습이 국민 엄마라고 불리는 배우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감독님이 왜 나를 생각했지라고 의아하기도 했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미팅 때 감독님께서 이소현(김환희) 중심으로 글을 써서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고 했고, 수정 대본을 기다렸다. 크게 변할까 싶었는데 많이 바뀌었다. 수정 전에는 이름만 유미이고 엄마였는데, 바뀐 대본에서는 엄마가 아닌 유미로 보였다. 유미라는 캐릭터에 좀 더 집중해서 보니 할 수 있겠다나는 생각이 들면서 욕심이 생겼다. 흡입력이 있는 대본이라 참여하고 싶었는데, 모험 아닌 모험을 시도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영진은 “보통 드라마에서 엄마라는 인물이 이름으로 존재하지 않고, 어쩌면 판타지일 수 있는 무조건 희생, 사랑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유미는 엄마이지만 유미에 가까운 엄마여서 더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영진은 알코올 중독자, 삶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유미로 분하기 위해 메이크업도 하지 않을 만큼 열의를 불태웠다. 이영진은 “다크서클은 그렸다. 베이스만 발라도 피부 톤이 올라간다. 생기가 없어야 하는데. 선크림, 베이스들도 빼니 로션 바르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내 민낯이 피폐한 정도는 아니어서 다크서클을 그리며 더 표현하려고 했다. 장점은 준비 시간이 짧다는 것이었고, 단점은 모니터링할 때 내 얼굴을 제대로 못 보겠다는 점 정도다”고 설명했다.
▲ “유미,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유미가 소현을 학대, 방임하는 부분들이 있어 조심스러워야 했다.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이영진은 “유미가 좋은 사람으로 포장되지 않았으면 했다. 그 사람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태도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유미가 미화된 장면은 많이 없다. 특히 학대, 방임 등에 대한 죗값을 받지 않으면 화가 나는데, 다행히 유미가 충분하진 않겠지만 죗값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영진은 “유미가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비호감이 안되려면 잘못한 댓가를 치르고 나아지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서 수감 생활을 한 것도 중요했고, 경찰, 검찰 조사를 받는 게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 건 유미가 스스로 치료 센터로 향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지켜야 하는 선이 작품에 보여졌다”고 덧붙였다.
유미 역을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존재감을 각인시킨 이영진. 그는 “만약 ‘목표가 생겼다’가 시즌2로 나온다면 유미는 치료를 받고 있는 중간부터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은 치료는 받으면서도 정신을 못 차렸는데, 시즌2가 나온다면 아르바이트하면서 치료 받는 중간에 재영이 소현과 화해할 수 있는 자리나 기회를 마련해주지 않을까 싶다. 인간 답게 사는 모습 보여드리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 “‘곡성’ 봤는데…그 김환희가 벌써 성인, 놀라워”
이영진은 유미의 딸, 소현 역을 연기한 김환희와 호흡에 대해 “다 큰 딸이 있는 엄마 캐릭터여서 ‘내가 나이 들어보이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그 딸이 김환희라고 해서 ‘다 큰 애 아니잖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스무살이고, 대학생이더라”며 “‘곡성’ 때의 얼굴이 남아있는데 성숙한 느낌도 들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환희가 많이 어른스러웠다.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면도 있었다. 나보다 연령대가 어린 친구들을 만나면 줄임말도 많이 알아야 하고, 그 세대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것도 있었는데, 김환희와는 크게 갭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며 “대화하거나 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아도 될 만큼 편안했다. 어른스러운 면도 있어서 편하고, 좋았다”고 덧붙였다.
▲ “잘 늙었으면, 잘 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목표가 생겼다’를 마치면서 이영진에게 생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 이영진은 “큰 목표는 아니고, 일적으로는 좋은 작품을 하는게 목표다. 좋은 평을 들을 수 있는 작품이 흔하지 않다. 첫 작품 때 영화평이 좋았어서 보통 이 정도 소리 듣나보다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앞으로도 좋은 평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작품에 내가 출연할 수 있는 행운이 있으면 좋겠다. 궁극적으로는 내가 잘 늙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잘 늙는다는 건 많은 부분이 있다. 어느 순간 사람들 얼굴을 보면 40대부터는 살아온 시간이 얼굴에 보이는 것 같다. 그게 아마 누적된 게 아닐까 싶은데, 어떤 표정을 많이 지었고, 어떤 근육을 많이 썼는지가 굳어지고 나타난다. 관상이 과학이라는 건 젊은 세대에 통하는 게 아닌거 같다. 축적된 얼굴 근육 쓰임들이 그게 그 사람의 마음 씀씀이일 것도 같다”며 “내가 막연히 믿고 있는 건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일 것 같다.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나쁜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게 단순히 캐릭터의 표현만 느껴지고 보여지겠지만 그 인물을 표현하는 거에 생각, 살아온 시간, 신념, 태도가 함축적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것들을 하다보면 결론은 ‘잘 살아야 돼’라는 것 같다. 잘 늙는다는 게 부유한 게 아니라 삶을 잘 살다가는 사람이고, 잘 표현하는 배우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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