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스며들듯"…'방법: 재차의'로 또 한번 진화한 연상호 월드(종합) [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7.21 17: 50

 “‘나는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는가?’에 관한 의문은 매일 갖고 있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웹툰작가까지…연상호(44)라는 이름 앞에 붙은 직업은 참 많다. 미스터리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것을 넘어, 개인적인 경험에서 보편적인 체험을 찾아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듬어내는 솜씨가 놀랍기 그지없다.
연상호 감독이 작가로서 시나리오를 쓴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 제공배급 CJ ENM,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키이스트)는 드라마에 이어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겼다. 드라마에서는 한자이름과 인물사진, 그 사람의 물건을 이용해 살해하는 ‘방법’술을 소개했다면, 영화는 방법을 써서 악인을 퇴치하는 일에 집중하지 않았다. 방법사 백소진은 주인공으로 삼되, 전통설화 속 요괴의 일종으로 살아난 시체 ‘재차의’가 타깃을 정해 사람들을 살해하는 살인사건에 집중했다. 

시간과 배경은 드라마의 엔딩 시점에서 3년이 흐른 후. 입원했던 소진이 임진희(엄지원 분) 기자에게 말 없이 사라졌었는데, 그동안 그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에 관한 사연이 밝혀진다. 다시 만난 소진과 진희는 재차의의 실체와 그들을 조종하는 근원적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연상호 작가는 21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백소진의 근사한 컴백을 생각했다. 멋진 컴백을 고민하다가, 떠오른 게 재차의라고 하는 이야기였다. 속도감 있고 힘 있는 이야기라 드라마보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드라마 시즌2가 아닌 영화로 제작한 것에 대해 “‘방법’ 드라마를 시작할 때, 시리즈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했었다. 대본을 쓰고 소재에 대한 취재를 하니 아시아를 포함해 초자연적 존재들이 재미있는 게 많더라”며 “거기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거 같다는 생각은 드라마를 쓰는 도중에 하게 됐다. 제작사, 방송사와 ‘다음 시즌을 해보자’는 얘기를 나눴고 긍정적 결론에 도달해서 하게 됐다”고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영화를 3년 후인 시퀄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저희가 프리퀄에 대한 것도 당연히 고민을 했다. 기획에도 존재했던 부분이다. 진경(조민수 분) 무당의 과거를 다룬 것도 있었다”라며 “‘방법’과 ‘방법 재차의’, 드라마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저는 단초를 마련했을 뿐이다. 풍성한 세계로 만들어내는 것은 제작사, 방송사도 좀 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함께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 작가는 “‘방법’ 세계관을 좀 더 넓게 펼치고 싶다. 드라마 시즌2는 어떻게 할지 제작사와 공유를 하고 있다”며 “추가로 시리즈에 관해 말씀 드리자면 (극중)임진희 기자가 쓴 책 ‘혐오와 주술’로 시작하는 스핀오프도 있다. ‘괴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다음 달에 촬영에 들어가 티빙 드라마로 선보일 거 같다. 대본은 제가 썼지만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장건재 감독이 연출을 맡아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갈 거 같다”고 했다. 
영화 ‘방법: 재차의’에서는 드라마 ‘방법’에 이어 배우 엄지원(45)이 독립채널 도시탐정을 운영하는 기자 임진희 역을, 정지소(23)가 방법사 백소진 역을 소화했다. 영화의 연출도 드라마에 이어 김용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물론 제가 쓰고 연출할 수도 있었지만 제가 만들면 뻔한 결과가 예상된다. 제가 쓴 글을 다른 감독님이 연출하면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들이 나와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된다”며 “‘방법’은 개인적으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른 연출자와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는 게 말이다. 김용완 감독이 드라마 ‘방법’을 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많았다. 저보다 ‘방법’ 세계관을 잘 이해하고 계셔서 영화의 연출까지 맡으면 좋을 거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대해 그는 “한국의 요괴와 귀신에 대한 조사를 많이 했다. 하다 보니 재미있는 초자연적 존재들이 많더라. 몇 개에 관심을 갖다가 재차의라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됐다. 저는 재차의가 좀비라는 생각보다, 주술사에게 조종을 당하는 시체라고 생각한다. 강시 같은 존재로 생각했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연 작가는 방법과 방법사라는 주요한 세계관과 기자, 경찰, 교수 등 캐릭터들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재차의라는 독특한 소재를 접목시켰다. 
그는 “이 세계관을 좀 더 잘 구현하고 펼쳐나가기 위한 마음이 컸지만 쓰인 대본에 비해 예산이 풍요롭지 않았다. 연출한 김용완 감독은 비주얼 이펙트를 구현하기 위해 많이 고심했다. 프리 프로덕션을 할 때 저희가 집중할 부분에 많은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여름 시장에 영화 ‘반도’를 내놓았던 그는 같은 해 영화 ‘방법: 재차의’의 시나리오를 최종 완성했고, 이후 넷플릭스 ‘지옥’의 촬영도 마쳤다. 또한 티빙 드라마 ‘괴이’의 각본도 준비했다. 
‘작업 스타일이 어떠냐?’고 묻자 연 감독은 “여러 개의 일이 있으면 순서를 짜고 계획대로 작업을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본, 촬영에 대한 스케줄을 짜놓고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작가로서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은 부담보다 행복이다. 물론 부담을 느낄 때도 있다. 예전에 제가 아무리 작업해놓아도 관심을 못 받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관심은 감사하다. 다만 기대치 만큼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다. 기대 이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만큼의 실패를 하기도 한다. 창작자로서 안정을 택하면 그만큼 재미가 없어지는 거다. 작가의 입장에서 새로움, 독특함을 주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제가 안정적인 것을 좋아했다면 이 직업을 택하지 않았을 거다.”
드라마 ‘방법’으로 시작해 영화 ‘방법: 재차의’로 이어지면서 연상호 월드는 또 한 번 진화했다. “‘방법’ ‘방법: 재차의’는 세계관을 펼치기 너무 좋다. 제가 연출을 맡는 걸 떠나서 앞으로 계속 이 세계관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엄청난 성공을 바라는 게 아니라, 물이 스며들듯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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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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