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곡2' 전노민 "'욕받이'? 잘한 증거라 고마워...시즌3 갱생 좀 했으면" [인터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1.08.09 14: 30

'국민 남편'에서 '국민 욕받이'로 변신했는데 미워할 수 없다. 어떤 캐릭터도 시나브로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배우 전노민을 화제작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 시즌2 종영과 함께 만나봤다.
전노민은 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태평로 TV조선에서 취재진과 만나 8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2'(극본 피비(임성한), 연출 유정준 이승훈, 이하 '결사곡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결사곡2'는 라디오 방송국에서 수년째 합을 맞춰온 라디오DJ 부혜령(이가령 분), 라디오PD 사피영(박주미 분), 그리고 맏언니 라디오작가 이시은(전수경 분)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의사, 변호사, 교수란 직업의 남편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 가운데 전노민은 이시은의 남편이었으나 남가빈(임혜영 분)과 불륜을 저지르는 박해륜 역으로 등장했다. 

'결사곡' 시리즈는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등으로 사랑받았던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다. 특히 '압구정 백야' 이후 절필을 선언했던 임성한 작가가 '피비'라는 필명으로 돌아와 새롭게 선보인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터. 프로그램은 임성한 작가 특유의 극성 강한 소재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로 '마라맛 드라마'로 꼽혔다. 이에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 속에서도 1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시청률을 돌파하며 TV조선 10년 드라마 역사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새로 쓸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에 힘입어 '결사곡2' 마지막 회에서는 시즌3에 대한 예고까지 이어진 바. 앞선 두 시즌 내내 '국민 욕받이'로 호평받은 전노민 또한 종영소감과 함께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저도 제일 궁금했던 게 마지막이었다. 방송 끝나고 전수경 씨한테 제일 먼저 전화가 왔다. '마지막 모습 보니까 짠한데, 어디로 갔냐’라고. '나도 궁금하다, 알고 싶다’라고 했다. 어쨌든 거의 1년 가까이 시즌1부터 왔는데 시즌2가 시즌1보다 짜임새나 극적인 흐름이 재미가 있어서 시청률도 많이 나온 것 같다. 시즌1보다 욕은 두 배로 먹은 것 같다. 여러 가지 있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커서 좋았다. 시즌1 때는 시원 섭섭인데 시즌2는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어제는 잠도 금방 안 오더라. 제작사 대표도 전화 오고, 문자에 대한 답도 보내고는 했다. 가장 많은 문자가 '뭐야?'였다. 무슨 질문인지 이해 못했다고 했다. '뭐야?'가 무슨 의미인지 저도 궁금하다. 아무래도 엔딩을 보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같다. 카톡은 안 읽고 답은 안 보냈고 잠 들었다. 배우들하고만 주고받았다.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라고 털어놨다.
'결사곡2' 최고의 욕받이였던 그는 함께 나쁜 남편으로 욕 먹었던 판사현 역의 성훈, 신유신 역의 이태곤을 거론하며 "우리 셋이서는 서로가 나쁜 놈이라고 욕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이어 "시즌2 제작발표회 때 성훈이 저를 완전이 나쁜 놈으로 몰았다. 그런데 제가 볼 땐 이태곤이 제일 나쁜 놈이었다. 생각보다 욕을 많이 하더라. 남자 분들이 여자 분들 보다 욕을 많이 했다. 집에서 TV 보면서 느낌 없으면 와이프가 쳐다보고 있다고. 나 만난다고 하면 만나지 말라고도 하더라. 욕 많이 먹는 게 드라마상으로는 좋다고 하는데 너무 길게 욕을 먹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 사람들 인식이 완전히 '불륜남’으로 꽂힐까 봐 걱정도 된다. 우려 반, 걱정 반, 기분 좋은 것도 있다. 열심히 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작 그는 캐스팅 직후를 회상하며 "이 정도로 욕을 먹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임성한 작가님이 '욕 좀 먹을 거에요’라고 했는데 얼마나 먹을까 싶었는데 대본 나왔을 때 '이 대사를 꼭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설프게 욕 먹으면 더 지질할 것 같아 열심히 했는데 예상 밖으로 더 많이 욕을 먹어서 당황스러웠다. 어디를 가면 최근에는 늘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최대한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전노민은 "제일 이슈가 된 예수 그리스도, 석가모니 씬에서 45페이지였는데 대학로에서 연습한 적이 있다. 그때 박향기(전혜원 분)가 NG 없이 한번에 긴 씬을 소화하더라. 감독님이 끝나자마자 박수 치면서 '너 왜 이렇게 달라졌어? 90점’이라고 했다. 요즘은 선배가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면 싫어해서 안해주는데 본인들이 대본을 들고 오면 봐주기는 한다. 오랜만에 혜원 씨에게 그렇게 해줬다. 그런데 몇 명 거쳐간 배우들은 탑이 되니까 연락이 끊겨서 그 이후로는 잘 안 봐주려고 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해당 장면에 대해 "당시까지도 많이 망설였다. 여러번 얘기 했는데 먹히지도 않았다. 감독님한테 '이 대사 끝까지 다 해야 하냐’라고 했는데 '난 몰라요, 다 하셔야 해요’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그 대사가 정말 딸한테 할 수 있을지 망설여졌다. 미친 척하고 해보자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분노 유발 멘트가 될 줄은 몰랐다. 많이 망설였다. 하고 나니까 후련은 하더라. 그리고 생각보다 호흡이 다 잘 맞아서 5~6시간 찍어야 할 건데 3시간 만에 찍었다. 촬영은 잘 했는데 보면서도 답답하긴 했다. 저 멘트를 딸한테 할 수 있는지. 나도 딸을 키우는데 절대 못할 말이었다"라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전노민은 "실제 이 대사를 내 친딸이라면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게 있었다.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한 답변도 없었고, 고민을 상담했을 때 해결되는 부분이 없어서 하기 전까지 힘들었다. 실제 내 입장이라면 절대 못할 것 같다. 내 딸한테는. 그렇게 자식한테 하면서 아빠가 제대로 산다는 보장이 없다. 대본 읽으면서 혼자 얼굴 빨개진 적도 있다. 자신 없게 대사한 적도 있는데, 하고 나니 뻔뻔해지더라. 시즌2에 그 대사보다 더 심한, 두 배라고 생각한 게 '20~25년 살면 법적으로 이혼하게 만들어야 해’였다. 아니나 다를까 욕은 세 배 정도 먹은 것 같다. 피부로 느껴지더라, 욕 먹는 게. 인스타그램에 3대 분노 유발이라고 뜨더라"라며 웃었다. 
그는 "제 성격에 이해할 수 없는데 굳기 박해륜에 대해 자기합리화를 한다면 직업이 교수라 더 욕 먹은 것 같다.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식한테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도 당당하게 구는 게. 그리고 처음에 거짓말을 한다. '그만 사는 거 어때?'라고 갑자기. 여자도 없다고, 고민도 없는데 그만 살자고. 알고 봤더니 여자였는데 그걸 어떻게 이해하나. 그런 건 제 입장에서는 이해보다는 이해를 못하는 쪽이 더 센 것 같더라"라고 밝혔다. 
그런 전노민에게 박해륜 같은 사람이 만약 친구 중에 있다면 어떻게 할까. "친구지만 욕을 할 것 같다"는 그는 "와이프가 원래 부잣집 딸인데 반대하는 나를 선택해서 고생하고 교수도 만들어줬는데 느닷없이 '그만 사는 거 어때’라고, 한 여자 인생을 바꾸는 거 아니냐. 그 친구도 보기 힘들겠지만 그 아내도 못 볼 것 같다.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이해하기는 그렇다. 보수적인 남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자기는 나쁜 짓 해도 남 할 때는 이해를 못한다. 그렇게는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라고 했다. 
배우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만큼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의 연속이었던 '결사곡2'. 그 와중에도 전노민 나름 이해할 수 있던 부분은 있었다. 그는 "성훈에 대해서는 남자, 여자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다. 어찌됐든 가정이 있는데 그렇게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내가 남자 입장이라면 저런 여자하고는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은 조금은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성훈이가 강력하게 박해륜이 제일 나쁘다고 떠들었다. 그래도 성훈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 같다. 나쁜 짓을 하는데 이해를 구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나같아도 그런 와이프랑은 살기 힘들 것 같다"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전노민은 "노래방에 나와서 쫓아가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쫓아가면서 나도 미안했다. '이만 사는 거 어때, 너무 오래 살았어’라고 말하는데 쫓아가면서도 안 바뀌었다. 압구정에서 찍었는데 저도 짠했다.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임성한 작가는 이 캐릭터에 대해 믿어주신 것 같다. 마흔 살의 여자가 쉰 살의 유부남에게 끌리고 빠질 수 있는 걸 만들어 달라고 하시더라.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그게 살 것 같다고, 성격대로 보여달라고 하시더라. 그때 당시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고 하면서도 몰랐다. 그런데 실제 그 상황이 아니면 억지로 잘 보이려고 반하게끔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상대한테 맡겨야지 억지로 만든다고 보여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열심히는 했는데 모니터는 하면서 '저렇게 하면 안 좋을 것 같은데’라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고민했다.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했다. 
심지어 "의상적인 부분도 그렇고. 너무 내가 멋을 내도 아닐 것 같더라. 실제 교수들이 보면 멋을 내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예술한다고 다 떨어진 것 입고, 똑같은 거 입고 다닌다.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때로는 조금 누추하게, 때로는 조금 서민처럼, 가끔은 또 멋있게 생각하면서 봤는데 그 부분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다음에 바람피는 역할을 할 때는 멋을 내볼까 한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논란의 엔딩 속에 '결사곡2'가 마무리 된 상황. 그 엔딩 가운데 전노민은 등장하지 않아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극 중 박해륜의 죽음을 상징하는 장면이 있었다는 추측을 내놓는 시청자 의견도 상당한 터. 정작 전노민은 "시즌3 정보가 전혀 없다. 하는 줄도 몰랐다. 방송 보는데 '어떤 상상을 하든’이라고 하는데 이미 지금까지도 상상 이상인데 더 힘든 거 아닌가 생각했다. 끝나고 늦게 제작사 대표가 전화 와서 시즌3 간다고 하는데 이제는 조금 걱정은 된다. 상상을 안 했는데 상상을 하게 만든 상태라 걱정은 된다. 스케줄 상으로도 걱정은 된다. 하여튼 반반으로 우려 반, 기대 반 하고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조심스러운 그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결사곡' 시리즈 시즌3 속 전노민을 향한 기대를 감출 수 없다. 미중년 외모에 부드러운 음성과 신사다운 태도로 주부들 사이 높은 호감도를 뒤로 하고 국민 비호감 캐릭터로 거듭난 데다가, 베테랑 연기 인생 가운데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연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열정을 가진 배우이기 때문. 시즌3가 돌아오기까지 1년 여의 걸친 '욕받이' 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은 전노민의 행보에 여전히 기대감이 쏠린다. 
"'결사곡2'가 개인적으로 저한테 또 다른 배우 생활에서의 모습이 보여져서 저한테는 의미가 있고 고마운 작품인 건 확실해요. 배우들이 제일 빨리 알죠. 방송 끝나고 바로 느껴지는데 욕을 먹은 것도 제가 열심히 했다는 표시고 그게 고맙고. 무엇보다 예를 들자면 슈퍼스타가 있던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몇 억짜리 배우가 있던 것도 아니고, 그렇게 안 해도 대본이 좋고 연기를 열심히 한다면 된다고 많은 것을 암시해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비난도 받지만 비난이라는 게 작품이 잘 돼서 받는 거기 때문에 얼마든지 받을 수 있어요. 어떤 작품보다 큰 반응이 있었고, 그래서 또 다음이 기대되고 궁금한 드라마라 이런 작품을 한다면 제작하거나 연기하는 입장에서 계속 하고 싶어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나 작품으로나 의미가 있었는데 역시 처음 해본 캐릭터라 많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되네요."
/ monamie@osen.co.kr
[사진] TV조선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