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한 번 치겠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명단이 확정됐다. 김학범 감독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드림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올림픽 최종명단 18인을 발표했다.
도쿄올림픽 남자축구에는 24세(1997년생)까지 참가할 수 있다. 당초 지난해 개최 예정이던 대회가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되면서 연령 제한도 변경됐다. 여기에 나이 제한 없이 선발 가능한 와일드카드는 최대 3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선발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와일드카드의 주인공은 황의조, 김민재, 권창훈이다. 셋은 각각 공격, 수비, 중원에서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황의조와 김민재는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는 데 큰 기여를 해 이번 대회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 역시 올림픽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에서 진행된 소집 훈련에서 처음으로 김학범 감독의 테스트를 받았다. 이번 소집 인원 중 2001년으로 가장 어리지만 전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학범 감독은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먼저 협회 임직원, K리그 연맹, 구단 관계자, 감독님들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각 구단의 도움 없이는 이런 선수단을 구성할 수 없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18명 명단에 못 들었지만 같이 했던 선수들, 우리 축구를 끌고갈 앞길이 창창한 선수들과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무궁무진한 발전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뉴질랜드, 루마니아, 온두라스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오는 7월 22일 오후 5시 일본 가시마에서 뉴질랜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이후 25일 오후 5시 루마니아, 28일 오후 5시 온두라스와 경기를 치른다.

김학범호는 2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된다. 오는 13일과 16일 국내에서 최종 평가전을 치른 후 17일 일본 현지로 출국한다. 13일 평가전 상대는 미정이지만 16일엔 프랑스 올림픽팀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다음은 김학범 감독과 일문일답.
- 와일드카드 선발 기준은 어땠나.
▲ 와일드카드 선발 기준은 취약 포지션, 특히 중앙 수비, 스트라이커의 황의조, 권창훈 선수는 팀에 꼭 필요한 자원이라 생각했다.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김민재는 거취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해결을 했나.
▲ 김민재는 아직 해결이 안 됐다. 이적 관련해 어느 쪽과 협상을 해야할지 찾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해결이 될 것이다. 일단 명단에는 넣어놨다. 추이를 보며 해결방안을 생각해볼 것이다. 김민재가 아직 이런 부분이 해결이 안 됐지만 시간이 있기에 명단에 올려놨다. 꼭 필요한 자원이기에 해결법을 찾을 것이다.
- 본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불확실한 선수 선발에 부담이 있을 것 같다.
▲ 김민재 선수를 확정이 안 됐면 어떻게 할 것이냐 질문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꼭 필요한 선수다. 그에 대한 플랜B는 세워놨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해보자는 생각이다.
- 최종 엔트리에서 가장 고민한 포지션은 어디였나.
▲ 미드필드와 사이드백을 고민했다. 제일 늦게까지 고민했다. 어떤 선수들이 팀에 맞게, 상대에 맞게 최고의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겠냐는 고민을 했다. 미드필드 3자리, 사이드백 3자리를 선발했다. 그 자리가 가장 어려웠다.
- 와일드카드는 병역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았나.
▲ 최고의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서 선발했다. 지금 있는 선수들만 평가한 것이 아니라 상대도 고려했다. 자체적인 경쟁력도 고려했다. 무더운 날씨에 어떤 선수가 적응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병역은 고려하지 않았고, 팀이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고려해 선발했다.
- 김민재가 선발되지 않을 시 플랜B는 있나.
▲ 규정이 조금 바뀌었다. 예비 명단을 50명 이상 추가로 신청해도 된다고 바뀌었다. 경기 24시간 전까지 50명 안에서 누구든지 바꿀 수 있는 4가지 조항이 있다. 그 부분에서 훨씬 더 여유가 생겼다. 만약에 선발이 안 됐다고 해도 그 다음 선수로 이동하는 데까지 문제가 없다.
- 이강인은 어린 나이에도 발탁한 배경은?
▲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될 수 있으면 안 하려 한다. 선수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알다시피 이강인은 재능이 있고, 한국 축구를 끌고갈 선수다.
- 18인 명단 보면 어떻게 평가하는지?
▲ 전력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겠냐는 말씀드리기 힘들다. 팀이라는 것은 하나로 뭉쳤을 때 무한한 힘을 보여줄 수 있다. 팀을 믿는다. 최고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어딘지는 도전하고 싶다.
- 소집 일정은 어떻게 된다. 예비 엔트리 발표를 미룬 이유는?
▲ 7월 2일 파주에서 모인다. 예비 엔트리 4명 의미가 크지 않다. 오늘 22명을 발표하려 했는데 이제 50명 한도에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아마 유럽 쪽에서 차출에 어려움이 있어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 같다.
- 이번 대회 체력과 스피드에 초점을 맞췄는데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 지금까지는 선수들이 얼마만큼 이겨내나 보는 과정이었다면 7월 2일부터는 조직력 강화를 신경쓸 것이다. 선발 명단에서 보셨듯이 우리가 준비할 것은 세트피스 훈련이다. 세트피스에서 득점이 30% 이상 나왔는데 그 부분까지 고려해 선발했다. 남은 기간 수비 조직력을 강화할 것이다. 토너먼트에서 수비가 굉장히 중요하다. 팀에 왼발잡이가 셋이나 포진되어 있다. 그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포인트다.
- 김민재를 2일에 소집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나.
▲ 김민재를 2일에 소집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일단 18인만 모여서 훈련할 예정이다.
- 황의조 차출에서 소속팀과 협의를 어떻게 했나.
▲ 선수의 의지가 좋았다. 내가 복이 있는지 굉장히 고마웠다. 선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설득을 하고 있어서 가능했다. 미리 이야기가 됐기 때문에 오세훈, 조규성을 과감하게 배제할 수 있었다.
- 주장인 이상민 선수가 제외됐는데 향후 주장은 어떤 선수가 맡는가.
▲ 이상민이 그 동안 열심히 주장을 해왔다. 앞으로 올림픽팀을 끌고갈 주장은 정태욱 선수가 될 것이다. 사실 주장이라는 자리가 쉬운 자리가 아니다. 아무리 공을 잘 차도 어떤 선수가 리더감인지 느낄 것이다. 가끔 정태욱에게 주장을 시켜본 적이 있는데 리더십이 있다. 계속 지켜보며 '저 놈은 주장해도 잘하겠다' 생각했다. 아마 잘 할 것이다.
- 선수들의 탈락과 경쟁에 대해 부담이 많았을 것 같은데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나.
▲ 그럴 때가 가장 힘들다. 승부의 세계에서 이기고 지듯이, 선발이 되고 안 되는 것의 차이는 종이 하나 차이도 안 난다. 어떻게 시합을 준비하고 대응할 것인지에 선수가 바뀔 수 있다. 승부의 세계고, 18명만 나간다. 20장, 21장이었으면 진짜 좋았겠다 생각했었다. 제한된 엔트리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방법을 찾았다. 그 선수들도 마음이 아프겠지만 이해해줄 것이라 믿고 싶다.
- 곧 월드컵 예선이 있는데 벤투 감독과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나.
▲ 이야기한 적은 없다. 여러 상황이 있지만 또 여러 문제가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상의하기가 어려웠다.
- 정우영 탈락 이유는 무엇인가. 손흥민 선발은 어떤 식으로 고려했나.
▲ 정우영의 기량이 낫다 안 낫다를 이야기하긴 부적절하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선수임은 분명하다. 손흥민 역시 의사를 표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한 것이다. 최정예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고, 팀을 끌고 나가는 데 있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 병역이 아무래도 부담이다.
▲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말이 안 될 것이다. 그것에 얽매이다 보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그 부분보다는 팀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고려했다. 병역에 관계 없이 필요한 자리에 선수들을 선발했다. 선수들은 말을 안 하겠지만 병역 문제가 개입이 되면 좋은 활약이 나오지 않았다. 좋은 성적을 내면 병역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나 생각한다.
- 런던 올림픽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 선수들에게 "사고 한 번 치자"라고 말했다. 사고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사고 한 번 치겠다
- 걱정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 사실 먹는 것은 걱정이 안 된다. 일본의 기후, 습도, 잔디 등을 걱정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지만 조건이 다르다. 그 부분들이 가장 걱정되고, 어떻게 이겨낼까 고민 중이다.
♢ 도쿄올림픽 대표팀 최종 명단 18인(WC-와일드카드)
FW: 황의조(보르도, WC) 송민규(포항) 이동준(울산) 권창훈(수원, WC) 엄원상(광주)
MF: 김동현(강원) 이동경 원두재(이상 울산) 정승원(대구) 이강인(발렌시아)
DF: 김진야(서울) 김민재(베이징 궈안, WC) 김재우 정태욱(이상 대구) 설영우(울산) 이유현(전북)
GK: 송범근(전북) 안준수(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