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랑종’을 기획 제작한 나홍진 감독이 “(제가 집필한) 글을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님에게 맡기면 영화가 잘 나올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은 2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CGV 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랑종’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태국으로 배경을 설정한 이유는 반종 감독님(이 태국인이기) 때문”라며 이같이 밝혔다.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노던크로스 GDH)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 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 나홍진 감독과 최차원 작가가 원안을 썼고, 태국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나 감독은 “(제가)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원안이 태국으로 가면서) 달라진 차이는 못 느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반종 감독님이 연출을 너무 잘해주셨다는 거다. 감독님이 2년 가까이 취재해서 영상에 잘 담아주신 덕분에 (양국) 무속인들의 행위에 관한 차이만 느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태국에서 올로케이션 된 ‘랑종’은 공포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콘셉트를 채택해 관객들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이에 피산다나쿤 감독은 “나 감독님과 첫 만남은 5년 전 태국 방콕의 문화센터였다. 그때 나 감독님의 ‘추격자’를 상영했었다. 제가 워낙 팬이었기 때문에 그때 제가 그동안 제작했던 영화의 DVD를 모두 드렸다. 5년 후 연락이 오셔서 굉장히 흥분됐고 좋았다. (나홍진은) 저만의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원안을 받았을 때 그동안 제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차원의 영화이기 때문에 하고 싶었다"라고 연출을 맡은 계기를 전했다.
나홍진 감독은 “반종 감독님이 촬영해준 풋티지를 매일 받아보면서 긴장, 걱정도 많이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촬영 상황에 대한 얘기를 꼼꼼히 전달해주셨다. 코로나 때문에 제가 현장에 가지 못했지만, 마치 현장에 가 있는 것처럼 수고를 해주셨다. 저희 영화가 28회차에 촬영을 마쳤다. 완성된 영화의 분량, 이 컷들을 28회 만에 촬영하셨다는 것에 놀라웠다. 풋티지 역시 놀라웠다”라고 연출력을 칭찬했다.
두 감독은 화상인터뷰를 통해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나홍진 감독은 “촬영하면서 느낀 것은 반종 감독님이 엄청나게 집중을 하고, 완벽하게 디자인한 후 들어간다는 거다. 감독님이 연출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연출에 집중하는 동안 저는 서사에 집중을 했다. 촬영 중 발견된 문제를 말씀드리며 서사를 챙겼다. 이게 감독님과 제가 같이 하면서 상호간 얻어낸 이익이 아닐까 싶다”라고 첨언했다.

‘곡성’에서 보여줬던 무속신앙, 무당에 관한 이야기를 ‘랑종’에서도 펼쳤지만, 두 감독은 오히려 '곡성'과의 차별성에 방점을 찍었다고 한다.
나홍진 감독은 “가장 거리를 둬야하는 게 ‘곡성’이었다. ‘랑종’이 ‘곡성'과 흡사해지는 걸 원치 않았다. 무속을 담은 장면이 많았기에, ‘곡성’과 차별을 둬야하는 문제가 있었다. (국내외)지역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해외로 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태국의)울창한 숲과 포장되지 않은 도로가 떠올랐다. 그래서 5년 전에 봤던 반종 감독님이 바로 생각이 났다. 반종 감독님이 다른 나라였다면 아마 그 나라에서 했을 거다. 감독님이 한다고 해주셔서 태국이 무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나홍진 감독은 ‘랑종’의 시나리오를 썼음에도 직접 연출할 마음은 없었다고 한다. “연출을 하면서 (필모그래피에) 반복적인 것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감독만의 색깔이 반복되고 점점 강해져 나갈텐데, 그것을 시그니처로 봐야하는지 (자기복제인지) 고민이 크다. 저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연출할 생각은 없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때문에 저희가 준비한 것들이 무산될 뻔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반종 감독님이 태국에서 무사히 프로페셔널하게 촬영을 마쳤다.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태국의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랑종’은 이달 14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