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마스크 쓰고 안전수칙 잘 지킨다면, 극장도 코로나 위험지대는 아니다. 확진자 한 명이라도 다녀가면 치명타를 넘어 사경을 헤매야하는 극장업계 사정상, 철저히 전염 예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 방역의 1차 타깃으로 온갖 규제의 최전방에 서면서 오히려 거리두기가 가장 잘 지켜지는 곳들 가운데 하나다. 별 제한없이 인파로 우글거렸던 백화점 해수욕장 등과 달리 극장에서 집단 감염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배경이다.
그렇다고 영화 관객이 많은가? CGV나 롯데시네마는 요즘 팝콘 등 매점 간식을 배달앱에서 팔고 있다. 단 한 푼이 아쉬워서다. 아르바이트 직원은 아예 없다시피하고 정직원도 줄일 판이다. 그래도 메가플렉스들의 적자폭은 역대 최고를 갈아치우고 있다. (영화팬의 한 명으로서 "이러다 극장 다 없어질라" 슬슬 걱정할 수준입니다. OTT도 좋지만 극장에서 봐야 제맛인 영화들이 있잖습니까.)

관객이 계속 줄다보니 볼만한 영화는 극장 개봉을 꺼린다. 악순환의 고리다. 천만 이상의 관객을 노렸던 대작들은 개봉을 연기하거나 제작비를 보전해주는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 판권을 넘기고 있다. 본전에 만족? 흥행 대박도 없으니 기획부터 완성까지 몇 년 동안의 노력과 고생은 고스란히 '열정페이'다.
와중에 류승완 감독의 액션 블록버스터 '모가디슈'가 올 여름 극장 개봉의 초강수를 뒀다. 코로나 뿐인가? 집콕에 최적이라는 올림픽이 한창인 시기다.(극장 가서 누가 영화를 보겠어요?) 그럼에도 '류승완스러운' 결단을 했다. (오로지 영화에 죽고 사는 그의 인생 이력을 돌아봤을 때 새삼 놀랄 일은 아니겠죠.) 수백억원 제작비가 '모가디슈'에 들어갔으니 지금 극장 상황에서 본전 찾기는 요원해 보인다. 차라리 OTT에 넘기고 훗날을 도모하라는 주위의 권고도 많았을 법 하지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류 감독의 초기 히트작 제목이 다 이렇게 강렬했습니다) 둘 중 하나를 택했다.
역시나!!! 그의 영화와 인생에는 늘 반전이 있다. '모가디슈'는 개봉 4일째 누적관객 50만 명을 돌파했다. 수도권에 거리두기의 극한인 4단계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얻은 스코어다. 평소라면 여기에 곱하기 5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에 힘입어 올해 한국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50만 고지를 넘었다. 앞으로의 흥행 레이스가 더욱 기대되는 중이다. 영화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설사 집에 막강한 홈시어터를 갖췄다 해도 극장에서 보기를 권하고 싶다. 류승완이 모로코 올로케이션으로 돈과 시간을 올인한 대작답게, 극장 관람 '모가디슈'는 속된 말로 '때깔'이 다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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