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망해도 긍정의 힘이 솟아날 것만 같다. 귀여운 외모 뒤에 캐릭터를 향한 단단한 소신을 갖췄다. 넷플릭스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로 두각을 나타낸 신인 배우 신현승의 이야기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약칭 지구망)'는 오늘도 정답없는 하루를 사는 국제 기숙사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웃음을 담아낸 단짠 청춘 시트콤이다. '논스톱', '하이킥' 시리즈를 선보인 권익준, 김정식 PD가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모은 작품으로 지난달 18일 12부작으로 공개됐다. 신현승은 이번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 제이미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7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OSEN과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웹드라마 '오늘부터 계약연애'를 먼저 선보인 신현승이지만 실제 촬영은 '지구망'이 먼저였다. 이에 '지구망'이 그의 데뷔작인 셈이다. 지난해 12월에 일찌감치 '지구망' 촬영을 마친 신현승은 반년 넘게 데뷔작을 기다렸다. 이에 그는 "촬영 끝나고 들리는 게 없으니 막상 실감을 못했다. '내가 나오긴 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다가 직접적으로 작품을 봤을 때 촬영했던 기억을 새록새록 되살리면서 봤다"라고 촬영 소감을 밝혔다.
자연히 주위에서도 축하가 잇따랐다. 함께 배우를 꿈꾸며 연기한 대학 동기들은 '리액션 비디오'까지 찍어 보내줬을 정도라고. 신현승은 "'하이 제이미'라고 장난까지 치는 친구들도 있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만큼 자기 일처럼 축하해주는 분들이 많아 '잘 살았구나'라고 나름 생각할 수 있었다"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지구망'은 신현승에게 데뷔작인 동시에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국 시트콤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던 터. 1998년 생인 신현승은 초등학생 시절 봤던 '하이킥' 시리즈와 '감자별' 등의 시트콤을 떠올리며 기대감을 키웠다. 우연히 촬영을 준비할 때 '논스톱' 시리즈를 TV에서 재방송해주기도 해 열심히 시청하기도 했단다.
특히 그는 캐릭터와 자신의 접점을 쌓아가는 데에 주의를 기울였다. 극 중 제이미와 실제 신현승의 삶에 외적인 요건에 차이가 많았기 때문. 제이미는 어린 나이에 할리우드 스타 바바라 휴스턴의 아들로 입양 갔지만, 실제 신현승은 미국 땅은 밟아본 적도 없었고 심지어 신현승은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에 온 지도 얼마 안돼 제이미처럼 기숙사 생활을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신현승은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 대본 속 제이미는 더 차갑고 상처가 많은 친구였다. 그런데 한 달 동안 리딩 시간을 가진 뒤 많은 변화를 거쳤다. 감독님도 '배우의 매력을 살렸으면 좋겠다'라고 하셔서 원래 제이미가 남들한테 벽을 세우고 더 차갑고 도도했다면, 제가 표현한 제이미는 벽을 세우기보단 낯을 가리고, 처음엔 차갑고 에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는 인물이었다. 결과적으로 실제 성격이 제이미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작품 초반과 후반 제이미의 변화에 대해서도 "제이미가 달라진 게 아니라 낯가림을 벗고 원래의 제이미 성격이 나온 것"이라고 소신있게 강조했다.
단호한 소신과 별개로 신현승은 자신의 데뷔작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아무래도 처음 카메라 앞에 섰던 거라 아쉬움이 엄청 많이 남았다"라며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처음엔 저 혼자, 두 번째는 친구들이랑 다 같이 봤다. 처음 볼 때는 마냥 '이 장면을 촬영했지'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두 번째 볼 때 돼서야 '왜 저렇게 했지?'라고 아쉬움이 들기도 하더라"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상대 배우인 박세완 누나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아무래도 스토리를 주로 끌고 갔던 역할이라면 극 중 현민, 한스처럼 캐릭터 강한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라며 "시트콤으로 따지자면 많은 웃음을 주는 연기도 해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배우들의 열정 덕분일까. '지구망' 시청자들은 시즌2를 희망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지막 회 엔딩 또한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여지를 남기기도 한 터. 신현승은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라고 아쉬워 하면서도 시즌2를 향한 출연 의지를 내비쳤다.
무엇보다 신현승은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다"라며 다음 활동을 기대하게 했다. "계속 비슷한 느낌을 주기 보다는 캐릭터는 비슷하더라도 직업군이 다양하다거나, 그 안에서 재미있는 경험들을 많이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것. 나아가 그는 "처음엔 연기를 한 이유가 '재미있어서'였다. 그 감정이 너무 소중해서 꾸준히 즐겁고 행복하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행복한 사람을 보면 같이 행복해지지 않나. 저도 그런 행복을 드리고 싶다"라고 포부를 다잡았다.
배우가 되기 위해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했던 그의 과거가 미래에 대한 포부에 신뢰를 더한다. 실제 신현승은 고등학교 시절 안경 쓰고, 몸무게도 세 자리 수였던 숫기 없던 학생에서40kg를 감량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워크숍에 합격해 스스로를 증명한 바 있다. '지구망'으로 정산받은 첫 출연료로 서울에 자취집까지 구한 터. 내일 지구가 망하길 바랄 정도로 힘들다는 한국 청년의 '단짠' 생활 속에서도 제이미로 웃음을 준 신현승. 그의 내일은 결코 망하지 않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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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