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지 솔직히 (이혼은) 조금 흠이야".
'돌싱포맨'에서 탁재훈이 이혼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이혼 후 편견과 외로움에 속앓이한 심경이 은연 중에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0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신발 벗고 돌싱포맨(약칭 돌싱포맨)'에서는 탁재훈, 임원희, 이상민, 김준호가 막내 김준호의 집에 모여 서장훈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이상민이 생일을 맞아 임원희가 복고풍 케이크와 이벤트 초까지 가져와 생일파티 분위기를 냈던 터. 심지어 임원희는 "집에 귀걸이가 있으면 여자친구가 생긴다고 하더라"라며 이상민에게 귀걸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에 이상민은 '돌싱포맨' 멤버들에게 "이성이랑 마지막으로 생일 보낸 게 언제"냐고 물었다. 서장훈은 "기억이 안난다"라며 "생일도 20대나 생일이면 파티 하고 사람도 부르고 선물도 좀 줬다. 그 뒤로는 뭐"라며 말을 잇지 못해 짠내를 더했다.
맏형 탁재훈 역시 이성과 함께 생일을 보내며 챙긴 게 까마득했지만, 그는 숙연해진 동생들의 분위기를 보면서도 "솔직히 나는 고등학생 때 멋을 알았다. 내가 지나가면 예쁜 사람들이 날 쳐다봤다"라며 유머를 잃지 않았다. 이에 갑자기 전성기 시절에 대한 자기자랑이 쏟아졌다. 한국 농구계 국보급 센터였던 서장훈부터 룰라 시절 197만 장이라는 기록적인 음반 판매량을 올린 이상민, '개그콘서트' 첫 방송부터 1000회까지 797회로 최다출연해 2013년 연예대상까지 거머쥔 김준호, 출연 영화만 50편에 그 중에 천만 영화가 3편이나 되는 임원희까지. '돌싱포맨' 멤버들은 각자의 전성기에 취해 열변을 토했다.
전성기에 대한 경쟁심은 외모 경쟁으로도 이어졌다. 빠르게 '꼴찌'를 자처한 서장훈은 "내 개인적으로는 탁사마 재훈이 형이 1등, 2등은 이상민"이라고 말해 임원희와 김준호의 반발을 샀다. 특히 임원희가 이상민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 이에 김준호가 즉석에서 배우 최진혁, 가수 김종국에게 문자로 연락했고 두 사람 모두 임원희보다 이상민이 얼굴은 낫다는 식의 답을 내놔 웃음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이상민은 '이혼한 사람들이 듣기 싫은 질문 베스트3'라는 설문을 가져와 시선을 모았다. "굳이 창피하게 그런 걸 왜 얘기하냐"라던 멤버들은 1위 질문에 고급 양주가 걸리자 눈을 빛내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임원희는 곧바로 "왜 이혼했어요?"라고 말했고, 탁재훈은 "다시 합지셔야죠?"라고, 서장훈은 "다시 가긴 가야지?", 김준호는 "애는 안 낳아?" 등등으로 정답을 외쳤다. 모두 네 사람이 이혼 후 한번쯤은 들어봤던 말들이라 웃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자아냈다.
끝 모르는 정답 행렬에 이상민이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3위는 '너 괜찮아? 요즘은 이혼이 흠도 아니야'다"라고 말했다. 위로 같지만 듣는 이의 심리 상태에 따라 상처로 남을 수 있는 말이었다. 이에 일동 숙연해진 상황. 멤버 중 막내인 김준호는 "저는 아직도 듣는다"라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탁재훈은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흠은 흠이다"라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그는 "우리끼리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지 (이혼이) 조금은 흠이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반면 김준호는 "저는 아직 모르겠다"라며 "요새 이혼을 그렇게 사회적으로 안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다"라고 반박했다.

뒤이어 이상민이 발표한 2위는 "너 재혼하면 결혼식 또 할거야?"라고. 서장훈은 "사실 그렇게 기분 나쁜 얘기는 아니"라고 밝혔다. 실제 '돌싱포맨' 멤버들은 기분 나빠하기 보다 각자가 꿈꾸는 재혼 결혼식의 그림을 말했다. 이상민은 "되도록 상대방을 이해시키긴 할 것 같다. '우리끼리 조촐하게 하자'라고"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반대로 김준호는 "나는 성대하게 화려하게 하고 싶다. 그런데 코로나19 안에서는 하객 100명 밖에 못 부른다고 하더라"라고 아쉬워해 웃음을 더했다.
마침내 밝혀진 정답은 "왜 이혼했어?"라고. 처음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말도 안 된다"라던 멤버들도 1위 질문이 공개되자 숙연한 채 동의했다. 실제 임원희는 "그런 말 들어봤다"라고, 서장훈은 "센스 없이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혼한 경험을 살린 출연자들이 모여 '돌싱포맨'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정도로 실제 이혼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전에 비해 관대해진 실정이다. 그러나 '돌싱포맨' 멤버들 사이에 상처받는 질문들이 쏟아질 만큼, 어느 곳에서는 무례한 편견도 존재하는 게 사실. 이혼이 흠이라는 생각은 사실상 이 같은 편견이 상처로 남은 흔적일 터다. 이에 '돌싱포맨'이 어느 때보다 이혼 후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모습이 웃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선사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SBS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