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배운 게 많았다.(웃음)”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43)이 8일 국내 기자들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예상치 못한 코로나로 인해 촬영 중에는 나 감독님을 만나지 못했지만,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반종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랑종’(제작 노던크로스 GDH, 제공배급 쇼박스)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 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페이크다큐 형식의 영화다. 나홍진(48) 감독이 원안을 기획하고 제작을 맡았다. 태국에서 만났던 인연이 이어져 ‘랑종’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됐다고 한다.
전에 없던 스릴을 선사할 ‘랑종’의 포인트는 태국 샤머니즘 소재다. 연출을 맡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나홍진 감독이 집필한 시나리오 원안을, 태국 현지에 맞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샤머니즘에 대한 심도 깊은 리서치를 진행했다.

그는 나홍진이 쓴 원안을 연출한 계기에 대해 “제가 ‘샴’이란 호러영화를 찍고 공포 장르에 회의를 느껴 한동안 멀리했었다. 근데 그 기간에 흥미롭게 본 영화 중 하나가 나 감독의 ‘곡성’이었다”며 “(‘곡성’에는) 귀신이 나오는 게 아니라, 분위기 자체에서 공포심이 느껴져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동안의 공포영화와 차별화된 호러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 감독님이 제게 제안을 해주셔서 기쁘게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느낀점은 나홍진 감독이 감독으로서 한 차원 높은 사람이더라. 제가 배울 게 많았다. 특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셨다.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높은 파워를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라고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마음을 드러냈다.
‘랑종’은 그러나 수위 높은 장면이 많아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그는 “당연히 그 어떤 감독도 청불 등급을 받고 싶진 않을 터다. 그렇지만 스토리 전개에 필요했고, 메시지를 전달할 장면이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 나 감독님과 제가 각 장면마다 많은 토론을 했다”라고 밝혔다.

“귀신을 본 적도 없고 무섭지 않다”는 그는 “이상하게 여기실 수 있지만 그런 제가 공포영화를 만든다.(웃음) 무서운 걸 오래 생각하지도 않고 잠도 잘잔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랑종’만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는 태국 이산 지역의 이국적인 풍광. 반종 감독은 로케이션 조사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북동부에 위치한 이산 지역을 촬영지로 결정했다.
그는 이날 “연출을 맡게돼 리서치를 하면서 30명의 무당을 만났다. 그들 중 한 명은 제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외국과 협업을 하게 됐지?’라고 먼저 물어본 적도 있어 놀랐다. 질병을 치료하는 무당도 있기도 했다. 제가 (그들의 믿음에 대해)진짜다, 아니다, 설명드릴 수 없지만 그 무당이 그 지방 사람들에게 정신과 의사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고 자신만의 생각을 드러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가이드 라인만 가졌다는 반종 감독. 무당 가문에 벌어진 미스터리한 현상을 담기 위해 제작진과 감독은 캐릭터에 빠진 배우들의 열연을 리얼하게 포착했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대본에 변화를 주거나 배우들에게 자유로운 연기를 주문하고, 때로는 촬영 감독조차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게 하는 등 날것의 반응과 생생한 현장감을 포착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저도 이렇게 작업한 게 처음이다. 배우, 카메라감독도 ‘처음이다’라고 하더라. 나 감독은 ‘카메라맨도 영혼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중요한 말씀을 하셨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리얼리티를 살렸다. 그래서 리허설 없이 가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를 하면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았다. 영화를 찍고 나 감독에게 (현장 편집본, 푸티지)영상을 보내기 전 ‘이게 정말 완벽한가? 괜찮을까?’라는 압박감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도 털어놨다.

반종 감독은 “저는 무서운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기보다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나 감독님에게 제안을 받고, 태국 무속신앙에 대한 리서치를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세계관을 알게 됐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 감독님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좋은 방향으로 협업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14일 국내 개봉하는 ‘랑종’은 예비 관객들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제가 좋은 평가를 기대하며 찍은 건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평가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관객들의 평가에 맡기고 싶다. 연출자로서 아쉬운 점이 전혀 없진 않지만, 반응이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분이 좋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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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