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에 사죄…김학범은 끝까지 제자들을 생각했다 [오!쎈파주]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21.07.03 04: 52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에게 호랑이로 통하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지난 2일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 22인을 확정하고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했다. 앞서 황의조, 권창훈, 김민재 등 와일드카드 3인을 포함한 18인을 선발했던 김학범호는 갑작스런 FIFA의 엔트리 확대로 이날 안찬기, 이상민, 강윤성, 김진규를 추가 발탁하며 최종 명단 구성을 마쳤다. 대표팀은 오는 13일 용인서 아르헨티나, 16일 서울서 프랑스와 최종 모의고사를 치른 뒤 17일 결전 장소인 도쿄로 출국한다.
김학범 감독은 이날 오후 파주 NFC서 열린 기자회견서 제자들에게 때아닌 사죄를 거듭했다. 올림픽 출전 의지를 밝혔음에도 제외한 손흥민과 엔트리 확대에 따라 추가 발탁한 4명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토트넘 구단의 차출 허락에도 손흥민을 뽑지 않은 그는 "손흥민에게 고맙고 굉장히 미안하다”면서 “처음 확인했을 때부터 의지를 보여줬었고, (구단에) 직접 전화해 허락을 받은 것도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안겨줬던 애제자 손흥을 외면한 건 다름 아닌 부상 우려 때문이다. “나에겐 손흥민을 뽑는 게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럼에도 뽑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선수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손흥민을 존중하고 좋아하지만, 우리의 훈련과 도쿄에서의 경기 일정을 봤을 때 분명히 혹사시켜야 한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 시즌 손흥민이 소화한 경기수와 시간까지 세세하게 언급하며 장고를 거듭했음을 밝혔다. 9월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둔 A대표팀에 대한 배려도 엿보였다.
김 감독은 "올해만 해도 51경기, 3996분을 뛰었다. 향후 우리의 평가전과 경기 일정을 봤을 때 못 뽑더라도 보호해야 했다.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9월 월드컵 예선 등을 앞두고 한국 축구의 인재를 잃어버릴까 밤새도록 회의한 끝에 결정했다. 다시 한 번 손흥민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마음도 굉장히 아프다. 손흥민은 근육질이 정말 좋은 선수인데 프리미어리그를 뛰면서 햄스트링에 이상을 보였다. 스프린트를 하는 선수에겐 취약점”이라며 "앞으로도 누적된 피로로 부상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쉬운 선택을 하지 않고 어려운 선택을 한 건 모든 결정도 내가 하지만, 모든 책임도 내가 지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부상을 입으면 그 책임은 내가 지기 어렵다. 내가 책임질 일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추가 발탁한 안찬기, 이상민, 강윤성, 김진규에겐 "먼저 사죄부터 하려고 한다. 이틀 동안 많은 좌절과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미팅 때 먼저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면서 "선수들에게 ‘순간의 내 선택이 잘못됐다는 걸 보여주는 게 나에게 되돌려주는 일이다’라고 말할 것”이라며 참스승의 미덕을 보였다./dolyng@osen.co.kr
[사진] 파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