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회 칸영화제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이 자신이 연출한 영화 ‘살인의 추억’(2003)및 ‘마더’(2009)와 관련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7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 뷔뉘엘 홀에서 열린 간담회 ‘랑데부 아베크’에서 “(‘살인의 추억’ 속)실제 사건은 1980년대 말 한국 군사독재가 끝나지 않았을 시점에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랑데부 아베크 행사는 영화제에 참석한 관객 및 취재진과 만나 감독과 배우들이 자신에 대한 열정, 자신에게 영감을 준 것들, 자신만의 예술적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칸영화제 측은 지난 6일 오후(현지 시간) 봉 감독이 특별 게스트로 참석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그는 이날 “영구 미제사건이라, 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건이) 끝나버렸고, 저는 2002년에 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춘재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에서 10명의 부녀자가 강간 및 살해 당한 사건을 가리킨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이형호 유괴사건’과 함께 국내 3대 미제 사건으로 불렸던 바.
이날 봉 감독은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기사가 나온 날, 저도 마음이 심적으로 복잡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 그 사람의 실제 얼굴을 보고 싶었다”라며 “이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눈과 어떤 눈빛을 가진 사람일까 싶어서 (진범을) 계속 생각했다, 꿈에도 나오고 그랬다”고 털어놨다.

봉 감독은 그러면서 “만일 그 진범을 만나게 되면 급한 것부터 물을 질문 리스트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그때는 워낙 심하게 사로잡혀 있었다. 그 자가 지금은 한국 감옥에 있다. 잠깐 만나볼까 생각했지만…만나보고 싶진 않더라”고 말했다.
이어 봉 감독은 “1986년에 첫 사건이 벌어졌고, 2003년에 영화가 개봉해 17년 정도의 텀이 있었다. 2002년에 찍었고 2003년에 개봉하고 2019년에 범인이 잡혔는데, 또 16년 정도의 텀이 있었다. 기묘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여러 가지 루머가 있었다. ‘진범이 감옥에서 영화를 세 번 봤다’는 등의 이야기인데 최근에 경찰에서 말한 걸 보면 ‘영화를 봤는데 별 관심 없고 재미없었다’고 했다더라.”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이유에 대해 “일부러 그렇게 찍은 이유는 혹시 극장에서 범인이 본다면 한이 맺힌 형사와 범인이 눈을 마주치게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라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마더’(2009)에 대해서는 “그 영화를 보고 어머니가 기분이 안 좋으셨다”고 운을 뗀 뒤 “시사회 때 영화를 보셨는데 12년간 그 영화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하셨다. 서로에 터부시한 것도 아닌데 말을 안 하신다”는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이날 그는 극장과 OTT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극장의 위력을 당할 수 없다”며 “극장의 파워풀한 사운드, 화면의 크기, 집단으로 볼 수 있다는 거다. 제일 강력한 지점은 보는 사람이 멈추거나 이탈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기작에 대해 그는 “‘기생충’ 다음다음 작품이 애니메이션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봉준호의 신작 애니메이션은 순수 한국 프로젝트. 심해 생물과 인간들이 얽혀 있는 드라마를 다루는 Full CG애니메이션이다. 그는 현재 차기작인 영어 라이브 액션(실사) 작품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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