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만점에 8점이요.” 이 짧은 대답만으로도 배우 정진운(31)이 자신의 첫 영화 ‘나만 보이니’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코믹 호러를 표방한 영화 ‘나만 보이니’(감독 임용재, 제작 영화사 반딧불, 배급 디스테이션)에서 정진운은 신예감독 장근을 연기했다. 신인 감독인 장근은 온갖 방해와 어려움 속에서도 첫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매진한다.
“저는 열심히 했다.(웃음) 어제 시사회에서 관객들과 영화를 같이 봤는데, 제가 원하는 포인트에서 웃어주셨다. 제가 보기엔 오버하지 않았고 처음인데 이 정도면 훌륭하게 잘했다는 생각이다”라고 자신있게 자평했다.

2008년 가수 2AM으로 데뷔한 진운은 ‘마담 앙트완’(2016), ‘공항에서 생긴 일’(2016), ‘연애 말고 결혼’(2014), ‘드림하이2’(2012)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그는 영화 ‘나만 보이니’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으며 배우로서 초심을 되새긴다.
“군대에서 가장 나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정진운. 지난해 11월 전역한 뒤 곧바로 ‘나만 보이니’의 임용재 감독에게 출연 제안을 받았다고.
정진운은 8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보고 일주일 정도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에 2~3번 정도 읽어 봤다. 바로 결정하진 않았고 또 한 번 읽어보고 재미있어서 감독님을 뵙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출연을 결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임 감독과 만나 영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는 정진운은 “감독님이 영화에 대해 어필을 하진 않으셨다. 시나리오 자체에 자신감이 있으셨던 거다. 감독님이 장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시는데, 유쾌함과 자신감이 공존하시는 분이라서 믿고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근이 신인 감독이긴 하지만, 허세스러운 모습을 잘 살리고 싶었다”는 정진운은 “감독님도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를 해주셨다. 장근이 외치는 ‘컷’의 톤에 신경을 썼는데 그동안 제가 만나뵀던 감독님들이 모두 세련됐다. 옛스러운 분들은 없어서 누구를 따라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감독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로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그는 “오늘 인터뷰 하는 시간을 통해 영화 얘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재미있다. 제가 했던 것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돼서 뜻깊다”고 말했다.

‘나만 보이니’는 정진운이 2008년 데뷔한 후 선보이게 된 첫 번째 영화다. 지난해 12월 초 크랭크인 해 19회차 촬영기간을 거쳐 완성했다고. 주연으로 나선 그로선 부담과 설렘이 공존할 터.
“아무래도 욕심이 났다. 욕심 때문인지 캐릭터 잡을 때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당연히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생각할수록 욕심이 나더라.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조금은 욕심을 내려놓았고, 제가 시나리오를 읽고 상상했던 걸 감독님에게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 의견 제시를 하시면서도 저희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선택과 만드는 과정은 배우의 몫’이라고 하셨다.”
올해 서른 하나, 데뷔 후 13년여 간 쉼 없이 활동을 이어온 정진운의 또렷한 생각과 취향을 들을 수 있었다. 향후에는 연기 활동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도 털어놨다. “개인 활동으로는 연기를 할 거 같다. 음악을 계속하다 보니 일적인 느낌이 많았는데, 물론 연기도 일이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게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2AM으로 인사드릴 예정이다. 작사, 작곡, 편곡까지 다 한다”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군대에 있을 때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정진운은 “제가 어떤 장르가 잘 어울리는지 몰라서 ‘나만 보이니' 이후 스릴러, 오컬트, 액션 장르등 세 작품이나 마쳤다. 저를 어떻게 불러주시든 신경 쓰지 않지만 저를 작품으로 인지해주셨으면 한다. ‘정진운인지 몰랐다’라거나 ‘(작품 속 캐릭터가)실제의 너와 정말 다르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했다.
전보다 한층 성숙해진 얼굴로 나타나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정진운. “저는 김래원 선배님의 연기를 너무 좋아한다. 진정성 있게 행동하고 사람들을 대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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