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강자' 무랏 나시 초클루도 '실핀아재' 황봉주(38, 경남)의 돌풍 앞에 엄지를 들어 올렸다.
황봉주는 16일 오후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호텔 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2021(인터불고 WGP)' 개인전 8강 둘째날 초클루와 경기에서 2-1(12-27, 13-11, 12-8)로 이겼다.
이 승리로 전날 1승 2패를 만회하며 승점 6(2승 2패)을 쌓은 황봉주는 세미 사이그너(터키)마저 꺾어 승점 9(3승 2패)로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제 황봉주는 승점 12(4승 1패)로 앞서 나간 토브욘 블롬달(스웨덴)과 승점은 같으나 세트득실에서 앞서는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바짝 추격하게 됐다.

'실핀'을 이마에 꽂은 외모로 주목을 모으기 시작한 황봉주였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돋보이는 기량을 선보이며 팬들이 점차 황봉주 기량에 빠져들고 있다. 첫 국제 대회 출전에도 불구, 16강을 지나 8강 무대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황봉주의 돌풍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제 4강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이날 초클루는 황봉주에게 패하고도 활약 웃는 얼굴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초클루는 황봉주를 따로 불러세운 후 가슴을 토닥이는 등 뭔가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이었다. 무슨 말을 주고 받은 것일까.
황봉주는 경기 후 "처음 나온 국제 대회에서 가장 많이 친해진 외국 선수를 꼽으라면 초클루"라면서 "초클루가 오늘 경기 전 내게 '리벤지?(복수할 거야?)'라고 도발했다"고 밝혔다.
실제 황봉주는 이번 대회에서 초틀루에 2전 2패 중이었다. 32강전에서 0-2, 16강에서 0-2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초클루에게 압도 당했다. 초클루는 세 번째인 8강전에서 황봉주를 일부러 자극한 것이다.
이에 황봉주는 "넌 티처(선생님), 난 스튜던트(학생)"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대답, 역부족을 인정했다. 동시에 초클루를 칭찬하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황봉주가 초클루를 보란듯이 이겨 버렸다. 첫 세트를 초클루에게 12-27로 내줬지만 황봉주는 2세트를 13-11, 3세트를 12-8로 뒤집어 버렸다.
초클루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경기장을 벗어나는 황봉주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네가 선생님이고 내가 학생"이라고 돌풍을 인정했다. 황봉주는 기대하지 않았던 승수를 추가하면서 자신감을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됐다.
황봉주는 "블롬달이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면서도 "초클루와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친해진 선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 전에 '초클루와 사이그너를 어떻게 이기나'하고 한숨부터 나왔다"면서 운이 작용했다고 믿었다.
황봉주는 스스로 "멘탈이 강하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결과가 좋으니까 그런 거지, 좋지 않았다면 이런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을 것"이라면서 "눈에 보이는 실수가 잦다"고 겸손해 했다.
실제 황봉주는 긴장 때문에 경기 중 엉뚱한 실수로 관중석에서 구경 중이던 동료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황봉주는 17일 오후 1시부터 타이푼 타스데미르, 루피 체넷 2명의 선수를 감당해내야 한다. 그래야 대망의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