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김연경, "은퇴 결정? 아직 단정 짓기는 어려워" [일문일답]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8.09 22: 00

한국 여자배구의 ‘4강 신화’를 이끈 배구여제 김연경이 무사 귀국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9일 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다. 조별예선에서 한 수 위로 평가된 도미니카공화국, 일본을 꺾은 뒤 8강에서 강호 터키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2012 런던올림픽 이후 9년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4강에서 브라질, 동메달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연달아 패했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여자배구대표팀 김연경이 선수단 환영 행사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8.09 /jpnews@osen.co.kr

캡틴 김연경은 이번 대회서 총 136점을 몰아치며 세르비아 에이스 보스코비치에 이어 득점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조별예선부터 선보인 특유의 리더십과 승부욕은 4강 신화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김연경을 “10억명 중 1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귀국장에서 만난 김연경과의 일문일답이다.
▲귀국 소감.
무슨 말이 필요할까. 사실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배구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셨기에 우리가 이렇게 좋은 4강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포상금이 역대 최고 6억원이다.
많은 포상금을 주셔서 너무 기분 좋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배구협회, 연맹, 신한금융그룹에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10년 전 SNS에서 관심이 부족해 섭섭하단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도 실감이 많이 안 나는 것 같고, 이렇게 또 한국에 들어와서 공항에 와보니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지지해주시니 또 한 번 느끼게 된 것 같다. 지금 여자배구가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서 앞으로도 인기와 관심도가 이어지길 바란다.
근대5종 전웅태와 여자배구대표팀 김연경이 태극기를 들고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1.08.09 /jpnews@osen.co.kr
▲중국리그 종료 후 한국에서 뛸 의향은.
이번에 중국 리그에 가서 뛰게 됐는데 현재 정확한 리그 일정 안 나와 갈지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휴식을 해야 할 것 같다. 그 이후 결정된 건 없다.
▲도쿄 현지서 은퇴 발표를 했는데.
은퇴 발표라고 하긴 조금 그렇고, 더 의논을 해야 할 부분이고 이야기를 더 해봐야하는 부분이기에 은퇴를 결정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어느 정도 결정난다면 그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 보스코비치에 날린 사자후가 화제가 됐는데.
별 이야긴 없었다. 보스코비치가 내 플레이를 잘 읽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거기에 짜증나는 표현을 했는데 보스코비치가 그걸 알고 웃으면서 넘겼다.
▲국가대표에 대한 소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18살 때 처음으로 국가대표 꿈을 가졌는데 그 꿈이 이뤄졌을 때 처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그때가 엊그제 같다.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16년이 흐른 게 느껴지지 않고, 그냥 지금껏 고생하고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런 분들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는 게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도쿄올림픽 4강 신화 원동력은.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예선 통과가 가능할까 싶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기대 안한 건 사실이다. 어쨌든 우리가 원팀으로서 똘똘 뭉쳐서 이뤄낸 값진 결과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뤄지지 못할 수 있었는데 팀 스포츠에서 팀워크가 중요하단 걸 알게 됐다.
여자배구대표팀 김연경이 선수단 환영 행사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8.09 /jpnews@osen.co.kr
▲경기 치를수록 마음이 달라졌을 것 같다.
가기 전부터 100% 쏟아내자는 각오로 갔고 결과에 대해 신경쓰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케냐전을 시작으로 5일동안 도미니카공화국, 일본전이 타이트하게 다가왔고, 압박감, 중압감이 들었는데, 잘 이겨내서 좋은 성적이 있었던 것 같다.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팬들이 터키 산불 현장에 김연경 이름으로 묘목을 보냈다.
놀랐다. 팬들이 기부를 해주셨다. 여기 계신 분들이 해주신 거 같은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선뜻 나서서 내 이름으로 해주는 게 쉽지 않다. 그렇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터키는 내가 살았던 나라이기도해서 마음이 그랬는데 위로가 됐으면 한다.
▲향후 계획은.
오늘 집에 가서 샤워하고 씻고 치킨 시켜 먹을 예정이다. 중국 리그 가기 전까지 한 두 달 정도 시간이 있다. 그동안 몸을 다시 만들어서 리그 준비해야할 것 같다. 중간중간 방송을 할 수도 있고, 다른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팬들에게 인사드리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미팅 때 라바리니 감독이 해줬던 이야기는.
감독님이랑 마지막으로 같이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 있었던 이야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너무 고맙다고 했고, 대한민국 국기를 달고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조금 슬펐던 때는 동메달결정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날 미팅, 전력분석을 스탭끼리 했는데 세르비아에 안 될 거라는 걸 직감했다. 데이터 등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그 때 현실이 왔다고 했을 때 선수들이 오열할 정도였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99점이다. 하나를 걸고 와야 했는데 못 걸고 와서 1점 뺐다. 앞으로 계획은 전혀 모르고 예상도 못하겠다. 일단 중국리그 잘하고 오겠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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