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코치' PD "코미디 미래=더 정교한 '부캐'..웃음도 엉덩이 힘으로" [인터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1.07.12 16: 30

"코미디도 엉덩이 힘이 있어야 하거든요. (중량). 이제 더 정교한 '부캐'나 세계관이랄까 그런 것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사라진 방송사 희극인 공채 시스템, 한국 코미디의 미래는 어디를 바라봐야 할까. '이수근의 눈치코치' 김주형 PD가 나름의 소신을 답했다. 
넷플릭스 코미디 스페셜 '이수근의 눈치코치(이하 눈치코치)'는 25년간 누구보다 빠른 ‘눈치력’으로 치열한 예능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노하우와 ‘사람’ 이수근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낸 넷플릭스 스탠드업 코미디다. 지난 9일 공개돼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연출한 김주형 PD가 12일 국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 했다. 

김주형 PD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약칭 웃찾사)'부터 코미디에 큰 관심을 보여온 인물이다. '웃찾사'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화산고', '웅이 아버지'와 같은 코너들이 즐비하던 시기에도 코미디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눈치코치'에 앞서 박나래와 '농염주의보'를 통해 새로운 코미디 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주형 PD는 "또 다른 코미디 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건 '농염주의보' 이후 지난해 연초 정도에 넷플릭스와 이야기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생각하다가 코로나19도 있었고 지난해 여름에 처음으로 이수근과 이야기했다. 길게 잡으면 그 후 1년 정도 만에 '눈치코치’가 공개됐다. '농염주의보' 이후 '눈치코치’까지 하게 돼서 코미디를 넷플릭스라는 세계적인 서비스로 선보이게돼 기쁘다. SBS에 있을 때 '웃찾사’나 개그쇼로 조연출로 코미디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회사를 나와서 이제야 하게 됐다.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예전의 공개 코미디와 결이 다를 수 있지만 코미디를 해볼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기쁘다"라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코미디가 지금은 하기 힘든 시대다. 코미디 프로그램도 없어지고. 그런데 OTT 프로그램을 통해 코미디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느끼고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눈치코치’에서 아쉬운 점에 대해 "모든 작품은 제가 부족하고, 죽을 때까지 부족할 것 같아서 늘 영상에 대해선 아쉽다"라고 겸손을 표했다.
특히 그는 "이번에 더 아쉬운 점은 '농염주의보' 할 때와 '눈치코치’를 제작할 때 굉장히 다른 세계에서 녹화를 진행한 거다. 예전에 어떤 코미디라는 게 관객과 호흡하며 나오는 현장성, 특히 이수근은 관객과 호흡하는 애드리브가 강해 현장성에 나오는 돌발성을 가져가려고 하는데 그 현장성이 많이 살겠다 생각하고 기획을 했는데 이렇게 코로나19가 길어질 줄 몰랐다. 저희도 준비하며 '딜레이’를 시켰는데 더 이상할 수 없어서 촬영했다. 아무래도 제한된 소수의 관객 20명과 함께 했는데 2000명이랑 함께 할 때랑은 달랐다. 현장에서 차이가 있다 보니 그 부분이 아쉬웠다. 이수근도 얘기했듯이 코로나19가 끝나면 애드리브를 많이 살릴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코미디를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코로나19로 인한 촬영의 어려움 때문이었을까. '눈치코치’는 45분이라는 다소 짧은 길이로 공개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김주형 PD는 "'농염주의보’는 공연을 베이스로 준비했다. 공연형 기획은 콘텐츠 형 기획보다 조금은 풍성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서 방송에 담았으면 하는 게 추가돼서 조금 더 길어졌다. 반면 이수근의 쇼는 1시간 정도의 분량을 대본으로 준비해서 녹화한 건데, 분위기나 호흡 적에서 방송적으로 타이트하게 압축되다 보니 짧아졌다. 그리고 중간에 관객들이 20명만 있다 보니 평소에 있던 현장성보다 소수의 리액션이 나와서 녹화 때 조절한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이 제외되다 보니 45분으로 압축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김주형 PD는 이수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분명히 캐스팅을 할 때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개인이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을 중요하게 봤다. 그런 역량 면에서 몇 안 되는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명에게 기회가 돌아가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하는 걸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염주의보' 때는 실현 됐는데 이번엔 코로나19라 실현이 안 됐는데 공연도 염두에 둬야 해서 소위 말하는 '티켓팅 파워’가 고려돼야 한다. 아무래도 원맨 코미디는 일종의 지명도도 고려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여러가지 이유로 이수근과 교감이 있었다. 그리고 '위플레이’를 하면서 소재에 대한 시간적인 공유도 있었다. 그 당시에 이야기를 나눈 게 이번에 '눈치’라는 키워드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또한 "제가 본 이수근은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어깨에 지고 가는 게 많은 사람"이라며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지만 뭔가 '짐꾼' 같은 느낌이 든다. 짐이라는 게 '이 타이밍에 내가 웃겨줘야 한다’라는 거다. 가족 환경을 봐도 이수근이 많이 짊어진 게 스토리적으로도 느껴졌다"라고 했다. 그는 "후배들한테는 한편으로 '아버지’ 같다. 이수근은 강호동, 이경규 옆에서 수발드는 이미지가 강해서 나이가 있어도 동생 같은데, 제가 본 이수근은 굉장히 아버지 같고 후배들한테 조언도 많이 하고 눈치 안 보고 고민 들어주고 직언해주고 세심하게 챙기는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나아가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 보다는 코미디에 대한 애정이 있다. 연출 보다는 코미디언들이 끌고 가는 게 큰데 우리나라에 정말 잘하는 코미디언들이 많다. 코미디가 있음으로서 우리 평소의 삶에도 에너지를 준다. 그런 면에서 코미디는 삶이랑 밀접한 필수적인 장르라고 본다. 그래서 코미디가 없어진 게 아쉽다. 물론 소재적으로 아쉽고 어려운 환경이긴 한데 결국엔 코미디언들이 그 답을 찾을 거라고 본다. 저희 같은 연출자는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 답을 찾는 게 젊은 코미디언들이 '부캐’라던가 다른 코미디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나. 그러면 그들이 해법을 찾으면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런 장이 더 마련되면 좋겠다"라고 했다. 
또한 "해주실지 모르겠지만 유재석 형님이나 신동엽 형님과 꼭 해보고 싶다. 최고의 분들을 최고로 어려운 자리에 꼭 한번 모시고 싶다. 그래도 한번 도전해볼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제가 존경하는 그 두분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찬 기대와 달리 한국 코미디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김주형 PD가 몸담았던 SBS는 물론 지상파 3사에서 공개 코미디가 모두 사라졌고 희극인 공채 시스템도 유명무실해졌다. tvN '코미디 빅리그'가 선전하고 있지만 TV를 통한 공개 코미디의 흐름에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이에 김주형 PD는 "일단은 제 생각에 1번은 소재적인 어려움이다. 먹거리가 떨어져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시간이 걸리는 거다. 코미디 장르는 굉장히 '엉덩이의 힘’이 필요한 장르다. 그만큼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버라이어티도 어려운 장르이지만 연기자 입장에서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한다. 아무래도 선호에 있어서 다를 수밖에 없다. 코미디에 대한 애정이 많은 친구들이 있는데 바빠서 준비가 안 되고 그래서 아쉬워하는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소재적으로 풀기가 힘들어서 코미디가 소외되는데 있는 걸 제대로 해서 지켜야 하는데 제대로 할 사람들이 되게 바쁘니까 코미디는 한 번이라도 고민하고 연습하고 시간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코미디를 경험한 제작진의 수도 줄어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코미디는 코미디언들이 주가 된 장르다. 연출자들은 제일 처음 시청하는 사람으로서 즉각적인 반응, 방송에 나가야 하는 앵글적으로 더 웃길 수 있는 부분을 첨언해주는 식으로 해야 하는 것 같다. 어쨌거나 코미디는 코미디언들이 입에 붙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코미디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씀 드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김주형 PD는 "캐릭터가 결합된 콩트 장르가 익숙하면서 잘 통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요즘 '부캐' 얘기부터 시작해 여러가지가 많지 않나. 결국 사람의 특징을 관찰해서 극대화하고 과장하는 게 능한 사람들이 코미디언들이다. 그 말은 캐릭터를 탄생시킬 때 강조하는 건 코미디언의 영역이다. 그런 걸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을 때 시트콤은 아니지만 '부캐’가 강력한 세계관을 가진 콩트 같은 것들을 만들면 재미있어 할 것 같다. 예전에 '웃찾사' 할 때 '화산고’랄지, '웅이 아버지' 같은 캐릭터로 사람이 설명될 때 그런 것들이 조금 더 정교한 세계관에서 등장할 수 있다면 굉장히 매력적인 장르가 될 것 같다. 물론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이 다음이 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에 '눈치코치'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톱 코미디언인 이수근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맨쇼'에 가까운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동료 코미디언들에게 자극제가 될 터다. 김주형 PD는 "다음 주자는 아직 없다. 그렇지만 언제든지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하고 싶은 분은 연락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부족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어려우면서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 귀엽게 봐달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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