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홍석천이 자영업자들을 응원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홍석천은 18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년 가까이 식당을 하느라 매일 긴장된 삶을 살았다”며 “몇 개월 쉬다 보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 실제로 만들고 싶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홍석천은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CEO였다. 서울 이태원 부근에 최대 9곳의 식당을 운영하며 흥행 신화를 써 내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올해 마지막 가게까지 폐업했다.
이날 홍석천은 “저 코로나. 이놈은 나도 어쩔수 없는 강한 놈”이라며 “이겨낼 수 있는 몇 가지 장치들이 있긴 한데 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많이 겁난다”고 적었다.

◼︎다음은 홍석천이 쓴 글.
새벽의 한강은 놀랍도록 아름답다. 꿈을 꿨다. 이상하게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단지 상황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느낌이었다. 내 마음 속에 숨어있는 불안감이 꿈으로 표현되나 보다. 20년 가까이 식당하느라 매일 긴장된 삶을 사다가 몇 개월 쉬다보니 머리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고 사람들과 나누고싶은가 보다. 그러나 한편 하지 말라고 바지춤을 잡는 여러 가지 이유들. 제일 먼저 코로나. 이놈은 나도 어쩔수 없는 강한 놈이다. 이겨낼 수 있는 몇 가지 장치들이 있긴 한데 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많이 겁난다. 두 번째는 스트레스. 요즘 들어 더 많이 들려오는 자영업자분들의 고충. 말 안 하련다. 해본 사람만 아는 사실들. 가끔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 싶은 일들. 바로 그런 스트레스들이다. 셋째 실패에 대한 두려움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데미지가 너무 크게 남는다. 돈도 자존심도 건강도 잃게 된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거다. 넷째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건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다. 손님과의 관계, 직원들과의 관계. 플랫폼 서비스기업과의 관계, 지역공무원들과의관계, 그런 여러 가지 관계들이다. 잘 풀고 싶어도 사람들은 하나하나 모두 다른 존재여서 내 진심을 백프로 전달하기 쉽지 않다. 사람은 모두 내가 중심이 되야 손해보지 않는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점점 장사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자영업과 식업 하는 사람들이 존중받아야 되는데 여러 가지 아쉬움이 많은 현실이다. 한 가게를 한 업체를 책임지고 지켜나간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게 크든 작든 중요하지 않다. 지켜야 되는 이유가 있는 사람들은 존중받으면서 해야된다. 의지가 꺾인다는 건 모두를 포기하게 된다. 포기는 절망이다. 지금이 어려워도 희망만 있으면 버틸 수 있다. 혼자서 하루 열 두시간 스무시간 몸이 부서저라 일해야만 한다 해도 희망만 있으면 버틸 수 있는 게 자영업 외식업이다. 누군가 절벽 끝이라 느끼는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오늘 새벽 내가 본 저 아름다운 하늘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우리 인생은 늘 위기와 기회의 그래프를 왔다갔다 줄타기한다. 과연 나는 어느 선에 서 있는지 정확히 알고 희망의 빛을 잡고 어디로 달려야하는지 그 출구를 찾길 바란다. 이건 나에게도 하는 얘기다. 글을 쓰다 보니 벌써 아침이다. 모든 게 더 또렷이 보인다. 오늘 내일, 그리고 미래가 그렇게 또렷이 잘 보여지길 기도하는 아침이다.
/ purplish@osen.co.kr
[사진] 홍석천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