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입을 열고 그간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여론은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실추된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재영은 지난달 30일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잘못은 인정하지만, 사실이 아닌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V리그 여자부의 간판스타였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자매는 2020-2021시즌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학교폭력 미투 사태에 휘말렸다. 과거 동창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들이 중학교 재학 시절 수차례 폭력을 일삼았다고 폭로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결국 흥국생명은 자매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대한민국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영구 박탈 징계를 내렸다. 이재영, 이다영도 잘못을 시인하고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다만, 한 피해자의 “자기 분을 못 이겨 칼을 내 목에 댔다”는 폭로에는 선을 그었다. 이재영은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었던 것이지 무릎 꿇고 사과하고 서로 울고 ‘미안하다’, ‘잘못했다’, ‘아니다’라며 잘 풀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게 터졌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칼을 손에 쥐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학교폭력이 성립되기에 억울함을 알리려다가 도리어 좋지 못한 여론에 기름을 들이 붓는 격이 됐다.
이번 쌍둥이사태가 확산된 건 흥국생명의 절차와 상식 없는 대처도 한 몫을 했다. 학폭 미투 사태 이후 불과 4개월이 지난 시점, 흥국생명은 슬그머니 두 선수를 한국배구연맹(KOVO)에 등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논란을 키웠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 등록이 복귀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성난 팬들이 흥국생명 본사와 KOVO 앞에서 이들의 복귀를 반대하는 트럭 시위를 벌이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이재영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4개월 동안 쌍둥이자매의 소명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재영은 “우리가 소명하고 싶어도 괜히 구단에서 시끄럽게 하지 말고 이미지를 생각해달라고 했다. 만일 소명을 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했다”며 “우리는 당연히 구단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만 계속 망가졌고,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지난달 3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선수등록 포기를 공식 발표했다. 흥국생명 박춘원 구단주는 “학교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돼선 안 된다고 깊이 인식하고, 두 선수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피해자들과의 원만한 화해를 기대했으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구단은 두 선수가 현재 선수로서의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미등록하기로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로써 이재영과 이다영은 흥국생명과의 인연을 마감하고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다만, 일파만파로 커진 학교폭력 사태로 인해 이들을 데려갈 팀이 나올진 미지수다. 이재영은 “배구인생은 끝난 것 같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억울한 부분은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