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김윤석x조인성→허준호x구교환, 체제와 이념 아닌 인류애[Oh!쎈 리뷰 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7.23 09: 58

도심 한복판에서 소말리아 정부군 대 반군 간에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마을 전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설마했던 내전이 발발하면서 도시 전체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까지 게임을 하듯 신이 나서 상대를 향해 총을 발사하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진다. 정부군인지 반군인지 모를 누군가 다가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대답을 강요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지금껏 지켜온 지위? 돈? 명예?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든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라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모가디슈’(감독 류승완,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덱스터스튜디오 외유내강)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기를 그렸다. 소말리아는 현재까지도 여행 금지국가이므로 촬영팀이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모로코에서 100%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번지기 전인 2020년 초반 촬영이 완료됐다.

영화 스틸사진
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십여 명의 북한 공관원을 이끌고 탈출했던 주소말리아 한국 대사의 사연에 영화적 재미와 상상을 더했다. 그 바탕에는 민족주의가 아닌, 보편적 인류애가 담겨 있다. 
한국 대사 한신성(김윤석 분)과 안기부 출신 참사관 강대진(조인성 분)을 필두로 대사의 아내 김명희(김소진 분), 서기관 공수철(정만식 분), 사무원 조수진(김재화 분)과 박지은(박경혜 분)은 대한민국을 UN회원국으로 만들기 위해 이역만리 떨어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한편 북한 대사 림용수(허준호 분)와 참사관 태준기(구교환 분)는 소말리아에서 남한보다 외교적으로 우세하다는 점을 이용해 정부 관료 및 반군들과 더 가깝게 지낸다. 한국 대사와 강 참사관은 정치적 이념과 체제에 의해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을 반영해 그들의 말과 행동을 냉전 대결구도로 해석해 갈등한다.
영화 스틸사진
그러던 어느 날 독재 정권에 대한 불만에 가득 찬 모가디슈 시민들이 들불처럼 내전을 일으키고, 주 소말리아 남북 대사관에도 전기 통신 식량 약품 등 기본적인 자원이 끊기게 된다. 이들은 생지옥에서 총알을 뚫고 무조건 살아서 나가야 하는데…
한신성과 강대진, 림용수와 태준기는 당장 관저를 떠나자니 갈 곳이 없고 버티자니 반군으로부터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 두렵기만 하다. 영화 ‘모가디슈’가 모로코에서 완성한 도심 게릴라전은 사실을 방불케 할 만큼 리얼하고 뜨겁다. 관객에게도 위험이 사방에서 옥죄어올 때 느낄 수 있는 불안과 공포가 전해진다. 
모가디슈를 탈출하기 위해 남북한 사람들이 힘을 합친 후반 카체이싱이 영화의 최대 볼거리다. 자동차 외형, 속도감을 통한 쾌감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절실한 염원을 담아 심장 떨리는 시퀀스를 완성했다. 전란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극적으로 동반 탈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애잔하게 다가온다. 
영화 스틸사진
스턴트맨이나 VFX의 도움을 받았지만 육탄전 속에 벌어지는 카체이싱 등 각종 액션 장면을 소화한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구교환, 정만식이 거부하기 힘든 각기 다른 매력을 뿜어냈다. 시종일관 심각하진 않고 중간중간 웃음을 줄 요소도 충분하다. 흥미로운 건 김윤석과 조인성이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 
다만 연기파로 인정받은 김소진, 김재화, 박경혜 등 여성배우들의 존재감이 이들에 비해 다소 적어 팬들에게는 아쉬울 터다.
1980년대 우리나라도 계엄령 선포를 통한 군부독재를 행했던 사실과 비교해볼 때 자유와 평등,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려는 갈망은 전 세계인이 똑같다는 걸 느낄 수 있다. 1980년대 민주항쟁을 겪은 우리에게 현재 미얀마의 아픔이 결코 남 일 같지 않은 이유다.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서 만난 러닝타임 121분은 충분한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다. 28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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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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