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가 그토록 분노했던 '침대축구', 결국 최종예선서 상대할 수밖에
OSEN 이승우 기자
발행 2021.07.02 05: 58

파울루 벤투 감독이 “아시아축구에 발전 방해된다”라 꼬집었던 ‘침대축구’의 늪에 빠질 지 모른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에서 진행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추첨식에서 A조에 편성됐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함께 A조 속한 팀들은 모두 중동 지역 국가들이다.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이 한국과 월드컵행을 놓고 경쟁한다. 한국은 중동 지역 국가들을 만나 힘겨운 최종예선이 예상된다. 일정상 국가대표 소집 때마다 한국과 중동을 오가야 한다. 

13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0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가 진행됐다.  전반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1.06.13 / soul1014@osen.co.kr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동 국가들의 침대축구다. 전력만 놓고 봤을 때 A조 팀들이 B조와 비교해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났다면 그 자체로 까다로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호되게 당한 적이 많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시작으로 최근 4번의 최종예선에서 모두 이란과 한 조에 편성됐다. 역대 상대 전적은 9승 9무 13패로 열세고, 최종예선에서 만났을 때도 1승 5무 2패를 당했다. 지난 3번의 연속된 최종예선에선 3무 3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이란의 침대축구는 이미 국내 팬들에게 악명 높다. 기본적으로 유럽에 가까운 신체 조건을 갖춘 이란 선수들은 극단적인 수비로 답답한 경기를 만든다. 여기에 사르다르 아즈문(제니트) 등 마무리에 능한 공격수가 있어 수비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만약 이란이 선제골을 만든다면 가벼운 접촉에서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장면은 쉽게 그릴 수 있는 시나리오다. 
13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H조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 타구를 맞은 레바논 선수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2021.06.13 /sunday@osen.co.kr
다른 팀들도 전략적으로 한국을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와 시간 지연 행위를 통해 최소한의 승점을 따내려 할 것이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과거에 한국은 침대 축구의 늪에 빠질 뻔했다. 
한국은 지난 6월 13일 고양서 열린 월드컵 2차예선에서 레바논을 상대했다. 레바논에 선제골을 내준 후 한국은 전반 내내 상대의 고의적인 시간 지연에 시달렸다. 벤투 감독은 상대의 침대 축구에 대해 강력하게 어필했다. 침착함을 잘 유지하는 평소와 달리 매우 흥분한 모습이었다. 
경기 종료 후 벤투 감독은 “시간 끌기 작전에 특별히 대응할 부분은 많지 않다. 인플레이 상황이 아닐 때 나오는 부분은 대응할 수 없다”라며 “만약 이런 게 최종예선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이라면 아시아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상대 플레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결국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어쩌면 매경기 극단적인 수비, 고의적인 시간 지연 행위 탓에 하고자 하는 축구를 시도조차 못할지 모른다. 벤투호가 지저분한 침대축구의 늪에 빠지지 않을 방법은 분명하다. 빠른 시간 안에 선제골을 터뜨리는 것이다. 골을 허용한 이상 상대가 수비에만 치중할 수는 없다. 빠르게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공격 패턴과 만약을 대비한 플랜B 준비는 필수적이다. /raul164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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