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새 예능인데,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내의 맛' 판박이인 '와카남' 이야기다.
29일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와카남'이 첫 방송됐다. '와카남'은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의 줄임말로 변화된 시대에 따라 경제력이 높은 아내가 늘어나고 있는 생활 트렌드를 반영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뉴노멀 가족 리얼리티를 표방했다.
그러나 뚜껑을 연 '와카남'에 신선함은 없었다. 부부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형식은 오히려 기존의 관찰 예능들을 답습했다.
특히 '와카남' 겉으로는 걸맞게 아내의 경제력을 강조하면서도 남편들의 가부장적인 폐습은 그대로 남아 답답함을 남겼다. 일례로 여에스더는 남편 홍혜걸의 건강을 위해 시부모까지 인근에 살 수 있도록 제주도에 집을 두 채나 선물했지만, 홍혜걸과 함께 간 주말농장 텃밭에서 혼자만 상추를 땄다. 홍혜걸은 입으로만 여에스더에게 지시하는 한편, 닭장에 들어가 계란 하나 가져오지 못해 '와카남' 출연진에게도 빈축을 살 정도였다.

무엇보다 '와카남'은 지금은 사라진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을 떠올리게 했다. MC인 박명수와 이휘재는 물론 배우 정준호의 아내인 아나운서 출신 이하정, 방송인 장영란 등의 패널과 홍현희와 제이쓴, 홍혜걸과 여에스더 등 출연진조차 똑같았다.
오죽하면 출연진도 오프닝부터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라며 인사와 근황을 나눴다. 이 가운데 유튜브 콘텐츠 '네고왕' 시즌2로 인기를 얻은 장영란이 그 사이 광고를 여러 건이나 찍은 일, 홍현희가 다이어트로 8kg 체중 감량에 성공하며 건강 관리에 힘쓰는 일 등 출연자 개개인을 보면 나름의 유의미한 이야기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신변잡기식의 오프닝 토크마저 아이스브레이킹의 효과 보다는 '아내의 맛' 그림자를 진하게 했다.
그나마 클릭비 오종혁과 아내 박혜수가 '아내의 맛'에서 볼 수 없던 '와카남' 만의 출연진으로 등장하긴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아내의 맛'에서 매회 말이 새 커플을 등장시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국내 예능에서 성공 공식을 답습한다거나, 검증된 출연자를 재등용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아내의 맛'이 불명예스럽게 막을 내렸다는 것. 지난 4월 고정 멤버였던 배우 함소원 가족의 조작 논란 이후 '아내의 맛' 측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시리즈의 문을 닫았다. 다만 당시에도 '폐지'가 아닌 '시즌 종료'라는 입장을 내놔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거센 비판을 받았던 바다.
이쯤되면 '시즌 종료'라는 부실했던 사과가 '와카남'을 염두에 둔 초석이었던 걸까. '아내의 맛' 마지막 녹화 당시에도 방송사 측은 출연진에게 촬영 당일 이 사실을 알려 상도의조차 무시해 논란을 빚었다. 결국 TV조선은 새로운 예능을 선보일 역량도, 문제를 안고서라도 돌아와야 할 '아내의 맛' 시즌2를 표방할 용기도 없는 꼴이다. '와카남'의 게으른 풍경이 사과조차 방만했던 전 시즌 '아내의 맛'을 떠올리게 해 씁쓸한 기시감을 더한다. / monamie@osen.co.kr
[사진] TV조선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