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이 김서형했다. tvN 토일드라마 ‘마인’을 통해 다시 한번 믿고 본다는 수식어를 입증해냈다. 동성애자 캐릭터로 결국은 여성들의 연대 이야기를 끈끈하게 완성해냈다.
김서형은 28일 오전 서울 강남 모처에서 진행된 ‘마인’ 종영 인터뷰 차 취재진을 만나 “정서현은 서희수(이보영 분)에게 키다리 언니이자 키다리 형님, 키다리 친구 같은 포지션이 좋았다. 연대라는 건 남녀나 계급에 상관없이 생기지 않나. 야망과 욕망 떄문에 생기는 여자들의 질투, 쟁취가 깔려 있을 거라 생각하고 보셨을 텐데 빗나가게 해준 게 연대였다”고 밝혔다.
'마인'은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서형이 그린 정서현은 효원그룹 첫째 며느리로 뼛속까지 성골 귀족인 여인이다. 전통과 막강한 재력을 가진 재벌가 출신으로 타고난 귀티와 품위 그리고 지성까지 겸비한 여성이다. 무엇보다 남편이 아닌 수지 최(김정화 분)를 사랑하는 동성애자라는 설정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김서형은 “효원가는 인간의 군상을 모두 담은 곳이다. 정서현은 그곳에서 서희수 등과 연대하며 제일 기본적인 인간이 가져야 할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아마 희수에게 동변상련을 느꼈던 것 같다. 재벌이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그게 희수와 서현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제가 ‘마인’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성소수자 얘기였기 때문이다. 멜로이기 때문에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사실 대본에서 서현과 수지의 이야기가 더 나왔으면 했다. 성소수자라는 것보다 멜로로 접근했기 때문에 그 갈증에 더 써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작가님이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김서형과 이보영의 만남만으로도 ‘마인’은 시작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KBS2 ‘쌈마이웨이’,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화제를 모은 이나정 PD와 JTBC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 있는 그녀’를 집필한 백미경 작가까지 여성 드림팀이 ‘마인’을 이끌었고 27일 종영까지 찬사를 얻었다.
김서형은 “두 여배우가 나오니 여자 둘의 시기, 질투, 뻔한 스토리로 볼 수 있겠지만 막상 오픈 되면 연대 얘기라는 걸 알아주실 거라 생각했다. 이보영은 현장에서 절 형님이라고 부르며 옆에서 편하게 해줬다. 생각보다 털털하고 애교가 많고 밝다. 반면 전 투박한 편이다. 그런 게 잘 맞았다. 고맙다고 했다. 저한테는 이보영이 멋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사실 대본을 봤을 때 서현의 오지랖을 걱정했다. 다행히 감독님이 편집하니 그렇게 안 보인다고 하더라. 중심이 잡혔다고 해서 믿고 찍었다. 스스로는 수지 최와 멜로에 중심을 두고 가지치기로 효원가 사람들을 대했다. 절절한 멜로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 중심을 두고 연기를 잘해놓으니 나머지 분들과의 연기는 절제하게 되더라”고 부연했다.

김서형은 멜로에 진심인 편이었다. 그래서 ‘마인’이 미스터리한 느낌을 뿜어냈지만 서현과 수지 최만 보면 가슴 시린 멜로로 시청자들이 느끼도록 연기했다. 완급 조절이 가능한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필기하고 분석하고 암기하고 연기해낸 터라 다시 한번 믿고 본다는 수식어를 입증해냈다.
김서형은 “믿고 본다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어쩌겠나.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대중에게 보여주기 이전에 제 자신에게 거는 게 많다. 얼마나 성실하게 바라보냐의 척도다. 그러다 보니 한 해 한 해 벗어나고 고민을 안 하게 되더라. 저는 20년간 이 일을 하며 자수성가했다고 표현한다. 그걸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제 자신을 안다. 힘에 부치는 건 있다. 체력이 달라지니까. 하지만 그 이상의 성실도와 책임감의 척도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아이와의 사랑도 멜로라고 본다. 모성애도 사랑 얘기고 멜로니까. 이성과의 사랑으로 경계선을 얘기하고 싶지 않다. 뭐든 멜로물을 하고 싶다. 아이든, 동물과의 사랑이든. ‘마음이’, ‘각설탕’ 이런 영화도 너무 좋지 않나. 경계선이 없다. 제가 멜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은 다 하고 싶다. 준비하고 있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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