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워당구를 추구한다".. 자존심 버린 차명종의 자존심[인터불고 WGP]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1.07.09 06: 03

 차명종(43, 안산시체육회)이 급격한 기량 상승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차명종은 8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호텔 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2021’(인터불고 WGP)' 32강 개인전 D조 조별리그 4일차 서창훈(40, 시흥시체육회)과 6차전에서 세트스코어 2-1(23-11, 12-12, 9-11)로 이겼다.
이로써 승점 15(5승 1패)를 기록하며 조 선두로 올라선 차명종은 다음날(9일) 열리는 최성원과 경기 승패와 상관 없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차명종은 소위 말하는 '갑툭튀(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온) 선수'가 아니다. 지난 2013년 선수 등록을 하고 2015년부터 전국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2019년 철원 오대쌀배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두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차명종은 아직 전국 무대에서 한 번도 우승을 거둔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계 무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행직(전남), 최성원(부산시체육회), 허정한(경남) 등과 비교해도 아직 경험이 모자라다.
하지만 차명종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명종은 2차전에서 타이푼 타스데미르(터키)에게 패했을 뿐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김동훈(서울), 루피 체넷(터키), 여자 선수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 등을 물리쳐 세계 당구인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차명종이 이번 대회를 통해 재조명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차명종은 자신을 "노력하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 중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연습했던 당구가 자동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습관화 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연습을 철저하고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차명종이 연습을 가장 중요시하는 이유는 늦게 입문한 선수의 길 때문이었다. 차명종은 35살이라는 젊지 않은 나이에 2009년 2월부터 6년 7개월 동안 잘 다니고 있던 제약회사 연구원 자리를 포기하고 선수를 택했다. 그만큼 하루라도 빨리 최고수들의 레벨에 도달해야 했다. 지역(안산)에서는 제법 이름을 날렸지만 전국구에서는 아직 미흡한 존재였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가장 빨리 톱 레벨에 오르기 위한 방법은 결국 '배움'이었다. 하루 최소 5시간 공을 친다는 차명종은 "정상에 있는 선수들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 가장 빠른 것이 레슨이었다. 특히 특급 선수들에게 되도록 많은 것을 물어보고 얻으려 노력한다. 물론 밥도 사주고 한다"고 밝혔다.
특히 차명종은 "배우는 것에 있어 자존심은 없다"면서 "저보다 비슷하거나 나은 선수는 당연하고 못하는 선수라 하더라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저 없이 물어보고 배우려 한다. 간혹 물어보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겐 그런 것을 따질 여력이 없다. 자존심을 세우지 않아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차명종은 개인전에 앞서 열린 슛아웃 복식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함께 팀을 이룬 무랏 낫시 초클루(터키)에게 여러 차례 지도를 부탁, 연습실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런 노력 끝에 차명종과 초클루는 조 선두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슛아웃 복식 공동 3위에 오르는 결과물을 얻어냈다. 
차명종은 "초클루는 2년 전까지 행사가 있으면 항상 내가 연습 상대를 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초클루 실력에 미치지 못해 스스로도 아쉬웠다. 그런데 이제 초클루도 내게 '2년 전 모습과 정말 다르다'고 말해줘 뿌듯했다. 함께 경기를 펼친 세계랭킹 1위 딕 야스퍼스도 '아주 강한 선수가 돼 있다'고 칭찬해줘 힘이 났다"고 웃어보였다. 
김행직, 허정한, 최성원은 물론 프로당구 PBA에서 활약 중인 강동궁, 조재호와도 친분이 두터운 차명종이다. 차명종은 이들에게 항상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해결책을 찾았고 기본적인 이론은 한춘호 수원 메탄고 당구부 코치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차명종은 강동궁에 대해 "지난 2년 사이 강동궁과 피나는 연습을 했다. 강동궁은 저보다 동생이지만 이미 PBA에서 이미 자리 잡았고 업적을 이뤘다. 물어보는 것을 서슴 없이 가르쳐줘 항상 고맙다. 강동궁이 가진 것을 모두 흡수하고 다 빼앗자는 생각으로 연습한다. 그만큼 서로 위해주고 인생 동반자라는 느낌이 든다"고 특별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차명종이 추구하는 당구 역시 강동궁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그는 "내가 추구하는 당구는 파워다. 평소 정교함을 유지하다가도 어느 순간 공이 부서려자 파워를 이용하면 어려운 공도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하다보면 남들이 100%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70%만 사용해도 가능하다. 지켜 보는 사람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이번 대회 출전하며 잡았던 첫 목표를 사실상 이룬 차명종이다. 하지만 차명종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경기 중 계속 웃고 있다. 상대가 너무 완벽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상대했던 선수들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 '아 이래서 월드 랭커구나'라고 매 경기마다 감탄하고 있다"고 털어놓아 직접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히는 순간을 즐기고 있다. 
차명종의 목표는 매번 바뀐다. "매번 '이것을 하면 당구를 안칠 것'이라고 다짐하는 편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16강 오르자였다. 그렇게 다짐하는 것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는 차명종은 "아직 한참 남은 목표가 있다. 바로 국가대표다. 그게 내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아빠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였고 명예로웠다"고 9살, 2살 아들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차명종은 "전국체전 우승, 전국대회 우승, 월드컵 본선, 아시아선수권 출전 등 눈앞에 둔 목표가 있다. 당구는 지금 실력보다 과거 히스토리, 즉 경력까지 인정 받아야 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배우는 자세로 다음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letmeou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