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웠다? 내 자괴감"…하재숙이 밝힌 '오케이 광자매' 하차의 진실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1.07.16 14: 15

“너무 버거웠지만…”
배우 하재숙이 ‘오케이 광자매’에서 하차하면서 SNS에 남긴 글 중 일부다. 긴 글 속에서 ‘버거웠다’라는 단어가 부각되면서 작품 하차와 관련된 무성한 추측이 돌았고, 하재숙이 직접 ‘오케이 광자매’ 하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었다.
하재숙은 현재 방송 중인 KBS2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극본 문영남, 연출 이진서)에서 배변호(최대철)의 단골식당 주인이자 몸집이 넉넉하고 수더분한 아줌마 신마리아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신마리아는 술에 취한 배변호와 관계를 가져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앞세워 배변호와 이광남을 헤어지게 만들었다. 배변호와 살림을 차리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듯 했지만 신혼여행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미스틱스토리 제공

신마리아는 ‘불륜녀’, ‘상간녀’로 ‘오케이 광자매’ 빌런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가 가족에 집착하는 이유 등 서사가 몰입도 있게 그려졌고, 배변호가 이광남과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신마리에게 온 마음을 주면서 동정 여론도 생겨났다. 하지만 가장 행복이 극에 달했을 신혼여행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시청자들에게 허무함을 남겼다.
“신마리아를 연기하면서 실제의 나와 그녀의 엄청난 간극에 지치고 힘들기도. 내 안의 지독한 외로움과 열등감을 꺼내야하는 순간들과 마주하기가 너무 두렵기도 했지만 나만은 그녀와 따뜻하게 눈 마주치고 마음으로 안아주고 싶었다. 그저 사랑이 고파서, 사람이 사무치게 그리워서 해서는 안될 짓이라는거 알면서도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를 위해 내안의 격정적인 감정들을 끊임없이 꺼내는 작업이 너무 버거웠지만 행복했다. 마리아를 연기했던 배우로써, 도덕적 신념이 나와 부딪히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욕해도 나만은 그녀를 뼛속깊이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제 그릇이 참 보잘 것 없이 작아서 서럽기도 했다.”
하재숙이 SNS에 쓴 글 중 ‘너무 버거웠지만’이라는 문구가 화제가 되면서 그의 하차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전체적인 글의 맥락을 보면 이상할 것 없지만, ‘버거웠다’는 단어만 부각되니 오해를 산 상황. 하재숙은 OSEN과 만나 ‘오케이 광자매’ 신마리아로 살았던, 연기했던 때를 떠올렸다.
먼저 하재숙은 “신마리아가 이광남(홍은희)의 집안에 파장을 몰고 오는 인물이다. 풍파를 일으키고, 풍비박산을 내놓는다고 적혀있고, 중간에 빠진다고 써있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알고 시작했지만 구체적인 서사는 몰랐다. 중간에 빠진다고 하니 어떤 형태로 빠지게 될까 궁금했다. 복뎅이와 촬영도 많이 하고 관계가 깊어지면서 ‘내가 죽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마리아가 어떻게 빠지게 되는지 너무 궁금했다. 아기가 있으니 떠나는 게 가능할까 싶었다. 배변호(최대철)가 마음을 정리해줘서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그러고서 죽으니까 너무 불쌍했다. 배변호가 마음을 정리한 뒤 여행가자고 제안하고, 신마리아가 방방 뛰면서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너무 불쌍해보였다. 신마리아가 악행을 저지르면서까지 얻고 싶었던 건 정말 큰 게 아닌 안정적인 가정, 사랑 받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재숙은 “신혼여행에서 심장마비로 죽는 걸로 나와 갑작스럽다고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 어머니들이 드라마를 보신 뒤 ‘복뎅이 어디갔냐’, ‘왜 죽었냐’, ‘작가에게 미움 받았냐’, ‘무슨 일 있었냐’ 등 물어보시는데,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다 싶어 ‘처음부터 빠지는 거 알고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생각하려고 하는데 불쌍하게 보셔서 난감할 때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재숙의 말에 따르면, 신마리아의 죽음은 작품 시작 단계부터 이미 구상된 상태였다. 때문에 갑작스러운 하차가 아니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악행을 저지르고 사랑과 가정을 얻었는데, 그것도 ‘신혼여행’에서 사망했기에 갑작스러웠다. 특히 하재숙이 작품에서 하차한 뒤 올린 글에서 ‘버거웠다’는 문장이 부각되면서 오해가 쌓였다.
하재숙은 “힘들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제 안에 있던 열등감을 꺼내는 순간들이 많았으니 그런 순간들과 부딪히며 좀 힘들었다. 그리고 더 잘하고 싶었는데 내 그릇이 이거밖에 안되는구나 그런 게 있어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있었다. 작품 자체에 대해 힘이 들거나 버거운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시청자 분들이 신마리아에 몰입해주신 건 사랑 받고 싶어하는 모습 때문인 것 같다”며 “결국에는 사람이 다 똑같다. 사랑 받고 싶어 하고, 누구나 외로운 게 있고, 심지어 신마리아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컸다. 특히 전체를 통틀어서 11회를 잘보여 주고 싶었다. 이거를 잘 해야 뒤에 어떤 악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설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신에서 배변호에게 ‘가족이 되는걸 꿈꿨는데 욕심이었다 다 잊고 사세요’ 하면서 인생을 설명한다. 담담하게 잘하고 싶었다. 감독님과 정말 이야기를 많이 하며 촬영했고, 그 이후에 신마리아를 많이 이해해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에게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한 하재숙. ‘착한마녀전’에 특별출연해 악역을 선보인 바 있지만 주말드라마처럼 긴 호흡의 작품에서 악역을 소화한 건 처음이기에 색다른 경험도 있었다.
하재숙은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식당을 가던 내가 싹싹하고 붙임성 있게 행동해서 어머니들께서 다 잘해주시는데, 한번은 최대철, 홍은희와 함께 식당을 가니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시더라. 드라마 잘보고 있다고 하시면서도 나를 전혀 보지 않으셨다.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신마리아의 사망으로 ‘오케이 광자매’에서 하차한 하재숙. 그는 요즘 이광남 품에 안겨 있는 복뎅이를 보며 “나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는데 요즘 이광남 품에 쏙 안겨 있더라. 너무 서운하다. 이모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모가 분장실에서 잘해줬던거 잊으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눈부신 존재감으로 ‘오케이 광자매’의 인기 행진에 큰 힘을 보탠 신마리아. 도덕적 신념, 가치관은 신마리아와 완전 다르지만 그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보다 몰입한 하재숙은 이제 신마리아를 떠나보내려 한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쩌면 신마리아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지 않았을까. “마리아, 언니가 사랑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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