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매와 흥국생명의 기만, 상식과 절차는 어디있나 [오!쎈 이슈]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6.29 11: 03

상식과 절차가 무시되는 그들만의 세상이다. 학폭 논란에 휩사였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그리고 그들의 소속팀 흥국생명은 지난 4개월 가량의 시간 동안 배구 팬들을 기만하면서 비상식적인 절차로 복귀를 준비했다.
흥국생명은 오는 30일 선수 등록 마감일에 맞춰서 이재영과 이다영의 선수 등록을 추진했다. 선수 등록이 순전히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고 선수 보류권 행사를 위한 과정이라는 점을 구단은 누누이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입장과는 달리 우려스러운 상황들이 포착이 됐다. 지난 2월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무기한’의 뜻은 ‘언제든지’로 해석이 될 수도 있었다. 언제든지 자의적으로 복귀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26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가 열렸다.경기에 앞서 진된 시상식에서 올스타에 선정된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이 트로피를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youngrae@osen.co.kr

이다영은 해외 에이전시 홈페이지를 통해서 그리스리그 PAOK 테살로니카와 계약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는 관련 내용이 사라지긴 했지만 국내 코트 복귀에 비난 여론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해외로 도피한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게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은 불허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혔다. 협회의 의지는 완고하다. 이다영의 의지 뿐만 아닌 흥국생명의 의지도 함께 포함되는 사안이다. 이재영은 국내 복귀에 좀 더 힘이 실리는 상황.
학폭 논란이 불거진지 4개월. 이재영과 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과거 학폭 논란에 사과문을 올리며 자숙을 하는 듯 했고 흥국생명과 대한배구협회도 두 선수에게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해당 선수와 기관 중 4개월 전과 같이 오롯이 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협회 뿐이다. 쌍둥이 자매들은 사과문을 삭제하고 학폭 논란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진흙탕 싸움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흥국생명 역시 ‘악마의 재능’을 포기하지 못한채 비난여론을 무릅쓰고 이들의 선수 복귀를 추진하려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이재영과 이다영, 흥국생명은 모든 사람들을 기만했다. 학교 폭력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반성하고 대중들을 향해 용서를 구하는 제스처조차 제대로 없이 코트로의 복귀만 추진했다. 상식도, 절차도 무시되는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왔다. ‘독재자’처럼 군림하며 온갖 악행을 저지른 학교 폭력 피해자들의 발언과 작금의 상황들이 그들이 얼마나 세상을 하찮게 내리깔아 보는지를 알 수 있다. 흥국생명 역시 선수 등록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에서 이미 도를 지나쳤다.
‘여자배구 학폭 가해자 복귀 반대’라는 SNS 계정은 두 선수의 복귀를 반대하는 문구를 담은 트럭이 서울 흥국생명 본사와 KOVO 앞을 오가기도 했다. 팬들의 분노는 4개월 만에 다시 극에 달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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