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 입덕인데…'멸망', 시청률 2%대 안타깝네 [김보라의 뒷담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6.26 19: 10

 요즘 가장 호감이 가는 남자 배우를 뽑으라고 한다면 역시 서인국이다. 과거에는 전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싫어했던 건 아니다.
tvN 월화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극본 임메아리, 연출 권영일·이하 멸망) 속 그의 눈빛과 표정, 말투 등 연기톤을 보고 든 생각이다. 그동안 서인국의 매력을 모르고 살았다가 ‘멸망’으로 입덕한 케이스라고 할까. 
하지만 ‘멸망’의 시청률이 낮기 때문에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깝다. 추천하자면 ‘멸망’ 한 회 분량만 봐도 서인국의 매력에 바로 ‘입덕’할 텐데,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선뜻 꺼내기는 힘들다. 매력적인 배우들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지난 5월 10일 첫 방송된 ‘멸망’의 최고 시청률은 4.4%(닐슨코리아 제공). 8회(2.8%)부터 14회(2.5%)까지 줄곧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종영까지 딱 2회 분량이 남았지만 사실상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멸망’은 인간이 아닌 존재 멸망(서인국 분)과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자 탁동경(박보영 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인간도 아닌 멸망이라는 개념과 죽음을 기다리는 인간이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말이 안 되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사라지는 것들이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고 사랑을 하게 됐다면 조금 설득이 되려나. ‘멸망’을 한 회만 보고 나면 부정적 생각이 달라진다.(물론 개인에 따라 편차는 있다.) ‘만약에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무엇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어떤 것에 집중하게 될까?’라고 한번쯤 고민해보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그래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해보면, 나처럼 닭살돋거나 애교 많은 대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몽글몽글한 마음을 선사해준다는 점이다. 임메아리 작가가 ‘로코의 대가’ 김은숙 작가의 후배답게 달달한 멘트를 작정하고 쏟아부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광대가 승천해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멸망이라는 존재가 드라마에만 있다니, 에잇. 너무 하지 않은가. 서인국이 멸망 캐릭터에 ‘찰떡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대로 녹아들었다. 
물론 멸망과 동경이 펼치는 연애사가 유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이 평소 꿈꿔온 남자의 변치않는 사랑,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마술 같은 일상이 심리를 자극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영원한 사랑을 전시해 뭇여성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것이다. 
‘멸망’에서 가장 영화적인 순간은 바로 인간도 아닌 멸망과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인간의 사랑이다. 변치않고 평생 나 하나만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여자의 욕망을 담아 판타지를 극대화했다. 역시나 김은숙 키즈답다. 이렇게 ‘멸망’은 판타지에서 현실로, 현실에서 판타지로 진입하는 장면을 통해 시청자의 호기심과 부러움을 증폭시키며 사랑의 무한성을 꿈꾸게 만들었다.
유한한 존재의 영원한 사랑 이야기를 강력 추천하고 싶지만, 애초에 말도 안 되는 바람에 설득 당할 시청자들이 많지 않은 모양새다. 웬만해선 납득하기 어려운 존재들의 로맨스…
하지만 낮은 시청률의 원인 중 하나는 밑천이 드러난 여느 배우의 연기가 아닐까 싶다. 억지로 쥐어짜낸 가짜 연기가 보는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방해한다. 한바탕 집중했는데 홀랑 몰입을 깬다. 앞으로 연기 연습 좀 하시길 당부한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멸망'을 보내기 아쉽다. 
/ purplish@osen.co.kr
[사진] '멸망'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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