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한 방송사 PD와 VJ들은 자국에서 유명세를 떨친 무당 ‘님’(싸와니 우툼마)을 찾아가 그녀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로 한다. 대를 이어 바얀신을 모시고 있다는 님은 동식물, 자연현상, 논과 밭, 잡동사니 등 만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암을 제외하고 원인 모를 병은 모두 고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녀를 마치 신처럼 받드는 사람들이 많다.(*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님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녀의 믿음과 가치관을 영상으로 담는 시간들이 순조롭게 이어진다. 님의 집과 가족들의 생활 공간을 오가며 조용히 무당의 삶에 시나브로 스며들던 시간. 그러던 어느 날 제작진은 님의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평범한 회사원인 그녀는 평상시와 다르게 이상한 행동, 말을 쏟아내고 술을 마시는 횟수, 주량도 전보다 늘었다. 하루하루 이상 증세가 심각해지는 밍. 님은 조카에게 신내림이 이어지고 있다고 짐작한다.

님에게 집중했던 제작진은 신내림이 대물림 되는 과정을 포착하기 위해 밍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추격자’(2008) ‘곡성’(2016) 나홍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배급 쇼박스, 제작 노던크로스 GDH)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 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다. 태국어 ‘랑종’은 무당을 의미한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관객들이 마치 실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안긴다. 그러나 무당 님, 조카 밍, 님이 믿는 바얀신은 나홍진 감독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상상으로 창조해낸 픽션.

나 감독으로부터 원안을 받은 반종 감독은 2년여 간 태국의 무속신앙 및 토테미즘, 샤머니즘 등을 취재해 가상의 바얀신을 만들었다. 반종 감독은 ‘셔터’(2005) ‘샴’(2007) 등 웰메이드 공포물을 선보였던 바. 5년 전 태국에서 만났던 두 사람의 인연이 영화 제작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랑종’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극 초반 님과 밍을 소개한 이후 중반부터 그들의 일상이 느리게 담겨 다소 지루할 수 있다. 러닝타임이 길기도 하지만, 밍의 퇴마를 위해 설치한 카메라의 영상들이 하나씩 공개될 때부터 극도의 서스펜스가 시작된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정서적으로 음산하고 눅눅한, 오싹한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다큐멘터리 특성상 손에 들고 촬영하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이뤄졌기에 생동감과 현장감을 십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핸드헬드 기법이 잦아, 보고 나면 속이 몹시 울렁거려서 토할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중간중간 깜짝 놀랄 것들이 튀어나와 간담이 서늘해진다. 러닝타임이 길지만 그녀들의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멱살 잡혀서 끌려가게 된다.
신내림을 받게 되는 밍 역의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의 연기가 시선을 붙잡는다. 20대 초반 여성의 발랄하고 밝은 성격부터 이상 현상을 겪고 귀신들이 붙은 흉악한 얼굴까지 세 달간 인물이 달라지는 과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랑종’은 ‘곡성’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명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7월 14일 극장 개봉. 러닝타임 1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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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