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세계랭킹 1위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가 '성대결'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클롬펜하우어는 지난 1일부터 강원도 원주에서 열리고 있는 ‘호텔 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2021(인터불고 WGP)'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이었다. 이 대회 중 관심거리 중 하나가 '성대결'이었고 여성들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 불리는 클롬펜하우어가 과연 얼마나 많은 남성들을 상대로 승수를 쌓을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클롬펜하우어는 포지셔닝부터 스트로크까지 가장 남성 플레이에 근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최성원(부산시체육회)은 같은 조에 클롬펜하우어가 포함되자 "우리 조에는 모두 남자 선수만 있다"고 푸념 섞인 농담을 털어 놓아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07/12/202107122148778018_60ec55a40adbc_1024x.jpg)
그만큼 남자 톱 랭커들로부터 인정 받는 사실상 유일한 여자 선수가 클롬펜하우어였다. 함께 성대결에 출전한 여자 선수 한지은(성남)과 김진아(대전) 조차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고 인정한 것은 물론 "적어도 남자 선수 몇 명을 상대로 승수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클롬펜하우어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여성 당구계를 이미 평정한 그는 궁극적으로 "남자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것"이 목표라고 공공연하게 밝힐 정도였다. 실제 이벤트성 대회나 비공식 대회에서 클롬펜하우어는 남자 선수들을 잇따라 꺾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클롬펜하우어는 예상과 달리 저조한 모습이었다. 타이푼 타스데미르(터키), 서창훈(시흥시체육회), 최성원(부산시체육회),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차명종(안산시체육회), 김동훈(서울), 루피 체넷(터키)를 상대로 7전전패를 기록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07/12/202107122148778018_60ec55a44cf2e_1024x.jpg)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한 클롬펜하우어는 현재 패자전인 17~32위 순위결정전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김행직(전남)과 비기고 김동훈(서울)을 이기면서 1승 1무 2패로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를 보여줬다. 클롬펜하우어를 만나 사실상 이번 대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경험한 성대결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12일 만난 클롬펜하우어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클롬펜하우어는 이번 대회에 대해 "수준이 높은 대회다. 하지만 점수를 정해 놓고 따라 잡아가는 점수제와 달리 한정된 시간 안에서 쳐야 하는 시간제라는 특징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가 시간을 고려해 수비를 펼칠 때는 괴롭기도 했다"고 말해 남성과 함께 시간제라는 대회 방식 때문에 힘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클롬펜하우어는 주변의 기대에 대해 "나 자신을 위해서도 있지만 팬들과 후원사들을 위해서도 잘했어야 했다. 그런 기대감과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분들을 실망시킨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경기 중에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정도였다"고 집중하지 못한 경기력에 아쉬워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남자 선수들이 패배를 우려해 유독 클롬펜하우어와 경기에서 수비적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클롬펜하우어는 "포지션을 주지 않기 위해 상대가 수비적인 부분에 신경을 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성대결에 있어 그런 부분은 당구 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번 대회는 내게 있어 보너스이자 특별한 대회여서 좋았다"고 오히려 경험적인 부분에서 만족스러워했다.
클롬펜하우어는 "남자들의 수준은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세미 사이그너(터키),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등이 다른 남자들보다 한두 단계 높다. 이번 대회서 내가 잘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평소 애버리지 1.4~1.5정도를 꾸준하게 쳤기 때문에 이번 대회 일부 남자 선수들과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07/12/202107122148778018_60ec55a48d883_1024x.jpg)
또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스스로 멘탈적인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여자 대회의 경우는 최고의 기분이 들어도 쉽게 다시 컨트롤할 수 있었다. 그런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경우는 그런 대회에서 느꼈던 압박감도 전혀 느끼지 못했고 조절도 쉽지 않았다"고 말해 성대결이 그동안 경험했던 여자 대회와 달랐다는 점을 인정했다.
클롬펜하우어는 "그렇다고 실망을 하지는 않는다. 이번 대회에 출전해서 많은 경기를 경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항상 최선을 다했다"면서 "다음에 다시 이 대회가 열린다면 좀더 연습하고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16강 진출도 가능하리라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기 직후 네덜란드로 복귀하는 클롬펜하우어는 "한국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아 귀국해도 격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오는 23일 네덜란드에서 여자 대회가 있다. 이번 대회서 치른 경험이 그 대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 이런 포맷과 성대결에서 긴장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