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23, NH투자증권)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1시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올 시즌 11개 대회에 출전해 절반이 넘는 6승을 거뒀다.
11일 막을 내린 ‘대보 하우스디 오픈’(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1억 8,000만 원)도 박민지의 것이 되고 말았다. KLPGA 투어 개인 통산 승수도 10승으로 늘렸다.
‘대보 하우스디 오픈’은 2021 KLPGA투어 13번째 대회였다. 박민지는 2개 대회는 쉬고 11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그 중 6개 대회에서 챔피언이 됐다. 이쯤 되면 2021시즌 상반기는 박민지가 우승한 대회와 그렇지 못한 대회로 나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9일부터 3라운드 경기로 열린 ‘대보 하우스디 오픈’은 올해 창설 대회다. 연 매출 약 2조 원의 중견 그룹인 대보그룹(회장 최등규)이 첫 후원 대회지만 상금은 거금 10억 원을 걸었다. 대회장인 서원밸리컨트리클럽(파72/6,639야드(본선 6,603야드))도 4년만에 KLPGA 정규 투어에 복귀했다.
박민지는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마음을 가다듬을 계기가 있었다. 직전 대회인 버치힐CC의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컷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대보 하우스디 대회 전에는 “지난주 컷 탈락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푹 쉬었다”고 농담을 했지만 우승 이후에는 “컷탈락 이후 자신을 다잡고 경기에 임했다.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의 최종 3라운드 경기는 챔피언조로 편성된 서연정-오지현-박민지의 팽팽한 내부싸움으로 펼쳐졌다. 2라운드까지 서연정의 성적이 12언더파로 젤 앞섰다. 그 뒤를 오지현과 박민지가 10언더파로 쫓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최종라운드 시작부터 박민지의 추격이 매서웠다. 전반 9개홀에서 버디만 3개를 잡고 동타를 만들었다. 성적상으로는 별 일 없었던 것 같지만 파5 7번홀에서의 파세이브가 이날 박민지의 우승에 결정적인 초석이 됐다. 이 홀에서 박민지는 드라이버 티샷이 홀 경계 수목을 벗어나는 큰 실수를 했지만 두 차례 레이업을 감행하면서도 최종적으로 중거리 퍼트가 잘 떨어지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이 홀에서 기운을 얻은 박민지는 파3 8번홀에서는 프린지에서 퍼트로 굴린 공이 홀컵에 빨려들어가면서 버디를 추가했다.

후반홀 들어서는 박민지가 흐름을 주도했다. 파4 12번 홀 버디로 단독 선두가 됐다. 서연정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14, 15번홀 연속버디로 15언더파 동타를 만들어 놓았다.
이때부터 올 시즌 왜 박민지가 우승을 쓸어 담는 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펼쳐졌다. 먼저 박민지는 파5 16번홀에서 버디로 도망갔다. 그런데 파3 17번 홀에서는 1미터 남짓한 거리에서의 파퍼트가 홀을 빗나가고 말았다. 멘탈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민지는 담담했다. 이어지는 파4 18번홀에서 6미터 거리의 버디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켜 버렸다. 내심 연장을 기대하던 서연정의 추격 의지를 허무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박민지는 이 장면을 두고 “이번 대회 들어서 보기가 딱 하나 나왔는데, 그게 17번홀이었다. 노보기가 깨져 아쉽기는 했는데, 하나 정도는 보기를 해야 경기가 좀더 재미있어 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를 말리는 승부의 압박도 즐기겠다는 자세다. 최종 스코어는 16언더파 200타(65-69-66)였다.
박민지는 올 시즌 목표도 다시 구체화했다. 신지애가 갖고 있는 한 시즌 최다승(9승, 2007년) 기록을 깨고 싶다고 했다. 박민지는 “앞으로 3승 이상을 하고 싶다. 신지애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고 분명히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