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조가 13번홀을 마쳤을 때, 리더보드에는 무려 8명의 이름이 공동 선두로 올라와 있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1시즌 14번째 대회인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2021(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 4,400만 원)’ 최종라운드는 그렇게 연장전을 예고하고 있었다.
전예성(20, 지티지웰니스)이 18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6,48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연장 승부 끝에 역시 생애 첫 우승을 노리던 허다빈을 따돌렸다.
작년 시즌부터 KLPGA 정규 투어를 뛴 전예성은 시즌을 마쳤을 때 상금 순위가 61위였다. 60위까지 들어야 시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끔찍이도 싫어하는 시드순위전을 거쳐야 했다. 작년 11월에 열린 시드순위전에서 8위의 성적으로 전예성은 기사회생했다.

오뚝이 같은 사이클은 18일의 최종라운드에서도 있었다.
챔피언조는 전예성 지한솔 현세린으로 편성됐다. 3라운드까지 셋 모두 14언더파였다. 지한솔만 우승 경험이 있고 전예성과 현세린은 모두 첫 우승을 노렸다. ‘첫 우승’의 압박감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었다.
우려하던 일이 빨리 일어났다. 파4 3번홀에서 전예성과 현세린이 약속이나 한 듯 드라이버 티샷을 왼쪽 페널티 구역으로 보냈다. 1벌타를 먹고 경기를 이어가 전예성은 보기를, 현세린은 더블 보기를 남겼다.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은 하나 같이 ‘험난한 첫 우승길’을 떠올렸다. 둘 모두 우승 경쟁에서 미끄러질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전예성은 달랐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기질이 그녀에겐 있었다. 우승 후 인터뷰에선 이런 말을 했다. “작년 시즌 후 시드를 놓쳐 많이 힘들었는데, 그로 인해 마음을 다 내려놓고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위기를 맞았던 전예성은 8번, 11번홀에서 날카로운 샷 감각으로 버디를 낚아 올리며 우승후보권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초반부터 챔피언조가 흔들리자 최은우와 이다연이 선두권으로 치고 나왔다. 하지만 최은우는 공략이 까다로웠던 파4 13번홀에서 공을 해저드에 빠뜨리며 우승경쟁에서 밀려 났고, 이다연도 페어웨이 벙커를 거치며 첫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앞서던 이들이 주춤하니 선두권 대 혼전이 벌어졌다.
챔피언조가 13번홀을 마쳤을 때 리더보드에는 김지영2, 임희정, 박지영, 김소이, 허다빈, 이다연, 전예성, 지한솔 등 무려 8명이 16언더파로 동타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가장 유리한 선수는 가장 많은 홀이 남은 챔피언조였다. 그러나 지한솔은 13번홀까지만 버디 2개를 잡았을 뿐, 이후부터는 전혀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반면 전예성은 14, 15, 17번에서 버디를 낚아올렸다. 특히 파3 17번홀 버디는 5미터 이상되는 거리에서 터트린, 탄성을 자아내는 퍼트였다.
앞선 조에선 허다빈이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15번홀부터 3홀 연속 버디 사냥을 해 나갔다. 특히 17번홀 버디 퍼트는 15미터 이상 되는 장거리에서 만들어내, 보는 이들을 전율하게 했다.
하지만 허다빈의 상승세는 여기까지였다. 전예성과 19언더파로 동타를 이뤄 연장까지 갔으나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면서 레이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전예성이 실수라도 나와야 연장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으면서 생애 첫 우승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은 콜라겐 제품 ‘에버콜라겐’을 생산하는 뉴트리가 새롭게 후원사로 합류한 신설대회다. 미를 가꾸는 화장품 회사의 특성을 살려 ‘여왕’을 뽑는 형식으로 대회를 구성했고, 시상식도 미인대회를 연상케 하는 세리머니로 꾸몄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