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서 열린 최초의 메이저 종합격투기 대회 'TFC 드림 7'의 부제는 '증명할 수 있겠는가'였다. 이날 출전한 모든 선수는 격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특히 유독 돋보이는 대결이 있었다. 바로 18살 동갑내기 박창빈(18, 거제 아셀주짓수 종합격투기)과 쿳산(18, 우즈베키스탄 알파타)의 플라이급매치였다. 둘은 대결 전부터 날 선 신경전을 벌이며 당장이라도 붙을 기세로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창빈-쿳산은 올해 최고의 명경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시종일관 살얼음판 승부를 펼쳤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두 선수가 참고 있던 감정이 폭발했다.

시작부터 둘은 달려들었고 거친 난타전을 수없이 주고받았다. 초반 기세는 쿳산이 잡았다. 큰 신장과 긴 팔, 다리를 활용해 원거리에서 스트레이트와 하이킥을 지속적으로 적중시키며 박창빈을 코너로 몰았다.
그러나 박창빈은 평범한 파이터가 아니었다. 위기의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끝없이 도발을 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쿳산의 큰 태풍이 지나가자 단단히 방어하며 벼르고 있던 박창빈의 폭풍이 시작됐다. 스위치 스탠스, 다양한 킥과 바디 페인팅 등을 활용해 쿳산을 정신없게 만들었고 근거리에서 묵직한 훅을 연이어 적중시키며 쿳산을 크게 흔들었다.
쿳산도 만만치 않은 선수였다. 큰 위기에 봉착했지만 침착하게 잘 대응하며 전개를 역전시키는 등 두 선수가 용호상박의 대결을 벌이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3라운드에서 체력적으로 지친 쿳산이 기습 태클을 시도했으나, 이내 간파한 박창빈은 스프롤에 이은 압박으로 상위포지션을 점유, 이어 톱포지션을 차지해 파운딩 세례를 퍼부은 끝에 3라운드 TKO승을 거머쥐었다.
코메인이벤트에 나선 최동훈은 조서호를 TKO시켰다. 플라이급 활동도 가능한 최동훈은 "박창빈의 경기는 너무 못해서 보지 않았다. 창빈아, 한 판 뜨자"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메인이벤트에서는 키커 최성혁이 김병석을 초크로 제압하는 예상치 못한 그림을 연출했고, '소녀주먹' 킥복서 김수연은 종합격투기 데뷔전에서 한보람을 상대로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승을 따내며 첫 단추를 잘 뀄다. /10bird@osen.co.kr
[사진] T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