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이현중(21, 데이비슨대)이 아시아컵에 출전할 수 있을까.
조상현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대표팀은 필리핀에서 치른 아시아컵 예선과 리투아니아에서 치른 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른 뒤 지난 3일 귀국했다. 한국은 아시아 라이벌 필리핀에게 2패를 당하고, 세계적 강호 베네수엘라와 리투아니아에게 대패를 당했다. 한국의 도쿄올림픽 본선진출은 좌절됐다.
하지만 수확도 컸다. 누구보다 이현중은 성인국가대표팀에 데뷔해 곧바로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201cm의 장신슈터 이현중은 긴 슛거리와 빠른 타이밍, 높은 타점을 무기로 세계적 선수들을 상대로도 정교한 슈팅을 뽐냈다.

이현중은 아시아컵 예선 네 경기서 평균 17.3점, 7.5리바운드, 2어시스트, 1.5블록슛, 경기당 3점슛 성공수 3개, 3점슛 성공률 38.7%의 경이로운 성적을 냈다. 그는 베네수엘라전에서도 18점을 올렸고, 리투아니아를 상대로 11점을 올려 평균 14.5점을 기록했다. 21.5점의 라건아에 이어 대표팀 두 번째 최다득점이었다.
이현중처럼 어린 나이에 데뷔와 동시에 한국대표팀 에이스로 두각을 드러낸 경우는 허재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 오는 8월 16일부터 28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FIBA 아시아컵 본선에 참가한다. 올림픽 티켓이 걸렸던 예전 아시아선수권보다 권위가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중요한 무대다.
8월 중순 3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이현중은 학사 일정 때문에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에이스가 빠지는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그렇다고 대표팀 전력만 고려해 이현중을 무리하게 차출할 수 없다. 미국대학농구협회(NCAA)는 일정 학점 이상을 취득해야만 선수 자격을 엄격하게 부여하기 때문이다. NBA 진출을 노리는 이현중에게 에이스로 처음 뛰는 이번 3학년 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 최진수 사례가 있다. 지난 2009년 메릴랜드대학에 재학 중이던 최진수는 여름방학에 존스컵에 합류했다. 최진수는 학점이 모자라 여름학기를 이수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대표팀에서 무리하게 중요하지 않은 대회에 그를 차출했다. 최진수는 어렵게 합류한 대표팀에서 출전기회를 제대로 얻지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최진수는 학점미달로 한 학기 전체 선수자격을 박탈당하는 레드셔츠(red shirt) 처분을 받았다. 게리 윌리엄스 당시 메릴랜드 감독도 차기시즌 주전으로 생각했던 최진수의 이탈에 크게 노했다. 이 때문에 윌리엄스 감독과 사이가 틀어진 최진수는 결국 대학을 다 마치지 못하고 국내유턴을 선택했다.
당시 최진수는 미국에서 귀국한 항공권도 사비로 지출했다. 대한농구협회가 신중하지 못한 선택으로 앞날이 창창한 선수의 미래를 오히려 가로막은 격이 됐다. 미국에서 뛰는 유학생 선수를 대표팀에 차출하려면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이현중은 최진수와 달리 학업성적까지 뛰어나 큰 어려움은 없다. 후보선수였던 최진수와 에이스인 이현중의 팀내 위상도 다르다. 다만 미국대학에서 원칙적으로 한국대표팀 차출로 인한 학사공백에 예외를 두지 않기에 무조건적인 대표팀 차출은 곤란하다.
대표팀에서도 이현중의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다. 농구명문 곤자가대에서 코치연수를 한 조상현 대표팀 감독은 “이현중은 배우려는 자세가 매우 돋보이는 선수다. 그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이현중을 차출했을 경우 학사일정에 어려움이 없는지 데이비슨대 밥 맥킬롭 감독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상의할 것이다. 9일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 전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